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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연주리 Sep 29. 2020

빵빵한 가슴에 대한 선망

가슴에 글씨가 있는 티를 입으면 글씨가 쭈욱 늘어지면 좋겠다

남자들도 그렇겠지만 여자들도 아니 나도 빵빵한 가슴에 대한 선망이 늘 있다. 선망이랄까 염원이랄까. 

나는 늘 가슴에 글씨가 있는 티를 입었을 때 글씨가 늘어날 정도로 큰 가슴을 가진 여자들이 부러웠다. 

늘씬한 몸매에 티 하나만 걸쳐도 뽀다구가 나는 것은 가슴에 써있는 글자가 늘어나서라고 생각했다.  


나도 흰 티셔츠에 글씨가 새겨져있는 옷을 매우 즐겨입지만 아무리 거울을 봐도 글씨의 크기나 모양에 변화가 없다. 내가 입으면 누가 보아도 아주 단정하고 모범생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렇다고 꽉 붙는 쫄티를 입으면 글씨가 조금 늘어나겠지만 아주 조금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풍만하지 않은 가슴 때문에 위축되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조금밖에 커지지 않은 글씨를 감추려 자켓을 입고 외출을 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로 오늘도 적당한 품의 티셔츠를 입는 데 그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어도 글씨 모양의 변화는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며칠 전 요즘 대세인 제시가 가슴에 글자가 있는 티를 입고 나왔는데, 글자가 정말 엄청나게 위아래로 늘어났다. 와... 제시가 하는 말이 웃긴지 다들 웃고 난리였는데, 나는 제시 가슴팍에 있는 글자만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글자가 저렇게 늘어나지? 저 옷은 너무 많이 늘어나서 몇 번 입지도 못하겠네.’ 라는 생각 한 편 ‘나도 저렇게 글자가 늘어나는 가슴을 가져봤으면...’라는 헛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시가 말했다. 그녀의 가슴은 수술한 가슴이라고.



제시 사랑합니다


오잉? 그녀가 하는 다른 말은 하나도 안들어왔는데, “저 수술했어요!”라는 말은 귀에 쏙 들어왔다. 그 말 이후로 나는 그동안 별로 관심도 없고 잘 모르던 ‘제시’라는 사람이 너무 좋아졌다. 뭔가 나에게 위로가 된 것일까? 나도 수술만 하면 티셔츠의 글씨가 쭈욱 늘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셔일까? 아무튼 나는 그녀의 ‘수술고백’이후로 그녀의 팬이 되었다.   

  

영원히 풀지 못한 20세부터 해 온 고민. ‘가슴수술’

수술은 너무 무섭고, 속옷비용도 아까운 나에게 몇백만원 하는 수술 비용은 더더욱 아깝고, 

뽕브라는 일반 브라에 비해 가격이 배가 넘는 데다가 너무너무너무 덥고 불편하고 갑갑하다.


‘에라이~ 그냥 물풍선용으로 나온 조그만 풍선을 속옷 안에 넣고 다닐까. 

 그런데 누군가와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풍선이 갑자기 몸 속에서 나와 사라질 수도 있고, 바람이 수욱 세어나갈 수도 있고, 바람 안 통하는 고무풍선의 특성상 진짜 가슴에 땀이 뻘뻘 나겠지? 그럼 가슴이 더 작아지잖아? 

안돼 절대 안돼! 그리고 건강검진 때 유방암검진할 때 가슴수술 여부를 체크하는 항목이 있잖아. 

그때 했다고 체크하면 너무 창피할 것 같으니까 그래 그냥 하지말고 지금처럼 살자.’     


제시같은 풍만한 가슴이 아니어도, 옷을 입으면 여성임을 알 수 있고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충분히 그것도 2명에게나 했으니

글씨 있는 티 단정하게 입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거야. 

그런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거야.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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