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는 같은 해에 태어난 3명의 사촌이 있다. 동갑인 4명의 아이들은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만나기도 하고, 친척들이 모일 때마다 가장 큰 대화의 주제가 되곤 한다. 당연히 내용은 보통 누가 말을 잘한다. 누구는 키가 상위 몇% 이다. 누구는 걸을 생각을 안 한다 등등.. 좋게 이야기하면 아이들의 성장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지만, 다르게 보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그 아이들 중에서 우리 아이가 가장 느리다. 물론 탄생 자체가 10월 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교 상대는 안된다. 그래서 이미 다른 아이들은 모두 걷고, 말하고, 의사표현을 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는 이제야 겨우 아빠 손을 잡고 걸음마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아이들이 거쳐간 과정을 우리 아이가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는 자꾸 신경이 쓰인다.
당연히 사람마다 성장의 속도가 다르고, 각자의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조금 빠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우리 아이가 느린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고,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은근히 기분이 좋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지금 아이가 조금 빠르고 느린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 역시도 신체적 성장이 다른 아이들보다도 빠른 편이었지만, 어느 시점이 되니 그렇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았고, 결국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기의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이왕이면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더 빠르거나 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버리기 어렵다.
나는 얼마 전에 아이방에 설치해줄 커다란 아이 화이트보드를 샀다. 처음의 의도는 아이가 자꾸 만지는 콘센트를 가리려는 것이었지만, 이왕이면 아이가 자석놀이도 할 수 있고, 그림도 그릴 수 있는 화이트보드로 구매를 한 것이다. 그렇게 주문한 보드가 주말에 도착했는데, 결국 와이프에게 한소리를 듣고 말았다. 이제 70cm가 조금 넘는 아이에게 자기 키의 두배가 넘는 큰 보드를 사줬기 때문이다.
"오빠. 너무 일러. 너무 큰 걸 사줬잖아."
"아니 어차피 커서도 쓸 거니까, 이왕 살 때 큰 거 사면 좋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빨리 이것저것을 해주고 싶었다. 그 보드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각종 동물, 과일, 채소, 물고기들이 있는 자석스티커들이 도착해 있었고, 심지어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만, 무료배송을 핑계로 숫자놀이, 한글 놀이, 영어놀이 자적까지 모두 구매했다. 그 커다란 보드에 아이에게 자석교구를 잔뜩 붙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고, 아이에게 이 세상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쩌면 정말 그렇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내가 돈을 열심히 버는 것만큼이나, 내가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나는 아이에 대한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고, 아이를 잘 성장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요즘 나의 마음은 너무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절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표준 발달과정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우리 아이가 성장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아이의 페이스를 잘 이해하고 도와주어야겠다고 말이다.
세상의 수많은 낭비는 비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낭비뿐만이 아니라, 시간적 낭비, 재능의 낭비, 가능성의 낭비 등. 그리고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스스로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자꾸 비교하게 되고 낭비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우리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지금부터 잘 노력해보려고 한다. 우리 아이가 우리 아이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스스로의 존재만으로도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수 있도록. 다른 아이를 바라보고 비교할 시간에 나는 좀 더 우리 아이에게 많이 집중하는 아빠가 되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