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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기한 Mar 27. 2023

비자발적으로 '아이'가 없습니다.

1. 결혼기념일을 3번 맞이했습니다. 

20대 후반에 만나 5년 간 연애를 하고 부부로 연을 맺은 지 3년 차, 임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결혼 전과 직후, 임신은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아니었지만 가족을 꾸리면 막연하게 아이가 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많아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아이가 주는 행복은 추상적인데 반해 아이를 키우면서 맞닥뜨리는 현실과 제약은 구체적이고 분명해 '내가 아이를 낳아야 할까?'라는 회의론이 한번씩 크게 일곤 했다. 




남편은 '좋은 아빠'를 약속한 적이 없지만...


한껏 부정론자가 되어 남편과 대화를 하면 초지일관 같은 반응이었다.

- 너가 원할 때, 준비하면 돼. 너가 원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우리 둘이 재밌게 살면 돼. 난 너 있는 걸로 충분해.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은 남편에 대한 묘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했다. 남편은 연애 때부터 "꼭 아이는 키워보고 싶어"라고 말을 하던 사람이었고 실제로 어딜 가든 아이를 예뻐했고, 잘 놀아줬다.


정작 결혼하고 나선, 좋은 아빠가 될테니 빨리 아기를 갖자고 채근하거나 아이에 대한 열망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다. 그의 반응 이면에는 나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는 걸 알고 있다. 


지인의 아이와 함께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우리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게됐다.

 그는 충분히 좋은 아빠가 될 사람이었다. 내가 엄마 역할을 부족하게 해도 그가 채워줄 것을 알았기에 부정의 벽으로 가득했던 내 마음은 서서히 녹아 우리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임신 결심이 무색하리만큼...


오랜 시간했던 임신에 대한 고민과 결심이 무색하게 자연 임신이 잘 되지 않았다. 

임신이 생각보다 어렵고, 말하지 않는 난임 부부도 은근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 바로 임신은 기대하지 않았다. 내가 고령 산모 기준인 만35세에 다다른 점을 감안해도 그래도... 이 정도로 안될 줄은 몰랐다.  


자연 임신 시도 3개월이 넘어가자 병원을 찾아 산전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우리 둘 다 문제 없다고 했다. 


우리가 거주하던 지역에서 제일 큰 난임 병원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임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잘 찾아오셨어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환영 인사와 함께 매달 배란 유도제도 먹고, 난포 터지는 주사도 맞고, 고통스러웠던 나팔관조영술도 하면서 기대감 속에서 세 계절을 보냈다.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자 하루는 의사 선생님 앞에서 진심이 나왔다.

- 선생님, 저는 이해가 안 돼요.


선생님, 저는 이해가 안 돼요. 산전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왜 임신이 되지 않는지.. 

선생님, 저는 이해가 안 돼요. 부모의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도 아이가 생기는데 준비가 된 우리 부부에게는 왜 생기지 않는 것인지... 


임신에 대한 의지가 꺾일까 싶어 인공수정 1차, 2차까지 연달아 진행했다. 

2차 결과가 실패로 나온 순간, 인공수정 3차를 진행하는 건 큰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시험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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