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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삶 Jan 05. 2022

편안함, 평온의 가치

필요한 최소한의 규칙을 설정하라


편-하다 便하다

 1.몸이나 마음이 거북하거나 괴롭지 아니하여 좋다.

 2.쉽고 편리하다. 


요즘 ‘편함’이라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예전의 나는 편함을 나태함의 상징으로 생각했고, 지금은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야 할 공백의 이름이 편함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편안함과 평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심리적이든, 신체적이든, 누구나 편한 것에 끌린다. 편한 차, 편한 옷, 편한 친구, 편한 동내.

편하다는 건 결국 익숙함과 일맥상통한 경우가 많다. 대개 그것이 익숙하면 그 상황과 상태에 길들어 느슨해진 신경이 지금이 편하다고 중얼거린다. 그러나 내가 정의한 ‘편함’은 후자가 아닌 전자의 뜻을 일컫는다.

몸과 마음이 거북하거나 괴롭지 아니하여 좋다, 는 뜻이다. 이는 분명 다르다. 


인간은 마땅히 편함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나 내가 누리고 있는 편함이 건강한 평온함인지 게으른 안주인지 자가 점검이 필요하다. 당신은 난파선에 매달려 겨우겨우 숨만 쉬고 있는 게으른 회피자인가 내 삶의 파도를 안정적으로 누비는 선장인가? 당연하게도 이 둘은 확연히 다르다. 삶의 주도권이, 나라는 배의 키를 쥐고 있는 게 누구냐는 현저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 스스로 안주와 평온을 구분 짓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나의 마음가짐과 생활방식, 심신 상태다. 


게으른 회피자일 때의 나는 마음에 알게 모르게 불안감과 초조함이 가득하다. 괜스레 할 거리를 찾고 무의미하게 핸드폰을 뒤적거리며 지금의 현실에서 내 의식을 돌릴 만한 것을 계속해서 찾는다. 무기력함에 몸이 잠식되어 정작 중요한 할 일을 뒤로 미루거나 아니면 하고 나서도 최소한의 안도도 잠시 다시 숙제 안 한 아이처럼 초조한 권태가 찾아온다. 정서불안만치 좀처럼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아무 이유 없이 소소한 불만족을 느낀다. 식사를 챙기는 것도 건성이고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에너지에 지배당한다. 마음의 불안과 공허를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쇼핑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회피적으로 돌연 친구들과 약속을 잡거나 무의미한 수다로 시간을 낭비할지도 모른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불운한 순환인가.


반면 평온을 누릴 때의 나는 홀로서 완전한 기분을 맛본다. 나의 주도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음을 느낀다. 긍정적이고 상쾌한 마음과 활동적인 의지가 저 안에서부터 샘솟는다. 좀 더 나에게 잘하고 잘 보이고 싶고 나의 발전을 위해 뭐든 할 자세가 되어 있다. 나만의 루틴대로 하루를 살고 그 사소한 일상들에 만족감과 감사함이 생긴다. 불필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내게서 좀 더 수월하게 배제할 수 있다. 타인과 남의 시선, 평가보다 스스로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 오늘을 완전하게 살아냄으로써 삶의 평온과 생기를 느끼며 기분 좋은 잠자리에 든다.


어떤가. 너무 다르지 않은가? 겉보기에는 같아 보여도 그 안의 내가 다르다. 정리하자면 전자는 혼돈의 상태, 후자는 질서의 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듯 혼돈과 질서를 구분 짓는 키는 내게 있고, 마음은 그 상태를 나타내는 나침반이다. 마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럼 이 ‘질서의 평온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태생적인 야인(아무 곳에도 소속하지 않은 채 지내는 사람)이고 천성적인 방랑자이다. 속박받는 것을 싫어하고 꽉 짜여진 계획표, 억지로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아침 스케줄, 선을 넘는 간섭 같은 것들을 질색한다. 결이 맞지 않는 모임은 고문처럼 느껴져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에도 없는 언행을 해야할 때는 아주 힘겹다. 이런 내게 꽉 조여진 ‘질서’와 ‘원칙’이라는 단어는 퍽 천적에 가까운 단어였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규칙들이 ‘타인의 것’이기에 거부감이 들고 혐오스러웠던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창의성과 자유가 가장 극단으로 치솟을 때는 규칙과 규율이 있을 때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체계적인 규칙, 루틴, 적절하게 나를 억압하고 절제시켜주는 장치가 있어야 그 안에서 내 최대한의 가치를 꾸준하고 장기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예전의 나는 이 간단한 사실을 몰라 무분별한 야인으로서 재능과 시간을 낭비한 적이 많았다.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대책 없는 자유, 혼돈은 사람을 막막하게 만든다. 직장을 그만둔 후 처음 한 달은 행복하다가도 그 이후 급격히 우울해지는 루트가 그와 같다. 오늘 무얼 입을지, 점심으로 뭘 먹을지 매번 고민하는 것도 고역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도 고통스럽지 않은가. 선택장애란 이런 사소한 정신적 낭비에 대해 표현하는 말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자유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참 재미있게도 인간은 자유를 위한 투쟁을 원하면서도 통제를 갈구한다. 이 간극에서 창의성이 태어나는 건 퍽 신화적인 진실이며 모순이 아닌가 싶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건, 꾸준히 창작 활동을 병행할 만한 나만의 루틴이다.


신년이 시작되었고, 작년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낼 예정인 나에게 주어진 조금 불안하지만, 그만큼 기대되고 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하는 새로운 도전 과제다. 나의 하루 일과 패턴을 만들고 몸에 배게 만드는 것.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일정이 내가 추구하는 목적성과 부합하여 심신적인 일체감이 있어야 하며, 할 만하고 적절한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성이 붙어 계속할 수 있을 테니까. 흔한 신년 계획처럼 오늘부터 새로운 인간이 되어야지, 라는 막연한 다짐만 있다면 그건 작심삼일로 그만 둘 확률이 높다. 계획이 있어야 하고, 그 전에 계획을 뒷받침할 만한 의미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표 설정을 위해 크게 세 단계가 필요하다.


첫째. 전체 삶을 아우르는 목적과 가치

둘째. 위의 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마련해야 할 기반과 환경, 조건들

셋째. 바로 위의 것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부터 해야할 것들은 무엇인가.

(올해 1년 안에 해야할 것들.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야 할 것들)


예컨대 나의 삶의 목표는 첫째, 나의 창조적 활동과 재능으로 세상에 최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과정도 할 만하고 고통스럽지 않아야 한다.

둘째, 그 목표를 위해 창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환경(루틴. 금전. 체력 등)을 갖춘다.

셋째, 내 일상자체가 창작과 건강, 정신적 수련, 취미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일체화시킨다. 즉, 루틴을 만든다!


첫 번째는 목표, 두 번째는 과정, 세 번째는 행위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를 기반으로 계획을 짜야 하는데, 여기에도 몇 가지 중요한 규칙이 있다.


1. 우선 내가 하루 중 언제 가장 똑똑하고 작업 효율이 좋은지 파악할 필요성이 있었다. 사람마다 컨디션이 좋은 때가 다 다르지 않은가. 예컨대 당신은 아침형 인간인가, 저녁형 인간인가?

나는 이것이 매우 헷갈렸다. 가끔은 아침형인 것 같다가도, 어떨 때는 부엉이형 같았다. 아침에 뇌가 선명해서 막힘없이 청명하게 써지는 것 같다가도 어쩔 수 없이 그로 인해 낮잠은 또 자야 하고, 감정적인 이입이 큰 글은 또 저녁이 더 잘 써지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침은 이과형의 나, 저녁은 문과형의 나였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는 에세이, 저녁에는 소설을 쓰기로 했다. 이를 기본으로 하되 그날그날의 상태에 따라 쓰고픈 글을 쓰며 유두리 있게 변형하는 방식으로.


2. 건강과 체력을 위한 운동과 식단을 위한 일정이 필요하다. 몇 년의 방황 끝에 내가 찾은 나에게 맞는 운동은 등산이다. 이따금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잠깐식 병행하고 방문에 설치한 철봉을 하는 것도 부가적인 운동으로 괜찮은 것 같다. 현재 나는 일주일에 서너번 정도 뒷산을 오른다. 한 번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데까지 한 시간 남짓 정도 걸린다. 아주 적절하다. 덕분에 체력도 늘고 근력도 늘었다. 여기에 이따금 반신욕이나 일이주에 한번씩 마사지를 받아 몸을 릴렉스시킨다. 에너지를 많이 썼다 싶으면 집에서 쉰다. 음식은 밀가루와 설탕이 없거나 적은, 자극적이지 않은 식단을 선택한다. 배달을 시키더라도 메뉴 선택에 최선을 다하면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것보다 훨씬 낫다. 샌드위치를 먹는다 싶으면 반드시 호밀빵이나 잡곡 빵을 쓴 것으로, 재료 등에 신경 쓰는 가게를 초이스한다. 요리를 한다면 아주 간단하고 맛있으며 힘들이지 않는 메뉴만 한다. 요리도 좋지만, 거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면 하루하루를 먹고 살기만 해야 한다. 예컨대 고등어구이, 토마토달걀 볶음, 두부면 파스타, 에그엔헬 같은 것들 말이다. 즉, 신심적 ‘엔진’을 위한 이 항목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성비이다.


3. 일상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한 번 반드시 가벼운 산책과 샤워를 한다. 

프리랜서로서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 보면 자칫 무기력해지고 몸이 찌뿌둥해지기 쉽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운 날은 정말이지 나가기 싫어진다. 그런 때일수록 억지로라도 잠깐 산책을 나가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뜨거운 물로 샤워라도 반드시 해야한다. 부끄럽지만 혼자 사는 방콕인에게 샤워는 자칫 건너뛰기 쉽다. 내가 깨달은 진리가 있다면 귀찮음과 불편함이 클수록 그것은 반드시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게 나에게 좋은 거라면 더 피할 이유가 없다. 정신적 환기와 혈핵순환을 위해서 꼭 샤워를 하자. 질 좋은 타월과 배쓰가운, 향이 내 취향인 천연 샴푸 등 목욕 용품들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샤워하는 시간이 더 행복해진다.


4. 일과 관련 없는 취미와 자기 계발, 새로운 도전을 꾸준히 한다.

사람은 일 외에 지탱할 것이 세 가지는 필요하다, 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나는 독학 크로키를 시작했다. 원래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종종 그렸지만 내킬 때 어쩌다 하는 것이지 꾸준히 매일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사십 분 정도인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이 곤두섰을 때 몰입해서 연필을 움직이면 마음이 빠르게 차분해진다. 왜 이 좋은 걸 진작 안 했을까! 사람의 인체가 이렇게도 다 다르고 아름다운데 말이다. 

또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침 시간을 활용한 이삽심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귀가 트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내 목표는 꾸준히 계속하되 할 만하며 이왕이면 재미있어야 한다, 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시작하는 게 딱 알맞지 않나 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도전들은 나에게 또 다른 자극과 영감을 준다. 이 밖에 꾸준히 할 수 있는 걸로 흥미로운 나만의 작은 도전들을 늘려갈 생각이다.


5.정서적 풍요를 위한 독서, 유튜브 강의, 일기 쓰기.

작년 하반기부터 나는 많은 책을 읽었다. 인문학부터 에세이, 자기계발서, 철학책 등 다양한데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고 삶이 더 풍부하고 재미있어졌다. 책 한 권 만큼 세계에서 강한 에너지가 뭉쳐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훨씬 뛰어나고 배울 점이 많은 이들에게 아주 쉽게 그들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유튜브, 나는 유튜브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정보의 바다인 그곳에서는 스승들과 멘토가 넘쳐난다. 사적으로는 만나기도 힘든 대단한 사람들의 말씀을 마음껏 들을 수 있고, 클릭 몇 번으로 돈 들이지 않고 기술적인 것들까지 배울 수 있다. 나의 정서적 풍요에 유튜브가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또한 나의 정서와 마음을 가다듬는데 일기가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사소하고 별거 아닌 일상이 기록하는 순간 가치를 가지고 특색을 띤다. 하루가 더 의미 있어진다. 예전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하루를 낭비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일기쓰기는 평범해 보이지만 분명 비범한 행위다. 인간의 삶의 질을, 격을 한 층 더 높여주고 고결함을 부여한다.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지, 내가 불과 반나절 동안 얼마나 많은 감정변화와 감각을 느끼고 생각을 하는지 다 정리해 늘어놓으면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일견 그 사소해 보이는 돌멩이 같은 것 중 분명 조약돌처럼 반짝이는 것이 존재한다. 맛있는 점심을 먹은 것, 운 좋게 세일한 옷을 산 것, 오늘 탄 택시 기사님이 유독 친절해 기분이 좋아졌다던가, 하는 별거 아닌 것들도 전부 귀한 것들이다. 그런 소소한 행운들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면 행복이 더 증폭된다. 그렇게 나의 하루가 별이 뜬 밤하늘처럼 반짝반짝거리고 특별해지는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없다. 나의 무수히 많은 하루가 그러하다.


하여, 나의 2022년 루틴은 이렇다(계획적으로는).


아침-아침은 나만의 시간이니 어지간하면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이불 개기/ 세수&양치/ 물 한잔 마시기

-명상 5분

-영어회화 15분

-가벼운 아침 식사(과일 주스와 탄수화물)

-가벼운 글쓰기


점심- 점심식사(먹고 싶은 것)

-등산 혹은 산책

-외출이 필요하면 이때 한다.

-샤워

-저녁까지 휴식


저녁-저녁 식사(가볍게)

-~9시까지 글쓰기

-~10시까지 크로키

-~11시 독서, 일기쓰기, 유튜브, 자유시간

-11시 반~1시 안에 자도록 노력한다.

(수면은 7~8시간 이상. 아침 8시 반~9시 정도 기상을 목표로 한다)


이론상 계획은 이런 데 현재는 루틴 적용기 베타 테스트 기간이다. 원래 하던 것들을 좀 더 체계화시켰는데 역시나 규칙적으로 딱딱 일정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중요 일정은 소화하고 있는 편이니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내가 누리는 평온이 더 안정화되기를.


올해도 재미있고 여유롭게, 평온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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