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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Nov 13. 2019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상 만들기

출퇴근을 지우니, 생활계획표에 동그란 원만 남았다. 빈 원 앞에서 나는 종종 무기력해졌다.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처럼 느껴져서 바닥에 누워 눈물을 몇 번 쏟고 난 후였다. '이거 해서 뭐해? 뭐가 달라져?' 자꾸만 솟아오르는 질문을 애써 지우고, 메모장을 열어 매일의 할 일을 적은 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좋았다.


1. 하루에 1시간 이상 책 읽기. 소설이든 에세이든 만화든. 하염없이 넷플릭스와 왓챠를 재생하게 돼서, 보는 것이 아닌 읽는다는 좀 더 적극적인 행위를 일상에 추가했다.


2. 매일 좋아하는 것 하나씩 기록하기. 내가 좋아하는 게 허공으로 흩어져버리지 않도록. 장소, 물건, 음식, 습관 등 하루에 하나씩 어떻게든 좋아하는 걸 찾아내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사진과 함께 좋아하는 이유나 떠오르는 생각을 같이 적다 보니 매일 짧은 글을 하나 쓰는 셈이 됐다.


3. 글을 완성하지 않아도 좋으니 매일 글쓰기. 도무지 키보드를 두드릴 마음이 나지 않는 날도 있지만, 매일 쓰기로 하니 아예 안 쓰는 날보다 조금이라도 쓰는 날이 많아졌다. 이동하면서 메모장에 기록하거나, 쓰다 만 글을 꺼내 완성하려고 노력하거나.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글쓰기 수업 과제도 꼬박꼬박 하게 됐다. 글쓰기 습관의 근육이 좀 더 튼튼해지면, 하루에 한 편 쓰기를 목표로 할 거다.  


4. 5 천보 이상 안 걸은 날은 집에서 30분 이상 자전거 타기. 외출을 안 하는 날은 운동량이 0에 가까워서 그런지 소화가 잘 안 됐다. 자전거를 타면서 밥 한 공기 분량의 칼로리를 소모하고, 유산균과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 자전거 타기 옆에 아주 작게 적어두었던 수영 배우기도 시작했다.


5. 좋아하는 노래로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거짓말처럼 이걸 적고 며칠 후 플레이리스트 제작 알바가 들어왔다. 주제는 자유, 일주일에 30곡짜리 플레이리스트 하나 만들기! 덕분에 예전에 듣던 노래와 새로운 노래를 찾아 들으며 가끔 좋은 곡에 가슴 설레는 나를 발견한다.


작은 일들이지만, 리스트에 있는 일을 모두 실천한 하루엔 불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달라지는 게 없더라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확신이기 때문이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라는 질문은 가까운 미래의 나에게 맡기기로 한다. 지금은 무엇에도 의욕이 없는 나로 돌아가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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