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는 시험관인데 왜 못할까
인공수정 2차까지 실패 후,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는 시험관이었다.
개인적인 크고 작은 일 (이사, 교통사고 등)이 많아 시험관을 고민하면서 틈틈이 자연 임신을 시도해 봤지만 역시나 잘 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최소 7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 맞벌이 부부다. 매년 연봉이 오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 소리 나는 연봉도 아닌데 정부 혜택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 3차 정부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제외 (경기도민이라 결국 받기는 했다), 연말정산 징수 등 혼자일 때는 겪어보지 않았던 상황이 펼쳐졌다.
각자 성실하게 세금 납부하고 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니 허무했고 부양가족이 있어야 정부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느꼈다.
기본적으로 산부인과 (임신, 출산, 유산 등) 관련된 진료나 수술은 보험 지원이 안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꼴찌가 될 정도로 심각해지면서 정부 혜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고 정책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임신과 출산 과정에선 현금 지원 바우처, 출산 축하금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같은 부부를 위해선 인공 수정, 시험관 등을 할 때 시술비 지원을 해주는 난임부부지원 제도가 있다.
임신과 출산 지원은 소득과 상관없이 지원해 주는 보편적 복지가 적용되지만 난임은 소득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원해 준다.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액을 토대로 가구원수에 따른 소득판별 기준표가 있는데 계산해 보니 우리는 이번에도 혜택을 받을 수가 없었다.
정부혜택을 받지 못하면 병원과 약제 비용 일체를 100% 자부담해야 한다. 인공수정은 시술이라 그래도 감당할 만한 수준인데 시험관은 수술이 되어 비용의 단위가 달라졌다.
난임병원에서 받았던 초음파, 나팔관 조영술, 인공 수정 등 임신을 기대하며 지불했던 모든 비용을 더해보니 2022년 한 해동안 결제한 금액이 100만 원이 넘는다. 돈이 없으면 아이도 낳을 수 없는 세상이 됐구나,를 체감했다.
인공수정(진료와 시술, 약 비용 포함) 은 1회 차 당 약 20~35만 원이 들어 그나마 부담이 덜했다면 시험관은 인공수정의 최소 10배 총 200~4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잘 모르는 사람은 “난임부부지원정책 있던데 다 지원해 주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다.
정부 지원을 받아도 전액 지원이 아닌 상한선이 있고, 의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제도 있기 때문에 몇 십만 원은 든다고 들었다. 지원을 받아도 금액 자체가 큰 데 지원을 받지 않으면 시험관 회차 당 저 비용이 그대로 나가게 된다.
맞벌이 부부라고 해서 시험관 비용이 괜찮은 건 아니다.
우리도 평범한 부부로 소중한 월급을 받아 일부는 생활비 쓰고, 저축하고 그러고 산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맞벌이 부부라서 지원을 못 받는다는 글은 쉽게 찾을 수 있고 건강보혐료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도 많다. 정부 지원을 받아도 자부담 비용이 있는데, 아예 지원을 못 받는다는 건 부담이 된다.
내가 병원에 갔을 때 의료보험 적용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것과 동일하다.
첫 번째 시험관을 성공하지 못하면 또다시 200~400만 원을 들여 두 번째 시도를 해야 하는 데 이 모든 걸 내가 편안한 맘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몇 차례까지 갈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날 망설이게 한다.
아이를 원하지만, 돈 때문에 망설이는 스스로를 보며 '아직 그만큼 간절하지 않은 건가?'라는 생각을 한다.
부부 사이가 이렇게 좋은데 자연 임신으로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 반,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난임부부 지원 확대 정책이 맞벌이 부부까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으로 조금 더 기다리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든다.
(그런 면에서 올해 서울시가 소득 따지지 않고 모든 난임부부를 지원한다는 정책 발표는 반갑다. 경기도야 일해라)
덧.
-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등을 검색하면 대상자, 건강보험료 기준 등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 난임 시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기사가 있어 첨부한다.
http://wom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75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