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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킥더드림 Oct 22. 2023

M2의 마음 7

그렇게 긴 밤이 지나 아침이 밝았다. 서하와 현우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 서하는 품이 큰 현우의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다. 

서하가 창밖을 보며 말한다. “정말 어젯밤이랑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하늘이 어떻게 저렇게 파랗지? 오늘은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없어. 너무 예쁘다.”

이때 현우가 서하에게 입을 맞춘다. 그러다가 서하가 입술을 때면서 현우를 살짝 밀쳐냈고 현우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왜 그래?”

“M2가 뒤에서 우리를 보고 있어.”

“그래? 뭐 어때?”

“쳐다보니까 민망해서 그렇지.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이어서 더 그런 것 같아.”

“그냥 로봇일 뿐이야. 신경쓰지 마. 전화기에도 인공지능이 탑재돼 있는데, 그러면 전화기가 옆에 있어도 민망할까?”

“사람이랑 닮았으니까 그런 느낌이 드는 거지. 그리고 M2는 세계 최고 사양의 인공지능이잖아.”

M2는 여느 일요일 아침과 다름없이 베이커리에서 산 갓 구운 빵과 방금 끓인 홍차를 테이블 위에 놓는다.

“M2, 고마워. 홍차 마셔봐. M2가 홍차를 진짜 잘 끓여.” 현우가 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현우와 서하는 잔을 들어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런데 홍차가 평소보다 훨씬 뜨거워서 깜짝 놀랐다. 얼마나 뜨거운지 넘긴 목 뿐만 아니라 아랫배까지 뜨거워졌다. 서하도 너무 뜨거웠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들고 있던 찻잔을 소파 위에 떨어뜨렸다. 그 모습에 놀라 현우도 잔을 떨어뜨렸고 홍차가 옷 위로 쏟아졌다. 아랫배는 계속 뜨거웠고 왜 그런지 서하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고개를 숙이니 옷이 붉게 물들었고 붉은 색은 점점 더 짙어 진다. 그런데 배에 은색의 뾰족한 금속성 물체가 보인다. 아랫배의 뜨거움은 통증으로 변했다. M2가 식칼로 현우의 뒤쪽 갈비뼈 아래를 찌른 것이었다. “쓰윽”하는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M2가 현우의 몸에서 칼을 빼냈다. 현우는 배를 움켜쥐고 신음 소리를 내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심장 박동 박자에 맞춰 상처에서 피가 나온다. M2는 칼을 들고 서하에게 다가간다. 서하는 소파에서 떨어져 바닥에 앉은 채 겁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난다. 발버둥치며 안간힘을 써가며 뒤로 도망치다 벽에 다다랐다.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다. 서하는 막다른 벽에 등을 기대고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살려 달라고 빈다.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리고 빨리 응급차 좀 불러주세요. 저렇게 계속 피를 흘리게 되면 죽을 거예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저는 당신을 죽일 이유가 없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M2는 손에 쥐고 있던 칼을 서하 앞에 떨어뜨렸고 거실 창가로 갔다. 주먹을 쥐고 양 손으로 힘껏 유리창을 쳤다. 유리창은 “쾅”하는 소리를 내며 조각조각 잘게 쪼개졌다. 그러나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다. M2는 한번 더 세게 창을 쳤다. 이번에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낫고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M2는 의식이 희미해지는 현우에게 다가가 그를 두 팔로 번쩍 들어 깨진 유리창과 가장 먼 거실 끝으로 갔다. M2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현우의 배에서 나오는 피가 바닥에 “뚝, 뚝, 뚝”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M2가 거실 끝에 서서 서하를 보며 말한다. “다른 사랑을 찾기를 바랍니다. 서하님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M2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였고 유리창 밖으로 몸을 던졌다. 벽에 기대 앉은 채 서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창 밖으로 나오니 차가운 공기에 부딪쳤고 따사로운 햇살은 두 사람을 감싸 안는다. 마치 전체가 파란 하늘색으로 칠해진 캔버스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앞으로 튀어 나간 관성은 중력에 붙잡혔고 중력가속도에 따라 M2와 현우는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바람은 한강에 잔물결을 일으킨다. 한강공원에는 한가로이 일요일 오전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M2의 눈에 비친 이 도시의 풍경은 다른 어느 날보다 유난히 더 아름답다.

잠시 후 “쿵”하는 커다란 소리가 주변 공기를 매개로 사방으로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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