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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Apr 11. 2021

작은 성취의 위대함

도전의 근육을 만들기 위한 작은 팁들

 내가 만든 한계의 박스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작지만 끊임없는 흔들기를 시도해야 했다. 무엇을 좋아하고 추구하는지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와 자극을 통해 거르고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뭐든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않는가.


처음에는 내가 가진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에 새로운 관점과 영감을 줄 기회에 나를 최대한 노출하려 노력했다. 최인아 책방에서 하는 저자들의 북 토크, 탈잉과 클래스 101 수업, 줌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들. 지난 몇 년간 내 분야의 일에만 관심을 가지던 사이에,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했으며 코로나로 인해 예상하기 힘든 방향으로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번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좋은 자극을 열심히 흡수하고 소화해내려 하다가도, 좁은 우물 안에만 있었다는 생각에 나 혼자 남겨진 듯 의기소침해지는 날도 있었다. 더불어 길어지는 자아 찾기 여정(이라 쓰고 백수의 시간으로 읽는) 속에서 점점 떨어지는 자신감을 위해서도 압도적인 인풋에서 벗어나 작은 원동력과 나를 위한 칭찬이 필요했다.


그래서 따라잡는다고 생각하면 아득함 먼저 느껴지는 거창한 목표 대신, 나에게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영화 <예스맨>에서 매사에 부정적이던 주인공 짐 캐리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든 제안에 'Yes!'를 외치기로 한다. 한국어 배우기, 비행기 조종, 악기 배우기 등 모든 기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의 태도뿐 아니라 인생도 변화무쌍하게 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전 오만가지 생각과 걱정부터 들 때는, 가끔 그 영화를 떠올린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일단 'Yes!'를 외치고 나면, 걱정 대신 그것을 어떻게 할지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했던 소소한 성취들과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사용한 작은 트릭 몇 가지를 적어본다.


-읽고 쓰기의 생활화

내 안의 책벌레 어린 소녀는 회사원이 되고 사라진 지 오래였다. 업무 외에 나를 위해 읽고 쓰는 일을 즐거움의 영역으로 보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서 '목표 잘게 쪼개기'의 방법으로 나를 도왔다. 시작하기 전에 완벽한 계획부터 세우려는 나쁜 버릇을 가진 내가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춘 것이다. 처음부터 '일주일에 책 한 권'이라고 하면 금세 포기할 게 뻔했기에, '한 달만 하루에 원서 최소 15분 읽기', '자기 전 일기 최소 3줄 쓰기' 같이 구체적이고 작은 목표들로 쪼개다 보니, 비교적 힘들지 않게 해낼 수 있었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분량이 늘어갔다. 아직 완벽하게 습관화가 되기에는 조금 더 지속해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한라산 등반

모임원들이 알면 부끄러운 말이지만, 그전에는 1년에 등산을 한번 갈까 말까 했던 나로서는 사실 일단 등산 모임에 나간 것만으로도 이미 작은 성취였다. '난도를 조금씩 높이는 방법'을 통해 힘듦보다는 하이킹 뒤의 보람과 걷기의 즐거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 크다고 느낄 수 있게 적응기를 가졌다. 그 뒤에 '몰라서 용감하게' 한라산 등반에 참여해 증명서를 받고, 서울시 잡지에 코로나 시기 거리 두기 야외 활동 기사에 모임원들과 나오는 일까지 생겼다.


-영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취득

여행을 할 때 에어비앤비의 숙소와 체험을 모두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퇴사 후 좀 더 이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동시에 카우치서핑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국내외 여행 시 로컬들에게 안내를 부탁하거나 부탁받는 일을 자연스레 해왔는데 이 역시 취미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다양한 수업과 강연을 통해 이 분야도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 우연히 보게 된 것이 마침 시험 접수 중인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이었다. 1년에 한 번 보는 국가시험이라 선 신청, 후 고민을 하기로 했고, 얼떨결에 토익과 4과목의 필기시험, 면접시험까지 준비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회사 시절에 없던 영감도 가져다주던 '마감의 힘'을 믿기로 했다. 빠듯한 기한 내에 많이도 달라진 토익 문제와 생소한 법규를 읽고, 가물가물한 국사를 다시 공부하면서 그 충동적인 신청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이거 안 하면 이 시간에 내가 어떤 더 발전적인 일을 하고 있었을까?'라고 생각하며 그런 감정을 덮어버리려 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친구와 함께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


-바디프로필 촬영

인스타그램의 시대에 고백하건대, 나는 아직도 온라인상에 나를 모르는 이들에게 흔적을 남기는 것이 조금은 불편한 사람이다. 가끔 혼자 즐겨보던 홈 트레이닝 인플루언서가 체험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평소라면 체험 후기를 공개적으로 남겨야 하는 부담에 넘겼을 텐데, 다시금 '예스맨' 영화를 떠올렸다. 마침 꾸준한 운동 동기도 필요하고 SNS에 대한 거부감도 줄여볼 겸 신청서를 보냈다. '어차피 경쟁도 치열할 테고'라는 안일한 마음도 있었는데, 정말 당첨이 되어버릴 줄이야.

이 시도에서는 '책임감'을 이용했다. 나에 대해서 50페이지를 써 내려가며 발견한 사실 중 하나는, 나는 결심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일단 시작하면 책임감이 강한 편이었다. 특히 그것이 다른 이와의 약속이라면 더더욱. 그때부터 매주 인증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했고, 운동에서 가장 힘든 운동 준비 과정이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만들어지니 운동 자체는 더 수월해졌다. 마지막에는 우수 체험단으로 뽑히게 되었고, 이 경험 덕에 다른 필라테스 강사분의 온라인 수업에도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이 수업에서는 전일 참석을 완료해, 부상으로 바디 프로필 촬영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역시 완벽한 몸을 목표로 했다면 그 바디프로필의 기회가 부담스러웠을지 모르지만, 그저 한 달 열심히 운동한 결과를 기분 좋게 남기는 것을 목표로 생각하니 부담없이 할 수 있었다.




 내 삶에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내가 가진 것과 주변을 먼저 변화시켜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나. 원래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내게 퇴사 후의 무기력함은 작은 시도도 큰 장벽처럼 느껴지게 하곤 했다. 위의 성취들도 써놓고 보니 쉽게 한 듯하지만,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것에도 필요 없는 고민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맞는 트릭들이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면 항상 작심삼일에 그친다면 3일만 해보자고 계획을 세우고, 언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부담감을 덜어줘야 한다. 그 계획을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독서를 한다면 침대 옆에 책을 가져다 두고, 필라테스를 한다면 퇴근 후 지날 수밖에 없는 곳에 있는 필라테스 수업을 신청하는 등 말이다. 개과천선해서 내일부터 바른 생활을 하길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영화 <인셉션>에서 꿈 속의 세계를 설계하듯 내 주변의 조건과 환경을 촘촘히 설계해본다면 성공의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작은 도전들은 당장 내 인생을 바꿔주지는 않을지라도 내가 무언가에 도전하고 성취했고, 그래서 아마도 조금 더 큰 다른 도전도 시작해볼 수 있다는 용기를 가져다줬다. 또 그런 시도들은 어느새 다른 기회와 시야를 갖게 도와주기도 한다. 운동할 때 조금씩 근육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작은 세부 목표들을 쉽게 성취할 수 있게 만들어놓으면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는 것처럼 조금 더 부담 없이 앞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작은 도전에도 실패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결과가 어떻든 그사이의 내 노력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시도한 나를 칭찬해주고, 휴식 후에 언제라도 다시 시도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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