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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기한 Aug 14. 2023

난임부부를 대신할 표현은 없는 걸까

5. 사람은 말하는 대로 된다고 했다.

나는 이상하게도 '난임부부'라는 표현이 편치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난임 (難妊 어려울 난, 임신할 임)이라는 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니 영 틀린 의미는 아니지만 아이를 희망하는 부부의 마음이 채 담기지 않은 부정적 의미만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결혼한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갖는 경우 1년 이내에 임신할 확률 80~90%로 만약 1년이 넘도록 자연 임신이 되지 않으면 난임센터 가서 검사받아볼 것을 권한다. 내가 병원에 갔을 땐 나이나 난자 나이 등을 감안하여 자연 임신 준비 기간 6개월로도 난임부부로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난임부부와 불임부부도 의미가 다른데 불임은 임신이 안 되는 정확한 이유가 있어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이고, 난임은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가능한 상태임에도 임신이 잘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내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지점은 '난임'은 불임과 다르게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병원을 다니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검사를 받는데 (부부 산전 검사, 남편 정액 검사, 아내 나팔관 조영술등) 이 과정에서 원인을 찾으면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반대로 모든 게 정상일 경우 답답하고 억울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난임부부라는 표현을 꺼리는 이유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은 자연임신도 축복이라고 할 정도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부부가 많고, 속사정도 다양하다.

내 주변만 봐도 결혼할 때부터 부부가 협의하여 딩크로 살기도 하지만,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딩크가 된 경우도 있고, 소중한 아이를 품었지만 유산한 경우도 있고, 신혼 초부터 아이가 생기길 바랐지만 이유 없이 몇 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다가 지금 6살 난 아이와 행복하게 사는 집도 있다. 


자발적 딩크 부부 외 모든 부부는 아이를 희망하고 있는데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부부'라는 틀에 갇히는 것 같아 나 조차도 난임부부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았다. 그리고 난임부부하면 어딘가에 문제가 있을 것만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 않는가? 괜히 내가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으나 속사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그렇고, 임신 앞날을 예측하기도 어려워 친한 지인 아니면 "임신 준비 중"이라고만 뭉뜨그려 말을 했다. 

  


10명 중 1명의 아이는...

앞으로 수치는 더 늘어날 거예요.


신생아 10%가 난임 시술로 태어나…’ 난임 광폭 지원’ 절실

난임부부 3쌍 중 1쌍 ‘지원금 0원’…40% “난임휴가는 꿈도 못 꿔 퇴사” 


내가 병원을 다니며 임신을 준비하게 되자 난임부부에 대한 정부 기조, 지원 등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됐는데 2022년 기준, 출생아 10명 가운데 1명은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아 태어난 아이라고 한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대상자를 토대로 통계를 낸 거라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출산한 난임부부까지 포함하면 아마 수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높아지는 초혼 연령, 맞벌이의 보편화, 건강하지 못한 지구, 환경호르몬 가득한 생활환경, 인스턴트 식습관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 수치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지는 않을 것으로 쉽게 예상된다. 

최근 우리나라 저출산이 유례없을 정도로 심각해짐에 따라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 기조도 바뀌고 있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부부 지원으로 미약하게나마 확대되고 있고 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보이스를 보태고 있는데 이는 무척 환영할만한 일이다. 



결혼의 문턱을 넘으면 

낳을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우리의 아이


요즘은 결혼 자체에 뜻이 없는 사람도 많아 결혼까지 이르는 길이 쉽지 않지만 한 번 결혼의 문턱을 넘게 되면 아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 가족의 의미, 부부의 연결고리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아이'가 우리 부부에게 있어야 하는지, 없어도 되는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나 역시도 결혼 초반에는 아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맞벌이 부부로 경제적으로 꽤 괜찮은 삶, 이제야 생긴 여유, 아이한테 애정과 지원을 쏟음으로써 잃을 수 있는 나 자신의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영 끌리는 선택지는 아니었다. 나 혼자만 생각했다면 여전히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그 과정을 함께 분담한다면 아이를 낳는 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배우자에 대한 신뢰가 임신을 결심하는 데 큰 기반이 되었다.       


결혼만 하면 2명 이상 낳더라… 출산율 낮추는 건 非婚


실제로 결혼한 부부 대상 출산율이 낮지 않다는 기사다. 부부가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고 해도, 결혼하지 않는 가임기 여성이 빠르게 늘어나면 전체 출산율은 떨어진다는 건데 2017년도 기사라 최근 수치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지만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 주변 사례만 봐도 결혼하면 대개의 경우 다 아이를 낳는데 적게 낳으면 1명, 많이 낳으면 2명이 보편적이다. (3명까지 낳는 경우는 소수다. 3명은 정말 대단하다.)



응원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어요


실제 현실이 이렇다면 난임부부라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표현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 명칭을 바꾸면 어떨까,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부부가 아닌 우리 부부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아이희망부부> <아이소망부부>같은 표현으로 말이다. 난임부부라고 하면 주변의 걱정과 우려를 사는데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 응원해 주고 격려해주고 싶지 않은가? 


우리 뇌도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말하는 대로 인식한다는 데, 말하는 대로 된다고 하면 희망적인 단어가 여러모로 좋지 않겠는가. 그렇게 보면 명칭 하나가 아닌 그 이상일 것이다. 

 




추신. 


난임센터에 붙어있던 그 달의 임신성공 사례인데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말하지 않을 뿐 이렇게 많은 부부가 임신을 위해 오늘도 난임센터를 다니며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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