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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Chun Mar 21. 2021

삶이 행복한가요?

공감과 선택

2020년 국가별 세계 행복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대상국 153개국 가운데 2015년 47위에서 떨어져 2020년은 61위를 기록하고 있다. 1인당 평균소득, 개인의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부정부패 등 6가지 기준으로 평가된 결과다. 일본은 62위를 기록했다. 북유럽의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노르웨이 등이 매년 부동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건강보험 등 의료서비스는 매우 앞서있지만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에서는 140위로 거의 꼴찌 수준인 것이 놀랍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회적인 불평등과 지원 부족, 차별이 더 나은 삶을 선택할 개인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으로 말한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는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국가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해서 개인의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개인의 행복지수를 계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행복지수가 낮아진다는 것이 결코 개인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위키 낱말사전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삶에서 기쁨과 즐거움, 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여태껏 행복을 좇아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며,  문득 스스로에게 행복한가? 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든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보아도 내 마음을 헤아리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행복을 정의한 말처럼 일상을 기쁘고 즐겁고 만족하게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한 건가? 아무것도 모르는 젖 먹이 아이마저도 시도 때도 없이 울지 않는가?


사실, 난 여태껏 내 현실에 만족을 느낀 적이 많지 않다.


돌이켜 보건대 현실에 만족하고, 생활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즐겁고 기쁨으로 가득한 온전한 하루를 살아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매일 경제적인 고민과 사회의 경쟁에서 낙오될 것에 대한 두려움, 나이가 들어가면 자녀의 앞날에 대한 걱정,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도, 보기 싫은 사람을 곁에두는 것도, 취하고 싶은 것을 취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뜻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되는가? 어찌 보면 살아가는 모든 것이 "苦"이고, 삶은 "樂" 보다 "苦"의 시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게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최근 코로나로 어머님과 아픈 이별을 경험하고 우울하게 갇혀 지낸 일상에서 정신을 차리고 내게 즐거움과 기쁨이 있기나 한 건지 나의 행복에게 조용히 물어보고 마음이 대답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바라보는 아침 햇살과 함께 지저귀는 청량한 새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행복하지 않았던가?

오랜만에 친구가 보낸 카톡 하나가 주는 반가움은 내가 가진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게 하지 않던가?

과거 어느 여름날 해삼이나 멍게 한 조각을 초장에 찍어 입에 넣을 때 느꼈던 향긋한 바다향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얼마 전 우거진 숲길을 산책하며 듣는 음악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꼈을 뿐 아니라, 봄의 길목에서 갑자기 환희 웃고 있는 집 앞의 개나리 꽃을 만나고 마음에 입고 있던 추운 겨울 옷을 홀가분하게 벗어던지며 좋아하지 않았던가?


치킨과 맥주가 있는 저녁,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처음 신을 때의 착용감,

털보다 보드라운 폴리에스테르 소재 블랭킷이 피부에 닿을 때의 촉감,

땀을 흘리는 조깅을 하고 샤워를 마쳤을 때의 개운함,

뿌린 야채의 씨앗이 발아해서 파릇하게 올라오는 소리,

산책 중에 만나는 복실 한 푸들 강아지,

...........


그러고 보니 그간 내가 느끼지 못한 채 나의 삶 속에 묻어 버렸던 행복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행복이지 않는가?


행복은 느낌이고 느낄 수 있는 자의 것이다.


국내외적인 경제 상황과 지구의 환경문제, 질병의 문제 등 세대를 떠나 개인의 모든 삶이 어렵고 힘든 요즘이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하는 삶의 선택들이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괴로움과 부족함의 일상 속에서 어쩌다 만나는 인생의 단비 같은 "즐거움"과 "넉넉함"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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