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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sun 리선 Aug 23. 2023

흰머리 소녀의 그림일기

 오지라퍼 경월이


오지라퍼 경월이 2          


멍한 눈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띠리리 띠리릭~

신호가 한참을 가도 받지 않길래 막 끊으려는 찰나,     

어... 언니야
 
뭔 일 있나? 어디 아프나? 목소리가 왜 그래 힘이 없노?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한꺼번에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통화 내내 잔기침도 하며 목소리가 힘들어 보여서 대충 내용만 파악하고 통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내용인즉,

유방암 수술받았던 병원에 정기적으로 검사받던 중 폐와 연결된 혈관 부분에 이상징후가

보여 의사가 폐 전문의에게 바로 연결해서 정밀검사를 받게 했다.     

폐의 혈관은 동맥과 정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큰 혈관사이의 모세혈관을 통해 연결되어야 하는데, 경월이의 경우 동맥과 정맥이 협착되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기형적인 폐를 가지고 있었다.


경월이의 폐혈관을 자세히 검사해 보니, 예상치 못한 큰 수술을 해야만 했다. 병원에선 폐의 30%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경월이는 처음에는 단순한 시술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수술로 이어진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빨리 이런 이상 징후를 발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넘어갔다면 뇌졸중이나 폐종양, 심지어는 폐암까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로 갈 수 있다.

퇴원 후에는 유산소 운동을 통해 폐활량을 늘려야 한다고 의사는 조언했다. 경월이는 회복되면 반드시 운동을 하러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퇴원한 날이 왔다. 나에게 문자가 왔다.


 

언니야 나 오늘 퇴원한다~~ 너무 좋다~~!    

그래? 나도 좋다~~ 빨리 보고 싶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내가 사줄게~! 뭐 먹고 싶노?     

“응 콩국수도 먹고 싶고 냉면도 먹고 싶고~~~”     

“그런 건 다음에 먹고, 네가 좋아하는 한식당으로 가자.    

다음 주 화요일 12시에 봐, 내가 예약할게~~”     

     



약속한 화요일, 나와 경월이는 남양주 수석동으로 향했다.

초대라는 한정식집으로 들어서며, 넓은 주차장과 북한강의 조용한 흐름이 우리를 맞이했다.


한정식집의 입구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예쁜 정원이 펼쳐져 있다.

한강 뷰를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경월이는 감탄하며 내게 말했다.

“언니야 언니야 여기 너무 좋네?? 너무 예쁘다~ 요런데도 있었나?”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여기 오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너랑 함께 오는 건 나도 좋으니까"

     

“한강뷰도 보이고, 음식도 깔끔하고 소스가 자극적이지도 않고, 너무 맛있다.     

언니야 행복하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음식이 나오는 로 그릇을 싹싹 비워냈다.

샐러드, 호박죽, 잡채, 새우탕수, 등등~~

우리는 기분 좋은 배부름을 즐기며 일층 카페로 내려갔다.                        

오롯이 단둘이서 함께 보내기는 처음이다.


많은 얘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시간이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경월이의 마음가짐과 생각이 어른 같다.

그녀의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은 천상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다.   


경월이는 몇 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던 경험을 나누었다. 아픔과 고통을 겪은 뒤에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불교에 심취했고, 새벽마다 절에 가서 기도하고,

지금은 마음을 다스리고자 사경을 필사하면서 마음공부하고 있다 “

며 경월이는 잔잔히 독백하듯 내뱉는다.     

  



   

커피 한 모금 마시면서, 경월이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언니야 내가 오지랖이긴 한가 보데이~ 병원입원해서 처음엔 1인실에 있다가 수술 후 3인실로 옮겼는 데 있잖아, 할머니가 환자로 보호자는 할아버지가 들어오고, 한쪽침대는 언니가 환자이고 동생이 보호자로 들어왔는데, 팔십대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하시는 모습이 진짜 천사가 따로 없더라 근데, 문제는 할머니가 완전 애처럼 할아버지 앞에서 어리광 부리는 것처럼 보이더라 말이제 내 눈에는~”     

말하다 숨이 차는지 헉헉대더니, 그래도 말을 많이 할수록 덜 헉헉대는 거 같아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할아버지가 이것, 저것 먹어봐라 왜 안 먹느냐고 하면서 한입이라도 먹여보려고 애쓰시는데, 할머니는 입맛 없다고 계속 입맛 타령만 하고 있다 아이가! 몇 날 며칠을 음식을 먹을 생각을 안 하는 거라”     

“세상에 그래서??”     

나는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자니 내가 성질이 나서, 퇴원하는 날 한마디 하고 가야겠다 싶어 벼르고 있었거든~”     “그래? ”     

“할아버지는 냉장고에서 곰국을 꺼내가 탕비실로 데우러 그걸 들고 가는데”     

하면서,

커피쟁반을 들고 일어서더니 노인네들 특유의 행동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언니야 알제? 손을 덜덜 흔들면서 다리에 힘도 없이 나가시는데, 나간 지가 언젠데 올 생각을 않는 거라 ~”   

흉내 내는 모습을 보자 웃음을 참지 못한 나는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래서 내가 이때다 싶어서 어머니~ 저 봐라 할아버지가 한입이라도 먹이려고 저래 힘들여가며 곰국 뎁히러 가셨는데, 왜 안 드셔??? 무야지 지금은 어머니가 입맛 따질 때가 아니라니까

살라고 병원 온 거 아이가? 입맛은 내 몸 건강하고 집에 있을 때나 따지는 거지  사니 못 사니 하는데 입맛은 왜 따져요 하면서 내가 죽을 한입 떠서 억지로 먹였더니 세상에 먹는다 아이가”     

“ 어머나 그래?”     

“엄살이라니깐! 어머니 저 할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드셔야 된다. 그리고! 눈도 허멀 그래 뜨지 마시고 힘줘서 똑바로 뜨고!! 살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간호하는 사람도 힘이 날 거 아닙니까!     

가마이 있지만 말고 손도 젬젬하고 발가락도 움직여주고! "         

하면서 침을 튀겨가면서 말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헉헉대질 않는다.

말을 많이 하는 게 오히려 괜찮은가 보다.     

나는 옆에서 그래서? 아이고 잘했다 하면서 장단을 맞춰줬다.

그걸 지켜보는 나는 저 오지랖 어디 가겠나 싶었다.     

경월이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화장실 갔다 오니까 할머니 자리에 커튼이 둘려져 있고, 나는 내 자리에 있으니까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거라"  

“엥?? 무슨 냄새?”     

“샀는기라 먹었으니까로 변비가 어딨노 먹으니까 바로 나오는데! 냄새가 냄새가 ~”     

하면서 손을 코에 갖다 대며 손사래를 친다.

할아버지가 땀을 뻘뻘 흘리시며  나오시길래     

“창문부터 열어야 지예~~!”     

할아버지는 무안해하시며 “어, 그래그래.... ” 하시며 창문을 여셨단다.     

퇴원하는 날 할아버지는 경월이 보고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했다고 한다.

이야기 듣는 내내 배꼽을 잡고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었다.   

  

“이래 나와가 좋은 음식 먹고 좋은 경치 보고 좋은 사람과 이야기하니까 진짜 너무 좋다 언니야”     

“그래 나도 오랜만에 바람 쐬니 좋네 경월이랑 함께라서 더 좋아~

네가 안 아픈 게 내 최고의 선물이니까 아프지만 말고!”     

"이것도 다행이지 뭐 빨리 알게 돼서 수술했으니깐!"     

"그럼~ 천만다행이지 수고했어~ 감사하며 살자"


건강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는 자주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하며, 만약 문제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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