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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Mar 16. 2022

월요일의 숙취는 아메리카노로 해장하기

 월요일을 실감 나게 해주는 건 가로등이다. 보통 가로등이 꺼질 때 출근, 켜질 때 퇴근하기에 주말내내 잊고 있던 가로등의 존재를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서울 끝에 살고 있기에 한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6시에 일어나는데 요즘은 해가 일찍 뜨지만 보통 집을 나서면 꽤 어두컴컴하다. 자전거를 타고 UFO가 뿜어내는 불빛 같은 가로등을 툭툭 지나친다. 약 5분가량 지나면 가로등 불빛이 꺼지고 온전히 자연에 의지한 지구를 보게 된다. 어둠에 밝은 물감 두 방울 정도 넣은 아침을 맞이한다. 유독 서늘한 월요일 아침은 뿌연 빛깔을 띠고 있다. 어둠이 희석되고 있는 것인지, 잠이 덜 깼는지 모르겠지만.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월요일은 숙취가 남아있다. 해장은 역시 아메리카노. 카페인이 잘 받지 않지만 커피 2잔을 허용하는 날은 월요일과 야근 날이다. 나뿐만 아니라 월요일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월요병을 몸소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짙어진 다크서클뿐만 아니라 예민함이 새어 나오는. "누가 월요일 오전에 회의를 하냐"라며 퉁명스럽게 말하곤 했던 그분은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어도 예민함은 그대로였다. 그 날카로움은 말투에도 반영되어 같이 일할 때 불편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월요일은 더 긴장되는 날이었다. 매주 월요일은 달력에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OO님이 예민한 날'이었다.


 월요일을 혐오하는 그분이 이직했다. 돌아오는 월요일이 평범한 요일처럼 느껴지더라. 텅 비어있는 옆자리에 항상 주말이 앉아있었다. 내일이 주말인 것처럼 마음 편한 날을 보내고 있다. 월요일 퇴근 후에도 다른 요일 대비 한산한 헬스장과 골프장에서 연습을 할 정도. 그동안의 내 월요병은 월요일이 아닌 사람한테 옮았었나 보다. 월요병은 어쩌면 전염병일 수도 있겠다. 언제까지 월요병 없는 나날을 보낼지 모르겠지만, 일단 즐기자. 오히려 평범해서 다행인 월요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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