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디에 있니?

내 눈이 닿는 곳에 있는 너만 보기

by 로지

둘째가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렸다. 아이들이니 그럴 수도 있지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좀 민감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을 마시면 열에 한 번 꼴로 사레가 들렸다. 지금도 툭하면 침 삼키다가도 사레가 들려 토할 만큼 기침을 하는 날이 있다.


"저는 왜 이렇게 사레가 잘 들릴까요?"

요가 수업을 하다가 사레가 들려 수업 도중 뛰쳐나오고는 대타 선생님이 들어간 적이 있다. 그 날 선생님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물었다. 정말 궁금했다. 왜 물도 제대로 못 마시는 반푼이가 됐을까?

당시 선생님께서는 웃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물 마실 땐 물 마시는 것만 생각해야지. 그게 힘들면 물을 꼭꼭 씹어먹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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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Ikhsan Sugiarto on Unsplash


물을 꼭꼭 씹어먹는다고?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한가?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이 있으신 분이 있다면 해 보시라. 물을 씹어먹으면 물 마시는데만 집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정말 꼭꼭 씹어먹으라는 말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절박한 마음에 정말로 물을 입에 넣으면 꼭꼭 씹었다. 그리고 최소한 물을 마실 때 그 말이 생각나면 사레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 물을 마실 때는 물 마시는 것만 생각해야 되는 거다.



물을 한 컵 마시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가능한 한 빨리 그저 목구멍으로 넘기는 대신
시간을 갖고 그 경험을 자각해보라.
실제로 한 컵의 물을 음미하며 마신 적이 언제였는가?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때> p.189



명상을 시작하면서 분주하기만 한 내 삶을 돌아본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지만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하지 않기도 한다. 마음을 내내 다른 곳에 쏟아 붙고 있다.

'점심 메뉴는 뭘로 하지?' '저녁은 또 뭘 먹지?' '시간이 몇 시지? 벌써 2시네.' '책을 더 읽을까?' '내일 글은 뭘 쓰지?' '빨래를 해야 하는데.' '쌀이 떨어졌구나.' '마스크는 어디서 구하지?' '멍하게 있으면 안 돼.' '뭐든 해야지.'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은 없을까?'

마음은 내내 '해야 할 일'에 가 있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창 글을 쓰는 중에 아이가 말을 걸어온다. 마음속이 번잡하다. '아! 흐름이 깨졌어.' '쓰려던 말을 단어라도 남겨둬야 하는데.' 그러면서 입으로는 "음? 뭐? 다시 말해줄래?"라고 한다. 아이는 말을 하고 눈은 아이를 쳐다보고 있지만 정말 내가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했을까? 솔직해질 시간이다. 대답은 "NO". 눈은 시간을 슬쩍 확인한다. 머릿속으로는 쓰려던 글을 잊어버릴까 되새기고 있다. 아이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고 눈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지만 과연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에센셜리즘>은 삶을 단순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고 단순하게 생활하면서 번잡한 요소들을 제거한다. 그래야 정말 집중해야 할 때 정말 중요한 일에 온전히 '몰입'해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번잡하고 변수가 많은 생활이지만 단순화시키려는 노력이다. 어떻게 하면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가 가능할지 하나씩 해 보자.


1. 아침에 일어나면 샤워 - 몸풀기 - 명상 - 독서의 순서로 하루를 시작한다.

2. 모두의 아침이 시작되면 나의 할 일을 끝내고 큰 아이의 공부와 함께 글쓰기를 한다.

3. 점심을 먹고 그 날의 활동을 한다. 외출을 할 수도 있고 방 정리를 할 수도 있다.

그냥 같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요하다면 공부를 조금 더 하는 것도 선택 사항이다.

4. 동생들이 하원을 하면 놀이 시간을 갖는다. 제발 핸드폰은 치우자.(방법을 생각하자!!!!)

5. 매 끼니를 뭘 먹을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식단을 미리 짜 놓고 계획한 대로 준비한다.

6. 예정된 저녁 메뉴를 준비하고 식사를 한다.

7. 정리를 끝내면 운동을 하고 씻고 잔다.


명상의 필요성을 느꼈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쫓기듯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나는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흡 하나에도 나를 담은 연습이 필요했다.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에는 정신 산만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말을 늘 귓등으로 흘려듣는 데에 지쳤고, 아이들은 아빠가 같이 있어주지 않는 데에 불만이 커진 상태였다. 어느 날 아이에게서 아빠가 곁에 있을 때조차도 마음은 다른 데 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자는 상황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그는 매일 10분을 할애해 명상하는 요소에 초점을 맞췄고, 고작 일주일 만에 가족과 친밀한 유대감을 직접 체험했다. 나는 그의 외침이 잊히지 않는다. "일주일 내내 아이들에게 소리 한 번 안 질렀어요."



오늘 아침에도 둘째에게 소리를 질렀다. "개똥! 손!!!!!!" 둘째는 멍하니 있으면 열 손가락 손톱을 다 물어뜯는다. 몸은 막내에게 시리얼을 먹이고, 마음은 큰 아이 공부 시간에 맞춰 아이들 등원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니 행동을 바로 잡아주는 것도 소리 지름으로 대신하는 거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시간에는 "개똥! 박수 세 번 시작!" 정도로 톤이 낮아지긴 하나 명령조의 어투가 바뀌는 건 아니다. 아직도 해결점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중이긴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소리를 지르는 게 솔루션이 되지는 않는다. 다시 생각해보자. 나는 왜 쫓기고 있을까? 지금 내 눈이 닿는 곳에 아이가 있다면 거기에 마음을 쏟아야 하는 게 아닐까?


날 닮아 늘 생각은 장난감에 가 있는 둘째에게 오늘은 물 마실 때는 "물아 고마워." 하는 거라고 알려줘야겠다. 밥도 잘 안 씹어먹는 아이에게 '꼭꼭 씹는 거야'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 고마워 말 한마디가 부디 행동에 집중하는 효과가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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