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기명 Mar 10. 2022

우리의 2027년은 철 없이 행복하겠지

 32살보단 32세가 더 어울릴 나이. 5년이란 시간은 무척 길기에 27살인 지금 32세의 내가 멀게 느껴진다. 가늠이 안된다. 초등학교도 5학년이 되기까지 얼마나 길었는데. 키가 불쑥불쑥 크고, 목소리도 변하고. 5년이란 시간이면 주위 환경도 달라진다. 이사를 했거나, 다른 학원에 다니거나, 같이 다니는 친구도 달라진다.


 입사한지는 1년, 아직 독립하지 않았고, 여자친구와 사귄 지 5년이 된 27살. 입사한지는 6년, 아마도 독립을 했을 거고, 여자친구와 10년이 되었을 32세. 수많은 게 달라질 것이다. 희소성 있는 5년 차 카피라이터니까 워너비 했던 회사로 이직했을 것이고, 이곳저곳 다이소가 생겼을 성수동에서 자취 중일 테고, 10년 사귄 여자친구랑 여전히 넷플 틀어놓고 엽떡을 먹고 있지 않을까. 하이볼 전용 얼음을 넣은 쿨피스와 함께.


 친구들과는 지금 그대로 철없이 놀고 있을 테다. 카톡 단체방엔 여전히 되지도 않는 드립이 난무할 것이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앞으로의 30대에 대한 기대감과 지난 20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겠지. 20대만이 누릴 수 있는 수많은 경험을 앗아간 코로나19를 탓하며 소맥을 제조하겠지.


 그때쯤이면 여자친구가 내 친구들이랑도 친하지 않을까? 막상 친구들이랑 같이 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친구들이 여자친구랑 함께 보자고 하더라. 꼭 봐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서운해하는 표정을 보고 자리 한 번 만들겠다는 말이 나왔다. 32세엔 다 함께 편한 옷차림으로 한강에서 치맥을 먹을 수 있겠지. 내 흑역사가 궁금할 여자친구의 호기심 넘치는 눈빛, 입이 근질근질한 친구들. 눈치 보는 나. 5년 뒤면 여자친구도 철 없이 노는 우리랑 철 없이 놀 수 있겠지.

이전 29화 하루 종일 노트북을 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