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4일- 진서, 선아, 미지, 정인

by 킥더드림

8. 2021년 4월 4일- 진서, 선아, 미지, 정인
진서와 선아는 가게로 먼저 들어갔다. 미지는 입구 근처 가로등 아래에서 담배를 피운다. 진서나 선아 누구라도 담배를 피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이 외롭게 느껴진다. 마지막 한 모금의 담배 연기를 다 내뱉기도 전에 미지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진서, 선아, 미지는 각자 먹고 싶은 맥주를 한 잔씩 시켰고, 안주는 나초를 주문했다. 미지는 정인에게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톡을 보냈다. 한 30분 정도 지나 12시가 조금 넘으니 정인이 도착 했다. 미지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정인을 봤다. 미지는 오른 손을 길게 뻗어 올려 정인을 향해 팔을 흔든다. 선아도 반가운 마음에 정인에게 손을 흔든다. 정인은 손을 흔드는 미지와 선아를 보고, 셋이 있는 테이블로 온다.
“안녕, 너 요새 얼굴 보기 힘들다. 어디서 오는 거야?” 자리에 앉는 정인의 어깨를 툭 치며 미지가 물었다.
“작업하다가 왔지.”
“정인아, 진짜 오랜만이다.” 선아가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그러게 선아야, 진짜 오랜만이네. 반갑다. 우리는 대학교 때 보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대학교 때가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오래 됐다고? 우아, 그럼 못 본지 10년 정도 된 거네.” 선아는 정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지가 손으로 진서를 가리키며 말한다. “정인아, 너 혹시 진서 알아? 진서는 너를 모르더라고. 그 잘 나갔던 최정인을 말이야. 하하하”
“아.. 안녕하세요?” 진서가 어색해하면서 인사를 했다.
“야, 친구인데 ‘안녕하세요’는 뭐야? 그냥 말 놔.” 선아가 목청을 높여서 말했다.
“그래, 우리 말 놓자. 미지, 선아랑도 다 친구인데. 나는 진서 알고 있지.” 정인이 안다고 말을 하니, 진서가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진짜?”, “정말?” 미지와 선아가 동시에 물었다.
“그럼 정말이지. 사실 잘은 모르고, 이름이랑 공부 엄청 잘하는 친구라는 것만 기억나.”
“야, 나도 공부 잘했거든.” 선아가 정인의 말에 장난스럽게 발끈했다.
“야, 누가 아니래. 너 공부 잘한 것도 알지. 진서에 대해서 기억나는 거를 얘기하는 거야. 경쟁심은 여전하다. 이선아 아니랄까 봐.”
“정인아, 우리는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오자. 너희 둘이 잠깐 얘기하고 있어.” 미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정인의 팔을 끌어 당겼다.
“쟤들은 다 좋은데 담배를 안 피워.” 미지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정인은 진서에게 마시고 있는 맥주가 무엇인지 물었고, 진서와 같은 India Pale Ale을 주문하고 미지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미지와 정인이 담배에 불을 붙이자, 진서도 가게 밖으로 나왔다.
“미지야, 나도 담배 피워 볼래. 하나만 줘.”
미지는 진서를 빤히 쳐다본다.
“너 오늘 확실히 이상해.” 미지가 고개를 돌려 정인을 보며 말한다. ”너는 진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얘 오늘 엄청 이상해.”
정인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진서야, 그냥 내 거 한 모금만 피워봐.”
미지는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진서의 입에 물려주었다. 진서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 깊게 들이 마신다. 담배 연기가 기도를 지나 깊숙이 들어가니, 갑자기 기침이 나온다. “콜록 콜록, 켁켁 아우 콜록 콜록”
기침을 하는 진서를 보고 미지와 정인이 웃는다. 그리고 기침이 멈추자 진서는 한 모금 더 빨아들인다. 조금 전보다는 약한 기침이 나오고 머리가 조금 어지럽다.
미지는 진서가 들고 있는 담배를 낚아채듯 가져가면서 말한다. “담배 피우지마. 나도 곧 끊을 거야.”
담배를 다 피우고 셋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넷은 건배를 하고 맥주를 마신다.
“작업을 매일 이렇게 늦게까지 하는 거야?” 선아가 물었다.
정인이 나초를 입에 넣고 씹으면서 말한다. “늦게까지 하는 경우가 많지. 그리고 7월에 개인 전시회를 해서 요새 그거 준비하느라고 좀 더 바빠.”
“얘 엄청 잘나가. 전시회만 하면 그림 완판이야. 자식, 자랑스럽다니까.” 미지가 정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하하하 뭐 그렇긴 하지. 몇 전에 미지랑 같이 작업한 덕분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잘 되고 있어. 미지 덕이 크지.”
“아니야. 나도 너 덕분에..”
“멋있다.” 진서는 미지가 말을 하는 중에 갑자기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뭐가?” 선아가 물었다.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고, 그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사는 사람이 있고 하는 것이 멋있어.”
“어? 멋있는 건 아닌데. 하하하 어쨌든 고마워.” 갑작스러운 진서의 칭찬이 당황스러웠던지 정인은 어색하게 웃는다.
선아가 정인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면서 말한다. “그러게. 순수 미술한다고 해서 뭐 먹고 사나 걱정했는데. 전시회 할 때마다 다 팔린다고 하니 진짜 잘 됐다.”
“그러게 요새 여러 가지로 잘 풀리고 있어.”
“7월에 우리 다같이 정인이 전시회 보러 가자. 이번 작품은 어떨지 궁금하다. 괜찮지?” 선아가 말했다.
“그럼, 나야 너무 좋지. 언제든지 환영이야. 셋이 꼭 같이 와.”
“그러게 진짜 궁금하다. 7월에 우리 꼭 가자.” 진서가 술에 취한 듯 가슴에 손을 얹고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말한다.
그런 진서의 모습을 보고 미지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쟤가 저런 애가 아닌데, 원래는 감정표현이 거의 없거든. 아무래도 이상해. 어쨌든 같이 전시회 가면 재미있겠다. 나는 사무실에 걸어둘 그림도 사야겠어.”
“그래 나도 작품이 어떤지 궁금하다. 그런데 정인아, 너 지금 어디 살아?” 선아가 물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구반포에 살고 있지.”
“아, 그래. 같은 집에서 부모님이랑 살고 있는 거야?”
“응, 지금은 그렇고, 내년에 나오려고 해.”
“너 아직 결혼 안 했다고 들었는데, 결혼 생각이 없는 건가?” 선아는 정인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지 계속 질문을 한다.
“생각이 없는 건 아니고, 뭐.. 인연이 나타나면 하지 않을까? 하하하” 정인이 쑥스러운 듯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야, 너 뭘 그렇게 쑥스러워해? 그런데 얘는 예술가잖아.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영혼이어서, 결혼 생활이 잘 맞을지 모르겠네.” 미지가 말했다.
“지금 여자친구 있어?” 선아가 물었다.
“헤어진 지가 꽤 오래 됐어. 지금은 없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진서는 정인이 여자친구가 없다는 말이 반갑게 들린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새벽 2시가 넘었다. 가게 문을 닫아 밖으로 나왔다. 진서, 선아, 미지는 조금 취했고, 많이 마시지 않은 정인은 멀쩡하다. 선아와 미지는 택시를 불렀고, 진서와 정인은 걸어가면 된다. 가게 입구에서 10분이 좀 안되게 얘기를 하고 있으니, 택시 두 대가 차례로 도착한다. 선아와 미지는 택시를 탔다. 집 방향이 같은 전서와 정인은 서래마을에서 반포 쪽으로 가는 큰길가로 함께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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