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육아 퇴근이 꼭 필요한 이유

육아하는 아빠의 칼퇴는 필수

by 박희종

나는 회사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심지어 요즘 우리 회사에서 가장 바쁜 부서의 팀장이다. 경영진의 관심과 정책에 가장 연관성이 큰 부서의 팀장이다 보니 나는 회사에서 굉장히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칼퇴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대부분 오후 6시 15분 전에는 회사에서 나온다. 물론 나의 칼퇴도 쉽지는 않다. 칼퇴를 위해 근무 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집중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하지만 팀원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나오는 것은 팀장이어도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최대한 업무를 편하게 할 수 있게 타 부서와 협의를 잘해주거나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려고 한다. 물론 팀원들의 실수를 넘어가 주거나 간식을 쏘기도 한다.

나의 이 모든 노력은 나의 와이프의 육아 퇴근을 위해서다.

나는 운이 좋아 10일의 출산휴가를 받았다.(법이 개정되어 19년 10월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그 휴가를 바로 쓰지 않았다. 출산시기가 하필이면 회사가 제일 바쁜 시기이기도 했고, 조금 늦게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와이프가 조리원에서 나오고 출산도우미를 쓰고 나서 2주의 출산휴가를 썼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아이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일인지를 말이다. 나는 2주 동안 와이프의 잔신부름꾼 정도의 역할만 했지만, 그 어떤 바쁜 직장생활보다 지치고 힘들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고 그렇게 2주의 출산휴가가 지나고 나니 내가 다시 출근하는 순간부터 온전히 혼자만 해야 하는 와이프의 육아가 아찔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연말에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퇴근이 늦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와이프의 미소를 본 적이 없었다. 와이프의 독박 육아시간이 늦어져서 와이프는 낮잠 한번 화장실 한번 편히 가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사내부부다. 그래서 와이프는 나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는 상황에서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나는 그 기간 동안 마냥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연말이 지나고 나서부터 칼퇴를 시작했다.

나는 퇴근하는 순간, 손부터 씻고 아이를 안는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모유수유와 목욕을 제외하고는 모든 케어를 내가 하려고 한다. 먼저 지쳐있는 와이프를 침실로 가서 쉬도록 하고 나는 아이와 놀기 시작한다. 이제 백일이 지난 아이와 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서툴러도 노래도 불러주고 책도 읽어준다. 그러는 동안 와이프가 좀 쉬고 나오면 식사를 준비하기도 하고 운이 좋아 아이가 잠들면 내가 식사를 준비한다. 전쟁 같은 식사를 하고 와이프의 모유수유가 시작되면 나는 그동안 설거지나 집 정리를 하고 수유가 끝나면 트림을 시키고 잠을 재운다. 특히 잠을 재우는 일은 점점 커가는 아이를 안아야 하는 일이다 보니

무조건 내가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아빠 무릎에서 똥 싸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빈도와 확률로 내 위에서만 똥을 싼다. (모든 부모가 아이를 기르다 보면 거짓말쟁이가 되지만 이건 진짜다. 우리 아이는 계속 엄마랑 놀다가도 아빠가 안으면 그때 똥을 싼다)

그리고 아이를 재우는 것은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바닷소리 어플과 나의 자장가면 20분 안에 성공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중요한 것은 내가 조금 일찍 들어와서 아이를 책임지고 담당하면 와이프의 표정이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와이프의 표정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아주 좋은 영향을 준다. 육아는 힘들다. 육아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 할 만큼 겪어본 사람은 떠올리기 두려울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나는 그 와이프의 표정과 아이의 미소로 훨씬 행복하게 육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커뮤니티에서 육아를 하는 와이프가 칼퇴를 강요한다고, 퇴근길에 우유 하나를 사 오는 것도 싫어할 만큼 1분이라도 빨리 오라고 재촉한다고 그게 너무 힘들다는 글이 올라왔다. 나는 그 상황의 남녀 모두가 공감되고 안쓰러웠다. 다행히 많은 육아 선배님들이 좋은 조언들을 해주어서 나까지는 보태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위로와 응원을 보냈다.

남편들도 힘들다. 직장인의 하루가 녹록지 않은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힘든 하루를 아는 와이프들이 차라리 출근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한다. 그 이유는 육아는 단순히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떠나 그 전과는 비교가 안되게 나의 세상이 좁아지고 그 안에서 수많은 죄책감과 싸우는 일이다.( 아이의 작은 기침과 생채기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자신의 탓으로 여기고)

나는 아직 아니지만 많은 선배들이 분명히 점점 나아지고 여유가 생기는 시기가 온다고 한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아빠가 조금 더 도와서 육아 퇴근을 시켜줘야 한다.( 심지어 말이 퇴근이지 엄마들은 아이의 작은 칭얼거림에도 잠을 깬다.)

하루 종일 말 못 하는 아이와 좁은 집에서 보낸 아내를 조금이라도 쉬라고 안방으로 밀어 넣으면 분명히 다시 나올 때는 조금은 더 밝은 표정으로 나와 아이를 바라봐 준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전부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힘들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욱하기도 하고

쌓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우리가 그래야만 하는

대의명분이 있지 않은가

천사 같은 우리 아이

혹시나 흔들린다면 외처라


와이프는 우리 아이를 낳아준 사람이다

와이프는 우리 아이를 낳아준 사람이다

와이프는 우리 아이를 낳아준 사람이다


세 번만 외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와이프는 우리 아이를 낳아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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