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만든 전쟁

by 신성규

나는 지분적립형 주택이라는 정책을 보며, 드물게 잘 만든 제도라 느꼈다.

이것은 단순히 집을 싸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거주’를 ‘소유’로 바꾸어 주는 시간의 제도이자,

국가와 시민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부동산 모델이다.


집은 자산이 아니라 삶의 토대다.

하지만 지금의 집은 사람을 위한 구조가 아니다.

사람이 집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집이 사람을 점유하고 있다.


청년 문제가 왜 이토록 무거운가.

9할은 집값 때문이다.

취업, 결혼, 출산, 인간관계, 심지어 정신 건강까지.

모든 것이 집값에 인질로 잡혀 있다.


사랑도, 책임도, 미래도

월세 계약서 앞에서 휘청인다.

지금의 남녀 문제?

그토록 첨예한 젠더 갈등도

나는 집값이 이 정도로 살인적이지 않았다면

이토록 증오의 형태로 번지지는 않았을 거라 본다.


고립되고 싶은 게 아니라,

고립을 피할 수 없는 경제 구조 속에 던져진 것이다.


그런데 강남은?

소셜 믹스를 거부하며 벌금을 낸다고 한다.

그들은 말한다. “왜 우리 동네에 가난한 사람이 살아야 하냐”고.

하지만 당신들은 배달도 안 시켜먹나?

청소는 누가 하고, 건물은 누가 세우고, 택배는 누가 나르나?

공존을 소비하면서, 존재는 거부하는 위선.


나는 이제 아파트 설계에

소셜 믹스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존이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의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구조를 만들어온 국민성도 돌아봐야 한다.

지금의 한국인은

자유를 줘도 측은지심이 없다.

서로를 짓밟고, 미워하고, 감시하고, 고소한다.


일제강점기의 일본 순사보다 더한,

조선인 순사의 기질이 지금도 남아있다.

나는 그것이

기회주의자가 살아남은 이 땅의 역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억울함은 꾹 참고,

권력 앞에서는 고개 숙이고,

아래에겐 잔인해지는 국민성.


부동산은 단지 경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품격과 공동체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가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증오는 점점 더 세련되고, 더 교묘해지고, 더 파괴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말하고 싶다.

집값을 낮추는 건, 인간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지분적립형 주택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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