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Y Chun Oct 16. 2020

가을 끝자락에 매달린 스산함이 좋다.

선택과 공감

가을이 오는 느낌보다, 보내는 가을의 끝자락이 좋다.

시각적인 단풍의 감성으로 마주했던 세월을 넘어,

언제부터 인가 피부에 와 닿는 스산한 바람이 더욱 마음을 흔들어 댄다.

이제, 계절의 끝자락에서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스산함이 진정한 나의 가을이 된 것이다.  


이불을 꼬~옥 부여잡고 눈을 비비며 맞는 아침의 포근함이 좋고,

서리 낀 창 너머 모자이크 된 바깥 풍경의 색다름이 좋다.


맨발로 느끼는 카펫의 간지러움이 좋고,

계절의 끝에서 처음 걸치는 자킷의 따듯함이 좋고,

식탁의 커피잔 위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오름이 좋다.


따스한 햇살이 커피 김오름을 감출 때,

모자이크를 벗고 다가오는 창밖에는 스산한 가을이 걸려 있다.




스산해진 날씨가 안내해준 포장마차 국물 음식이 좋고,

바람에 파도처럼 밀려드는 낙엽 사이를 종종거리며 걷는 분주함이 좋다.


강도 노랑도 색을 잃을 쯤

스산한 바람이 붓을 흔들어 추억 속 추억이 된 이야기들을 다시 그릴 수 있어 좋다.


색 바랜 낙엽들이 마음속에 아무렇게나 뒹굴면,

행여 누구한테 그 마음 보일까 코트 옷깃을 여미어 감추는 가벼운 긴장감이 좋다.


세월과 함께 변한 나의 느낌처럼,

나의 가을과 당신의 가을이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


이전 04화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이 남기고 간 그리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