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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안녕 Jun 05. 2024

중년의 문 앞에서, 이대로 괜찮은가?

 나이들면 평온할 줄 알았어요.

  곧 마흔, 내 마음 속에서는 빵빵하게 부푼 불안이라는 풍선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이대로 더 나이들어 버려도 괜찮은 걸까?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가정도 있고 사랑스러운 아이도, 직업도 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불안한걸까???


   역시 내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직업적 문제다. 대학 때부터 뚝심있게 전공을 살려 나간 친구들은 과장, 차장이 되어 업계에서 한 자리씩 하고 있고, 늦게 까지 공기업취업을 준비하며 마음고생하던 친구도 취업하여 잘 다니고 있다. 다들 어엿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뒤쳐진채 정체되어있는것만 같은 기분일까?

  직업이 마음에 안들어서? - 어느정도는 그렇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 당연히 그렇다. 워라밸과 정년은 보장되지만 박봉으로 유명한 나의 직업, 수 많은 일개미중 하나,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자리. 그렇다고 이 곳이 아니면 나이들고 능력없는 나를 채용해 줄 곳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지금 불안한 이유,

  모두가 그렇지만 이대로 시간이 더 가면 더 이상 변화없이 모습 이대로 나이들거라는, 더 이상의 변화가 인생에서 불가능할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이 모습이 어때서? 글쎄... 딱히 못난 것도 없지만 딱히 만족스럽지도 않다. 아니, 사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불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무수한 타인들과의 유쾌하지 못한 만남과 껄끄러움, 그 안에서 받는 심적 고통과 경력이 늘수록 깊어지지 않는 지식, 그에 반해 반복되는 무의미한 작업들.


   그렇다면 내가 꿈꾸던 내 모습은  어떤 걸까? 조금더 창의적인 일? 돈을 잘 버는 일?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일?

   가장 큰 문제는 여태 나도 그 답을 모른다는데 있다.


  이 문제는 장장 20여년을 거쳐 올라가야 한다. 고등학교 진로 선택기, 

 나름 열심히 공부한 나는 상경계열로 전공을 선택했다. 이유는? 문과지만 취업이 잘 될 것 같아서...

 그 후 3학년부터 토익, 자격증 공부,  취업스터디에 열을 올려서 내 스펙에는 과분한 서울의 모기업에 들어갔다. 4년차가 되던 때,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회의때마다 깨지며 초조해 하는 부장님의 모습을 보며, 혹은 하루아침에 계약 종료되는 본부장을 보며(바늘구멍을 뚫은 임원의 말로도 결국 저런 것이구나), 조직의 부정적인 면모부터 벌써 눈에 띄었다고 하면 신입주제에 쓸데 없는 걱정이겠지만 그 때 내 생각은 그랬다. 

 

 취업 초기에는 좋았다. 처음으로 벌어보는 월급, 사고싶은 것도 유명맛집도 가면서 돈이 주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학생때와는 다른 풍요로움에 돈이 주는 즐거움에 도취되기도 했다. 일년에 두 번씩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돈도 모으지 못했고, 잦은 야근에 자기개발도 못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더 나은 길이 있겠지. 더 좋은 직장이 있겠지, 여기는 아닌 것 같다. 마냥 그리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러다 퇴사를 했고 결혼도 했고 아무래도 마지막이 될만한 직장을 잡았다.


 하지만 내 방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꾸만 내면에서는 다른 길이 있을 거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게 무슨 길인데? 네가 좀 알려주면 안돼?'

 '안돼, 네가 찾아봐. 하지만 조금만 더 늦으면 갈 수 없는 길이야.'

 '여기까지 오는데도 힘들었는데'

 '그래? 그럼 지금부터 쭉 끝 까지 외길인데, 괜찮겠어?. 이제 더 이상 다른 길은 없어.'


   수 없이 내 마음 속에서 외치고 있었다. 이 길이 정녕 끝 없는 외길이어도 끝까지 갈 자신이 있느냐고,

 나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다. 다른 길이 있다면... 자갈 밭이지만 어여쁜 꽃들과 가끔은 가시덤불이 나타나더라도 다양한 곤충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 정말로 저 쪽으로 가면 있느냐고? 자꾸만 묻고 싶어졌다.


 다른 목소리는 말한다. 

 '정말 다른 길을 찾겠다고 이 잘 닦인 편한 길을 떠날 거냐고.'

 '그럼 안돼지, 결국엔 그 길을 못찾을 수도 있잖아. 주저 앉아 멈춰 버릴지도 몰라. 지금은 그래도 걷기 편해. 길을 잃을 필요도 없고.'


 째깍째깍 잘만 가는 시간은 야속하게도 결정을 독촉하는데,

 오늘도 나는 궁금하다.



 이 정도의 길목에 다다른 사람들, 다들 평온하게 사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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