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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안녕 Jun 10. 2024

20살의 나를 만난다면

나를 어떻게 봐줄까?

안녕하세요? 풋풋한 가 나에게 인사를 건다.

네게 내 모습은 어떻게 비칠까.

그냥 나이 많은 어른, 아니면 조금이라도 호감가는 모습의 사람?


  기억도 흐릿한 스무 살, 그땐 마흔에 내가 무엇이 되었으리라 기대했을까? 적어도 뭐라고 되었을거라, 하다못해 멋진 어른이라도 되었길 기대했겠지.


 안녕, 오늘의 나는 여전히 너야!

 나이만 들었지 마음 속엔 아직도 철부지인 미성숙한 사람이 들어있지. 세상사에 겁나고 하고싶은 건 많지만 시도보다는  현실의 장벽을 탓하는 못난 모습도 있단다.

   물론 다른 사람들 앞에선 어엿한 성인인척, 나를 연기할 수 있지만.

  하지만 여전히 막연히 무언가가 되고싶던 너 그대로란다.


아니, 어쩌면 많은 걸 잃어버렸어. 

 내일에 대한 희망과 일단 해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열정. 무엇보다도 삶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같은 것.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한참MD가 되겠다고 상경해 곰팡내나는 반지하에 살면서 강남에있는 학원 다녔지, 그 곳에서 유학파, 명문대 학생들 사이에 주눅들어도 열심히 했어. 영어도 못하면서 영화를 보며 꿈꾸던 영국으로 홀로  난 적도 있고, 이제와보면 넌 참 부지런고 한계보다는 목표에 집중했던것 같아.


 그런데, 살아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있는 일이있고 넘을 수 없는 벽도 있더라. 아니 어쩌면 많은 것이 미리 정해진 것처럼 흘러가더라고. 수없이 많은 좌절과 약간의 성취 속에서 나는 갖지 못한 것들을 포기하는 마음을 배운 것 같아.

 어떻게든 이루리라는 마음. 그런것들은 아름답긴 해도 너무 무모하잖아. 마음을 찌르는 꿈을 품고 있기엔 자꾸 아프니까 모두 버리고 편안하게 사는 것도 배웠단다.


 겹겹이 쌓인 시간, 세월이라는 칼날에 부딪혀 조각된 내 모습은 지금 이런데.

나에게 허락된 것들을 좇아오다 만난, 결과가 나라면. 너는 어떤 마음일까?






어느 날 친정집에 갔다가 엄마가 정리해 둔 한 박스의 다이어리와 사진들을 발견했다.

고등학교때부터 차곡차곡 써온 다이어리와 일기들, 계획들. 난 매년 계획을 세우곤 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해, 그리고 먼 미래에 대해 5년 후, 10년 뒤의 나는

오늘보다 분명 멋지리란 소망을 품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올해를 넘어가는 계획을 세우지 않기 시작했다. 미래보다는 과거를 바라보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얼마 전 대학교정을 방문했다. 커다란 플라타너스와 등나무들이 푸르른 캠퍼스는 자연히 꿈을 떠올리게한다. 잊고 살던 푸른 빛 희망 같은 것들.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공강의 여유로움, 무거운 전공서적, 두려웠던 졸업. 그때의 기억이 아스라이 피부에 스며들어 어제같기도 한데 오늘의  나는 도 마음도 쪼그라든 사람이 되어있다.


  옛날 다이어리의  빼곡히도 씌여진 글자들을 보며,  부끄러워졌다. 이 깨알같은 글씨를 쓴 사람에게.

 그리고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여기 적힌 것처럼 열심히 내일을 꿈꿔보겠노라고, 비록 몇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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