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저 멀리 보이는 빛을 향해 동굴 속 어둠을 뛰고 또 뛰었다.
같이 달려주는 이 하나 없는 동굴에서 난 널 만났다.
함께 뛰어줄 사람이 생긴 기분이었다.
넌 나에게 기적이었다.
그러나, 너는 이미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뛰고 있는 나에게 더 빠르게 뛰라며 재촉했다.
너의 말대로 더 빠르게 발을 움직이고 팔을 휘저었다.
잠시 숨을 고르려 천천히 걷고 있어도 너는 뛰라며 재촉했고
이미 뛰고 있어도 너는 날 재촉했다.
어느 순간 너의 얼굴을 보러 고개를 들었다. 넌 보이지 않았다.
넌 내 옆이 아닌 저 멀리 내 뒤에 서있었다.
너는 같이 뛰어주지도 않았고 그저 소리만 지르며 내 발을 재촉했다.
더 이상 너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몸을 돌렸다.
동굴의 출구에 보이는 빛이 아닌 내가 들어온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너를 지나치고 내가 뛰어온 길을 지나쳐 걷고 또 걸었다.
뛰고 또 뛰었지만 잡히지 않았던 빛에 방향을 돌려 차근차근 걸었더니 잡힐 듯 가까워졌다.
어느새 열 걸음만 더 걸으면 빛을 잡을 수 있다.
이 동굴도 끝이다.
안녕.
모두에게나 끝없는 동굴을 걷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뛰라고 끝없이 재촉하는 주변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걸음으로 차근차근 걷다 보면 그 끝이 올 거라 굳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