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로 기대하지 않는 마음이 익숙해질 때
두 차례의 인공 수정 시도와 실패, 세 번째 시도를 앞두고 인공 수정으로는 임신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안내받을 때 인공 수정은 총 5번까지 할 수 있고 인공 수정 1회당 임신 성공률은 평균 10~15% 정도. 하지만 횟수와 비례해 성공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2~3번을 많이 한다고 했다.
인공 수정은 별도로 채취한 운동성 좋은 정자를 배란일 시기에 맞춰 자궁에 삽입해 주는 원리이기 때문에 자연 임신과 비슷했다. 배에 주사를 놓고 챙겨야하는 약도 있지만 낮은 성공률이 말해주듯 몸에 부담도 덜 가고 시술도 20분 내외로 마무리될 만큼 비교적 간단했다.
이에 반해 시험관의 성공률은 20~30%로 나이가 40세 미만이면 더 높아졌다. 성공률이 2배 이상으로 높아지는 만큼 들여야 하는 에너지와 시간, 돈도 많아졌지만 난임병원을 어느 정도 다녔거나 나이가 많다면 인공 수정을 건너뛰고 바로 시험관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인공 수정이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혹시나 모를 10~15% 확률에 기대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쉽사리 아이는 오지 않았다.
요즘은 방송을 통해 시험관을 하는 부부의 신체적, 심리적인 어려움이 많이 알려졌는데 특히 여자에게 쉽지 않음은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 시험관 진행 여부를 앞두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는데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네 달이 되고 무심하게 시간이 흘러갔다.
2022년 4월부터 바쁘게 출석 도장을 찍던 난임병원을 해가 바뀌고 난 2023년부턴 가지 않았다.
난임병원 다닐 때 제일 중요한 건 (어렵지만)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인데 2023년은 연초부터 유독 굵직한 일이 많았던 해였다. 1월엔 시공이 곁들여진 이사를 해야 했고, 2월엔 택시를 타고 가다가 후방에서 트럭이 박는 교통사고까지 당해 한방병원을 3개월 넘게 다녔다.
한편으론 점점 흐르는 시간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흐르는 건 시간뿐만 아니었으니까...
내 나이, 난소, 난자 하물며 남편과 정자 모두 시간을 먹고 있으니까. 이미 의미 없다는 걸 알지만 자연임신 시도를 지속했다. 희망이나 가능성을 보고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그때의 나는 배란일을 챙기고, 남편과 같이 배란 시점을 공유하면서 서로 컨디션을 조절하고, 이런 게 당연하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가족의 달, 5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때 5월은 가족 행사뿐만 아니라 결혼식, 모임과 같은 개인 행사, 여기에 야근도 많아 빠르게 지나갔으면 하는 달이었다. "5월 언제 끝나?" 할 정도로 신체적으로 힘들었는데 어떤 주말 특히나 몸이 이상했다.
자던 와중에 자꾸 목이 마르고, 화장실도 몇 번이고 가서 새벽녘에 방광염을 검색해 볼 정도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열이 올라 주말 약속을 취소하고 종일 쉬었는데 다음 날도 이상한 증세가 계속되었다.
계속 따끔한 목: 코로나 걸렸을 때처럼 목이 따끔한데 코로나 자가키트 결과는 음성
참을 수 없는 소변: 소변 횟수가 미친 듯이 늘었고 참을 수가 없을 정도
쏟아지는 잠: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잠이 쏟아지고 쌓이는 피로도
오한: 새벽에 온몸을 심하게 벌벌 떨었고 계속되는 오한
아랫배와 옆구리 통증: 내내 아픈 아랫배와 문득문득 아픈 옆구리
코로나, 방광염, 몸살 등 종합적인 이상 증세가 이틀 내내 이어지면서 '혹시 임신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배란 예정일부터 일주일도 안 된 상황에서 이런 증상을 예민하게 느낀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걸 알지만 이 정도 증세는 과하게 느껴졌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해 봤는데 임신이거나, 여성질환 재발이거나, 전반적인 컨디션 난조로 인한 몸살이나 코로나 재감염 중에 하나일 거라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얼리 임신 테스트기를 주문했다.
임신을 준비하는 내내 마음과 머리가 따로 놀았다. 아이를 너무 바라거나 기다려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얼리 임신테스트를 할 수 있는 날짜가 도래하자 새벽 5시 20분에 눈이 절로 떠졌다. 기대 없이 해보는 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대감이 공존했다. 해가 떠오르기도 전, 남편 몰래 테스트기를 챙겨 화장실에 갔다.
항상 한 줄만 봤기에 이번에도 빼박 한 줄인가 싶었는데... 어라.... 어라..... 점점 두 줄이 된다!
시약선인 왼쪽선이 아직 연했지만 난생 처음 보는 두 줄이었다.
'진짜 임신인가?' 하는 기대감과 걱정이 같이 뒤따른다. 임신일까, 아닐까?
첫 두 줄을 확인하고 매일 아침마다 남편 몰래 임신 테스트기를 하기 시작했다.
유례없는 저출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정책 중 하나로 올해부터 거주지나 소득기준에 상관없이 난임부부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를 통해 맞벌이 부부도 갖게 되는 난임치료비 부담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올해부터 난임부부 시술비 소득기준이 폐지되었다. 나는 그 혜택을 받지는 못하지만 한때 고민이었던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난임부부라면 꼭 지원 혜택 찾아보세요.
우리나라가 출산 관련한 정책을 자꾸 늘리는 이유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2년 기준 0.78명이라는 얘기를 듣고 엄청 놀라는 외국 교수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을 들어본 적도 없어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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