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슨 Nov 20. 2022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잃지 않게 하려면

인공물, 표방가치, 암묵적가정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노력

기업에게 '조직문화'라는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힘인 동시에, 경영진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워하는 난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부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추진하고자 노력한다.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은 어느 기업이나 비슷하지만, 그 노력에 대한 결실을 얻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떤 기업은 내부적으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일구어 나가며, 대외적으로 비치는 브랜딩 역시 잘 가꾸어나가는 곳이 있는 반면, 열심히 하는 노력에 비해 가시적인 결과물을 얻지 못하거나, 오히려 과거보다 퇴보하는 기업들도 있다.


훌륭한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조성하는 조직과 뜻하는 바대로 조직문화가 잘 형성되지 않는 조직 간에는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조직문화와 조직개발 분야의 거장인 에드거 샤인의 조직문화 3단계 모델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에드거 샤인(Edgar H.Schein)

MIT 슬론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조직심리학의 대가. 조직문화와 조직개발 분야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아가는데 큰 기여를 했으며, 저서로는 <조직심리학>, <새로 쓴 절차 컨설팅>, <경력의 닻>, <겸손한 컨설팅>, <헬핑>, <조직문화와 리더십>, <겸손한 리더십>, <리더의 질문법> 등이 있다.


에드거 샤인의 조직문화 3단계 모델

에드거 샤인은 조직문화를 만들어내고 나타내는 요소로 3가지의 개념을 제시한다. 구성원들의 무의식에 존재하면서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조직 내의 공기와 같이 떠다니며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암묵적 가정(Underlying Assumptions)', 그리고 조직이 명시적으로 지향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선언문인 '표방하는 가치(Espoused Beliefs and Values)', 마지막으로 이런 가정과 가치를 담아 만들어낸 인공물(Artifacts)'이 바로 그 3가지 개념이다.


Edgar H. Schein의 조직문화 3단계 모델을 참고하여 개념 정리를 해보았다. (배경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 3가지 개념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인공물'은 그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들이다. 이는 형태를 띠고 있는 물체일 수도 있고, 무형의 제도나 프로세스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유형물로는 페이스북의 자판기(직원들이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종 사무기기를 즉석으로 제공해 주는 자판기를 사무실에 두고 있다.), 무형물로는 일본의 결재 프로세스(반드시 도장을 사용하여 결재를 하며, 각 결재단계의 관리자와 담당자들은 최고경영자의 도장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모양으로 기울여서 도장을 찍어야 한다.) 등이 있다.


페이스북코리아에 있는 자판기(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cosmeplanb)


일본의 결재 도장 (출처 : 요미우리 신문)


'표방하는 가치'는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션, 비전, 핵심가치와 같은 것들이다. 어느 조직이든 궁극적인 회사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고, 나아갈 미래에 대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도록 이와 같은 선언문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의 'Focus on Impact(중요한 것에 집중하라)', 애플의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 넷플릭스의 'No Rules Rules(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와 같은 것들이 있다.


'암묵적 가정'은 구성원들의 무의식 속에 자연스레 내재화되어 있는 믿음이나 생각들을 말한다. 쉽게 풀어보면 '어떤 상황에서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 역시 예를 들자면, 일반 직원이 관리자보다 일찍 퇴근하면 눈치가 보인다거나, 우리 팀의 자료를 다른 팀에 공유를 할 때에는 꼭 팀장 이상의 승인을 받아 공유해야 한다거나, 업무시간에는 반드시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등이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 3가지는 독립된 개념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그 조직의 문화를 형성하게 되고, 이들이 서로 일치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구성원들이 안정적으로 조직문화를 받아들이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공감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이 3가지 개념이 서로 불일치하는 경우, 구성원들은 조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을 느낄 수 있고,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과 의지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아래의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보자.


불일치 사례

한 기업의 조직문화에 대해 사회적으로 큰 실망감을 안겨준 사례가 있다. 바로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조직의 표방 가치를 선언하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진행했던 '두산 그룹'이다. 두산은 이 슬로건을 2009년부터 시작하여 꾸준히 브랜딩에 신경 써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2016년 두산 계열사의 대규모 명예퇴직 이슈가 불거지면서 표방하는 가치(사람이 미래다)와 인공물(명예퇴직 실시), 암묵적 가정(사람을 미래가 아닌 비용 관점으로 바라본 시각) 간 불일치를 여실히 드러내며,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당시 두산그룹 홍보영상


출처 : 컨슈머치


출처 : 한겨레


두산 그룹의 경우, 워낙 대외적으로 브랜딩에 힘썼기 때문에 이 부분이 더욱 도드라지게 보였던 것 같고, 사실 우리가 매일 경험하고 있는 회사 내의 생활에서도 이런 불일치 사례들은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인공물] 유연 근무, 원격 근무 제도 ↔︎ [암묵적 가정] 직원들에게  업무시간을 유연하게 풀어주거나 아무 데서나 근무하도록 허용해 주면 근무기강이 해이해질 거야.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겠어.


[인공물] 자율 복장 제도 ↔︎ [암묵적 가정] 복장을  규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줄 경우, 근무 분위기를 해치거나 고객 응대에 방해되는 복장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을 거야. 그냥 자유롭게 놔두면 안 되고, '카라 있는 옷을 입으라거나, 청바지는 안된다거나' 등의 가이드라인을 줘야 해


유연 근무 제도나 자율 복장 제도는 기본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신뢰(암묵적 가정)에 기반하여 추진해야 하는 제도라 생각한다. 직원들이 원하는 근무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직원들에게 그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해도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게 '스스로' 자기 규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율 복장 제도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에게 복장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할 때에는, 직원들이 본인의 직무 성격이나, 본인의 일정(고객 응대, 외부 업체 미팅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에 따라 적절한 드레스 코드를 선택하여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 가정이 있어야 추진할 수 있는 제도라 생각한다.


이런 암묵적 가정(직원들에 대한 신뢰) 없이 그저 다른 회사들이 다 하니까 우리 회사도 뒤처지지 않게 이런 것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추진했다가는, 직원들은 회사가 본인을 불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조직에 대한 신뢰와 애사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런 불일치를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이 경험하게 된다면, 회사에서 지향하는 가치나 조직문화의 방향성 등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게 되고, 이러한 악순환이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그 외에도 아래와 같은 불일치 사례들을 들 수 있다.

[표방하는 가치] 고객 중심, 고객가치 우선 ↔︎ [인공물]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닌, 회사와 경영진이 원하는 것들로 가득 찬 상품이나 앱

[인공물] 결재 프로세스 개선 또는 간소화 ↔︎ [인공물] 간소화되지 않은 조직구조

[표방하는 가치]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 [암묵적 가정] 회사 전체보다 우리 팀이 먼저야.


이미지 출처 : Pixabay


조직문화 개선에 대해 기대감을 잃지 않게 하려면...

1) 불일치를 제거하는 노력

에드거 샤인의 3가지 개념에 대해 완벽하게 서로 일치시키고 운영하고 있는 조직은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조직은 '인공물 - 표방하는 가치 - 암묵적 가정'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가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강한 의지로 추진하고 있을 것이고, 어떤 조직은 이런 유기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행사나 캠페인 등의 과제를 수행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쓰고 있을 것이다.


구성원들이 조직문화에 대해 신뢰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잃지 않게 하려면 3가지 요소에 대해 불일치가 발견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표방하는 가치(지향점)와 조직 내에 만연해 있는 암묵적 가정의 차이가 큰 경우, 이 차이점을 인정하고, 표방하는 가치를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도록 암묵적 가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위의 사례 중 표방하는 가치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인데, '회사 전체보다 우리 팀이 먼저야'라는 암묵적 가정을 가진 조직의 경우, 구성원들이 팀보다 조직 전체를 먼저 생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 조직평가와 개인평가제도의 개선(팀 평가 비중을 낮추고 타 팀과의 협업 성과에 대한 비중 높이기),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 운영 등을 통해 조직 전체를 위해 일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나 좋은 것이라는 암묵적 가정을 형성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 긍정적인 직원 경험 제공

구성원들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조직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그 메시지는 리더의 업무지시, 게시판의 안내문, 회사 내 문서, 경영진의 언행, 회사의 제도, 조직의 개편과 예산의 편성 비중, 동료와의 소통 등 회사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과정에서 받게 된다. 그 메시지들이 곧 구성원의 긍정경험(Positive Experience)에 영향을 미치며,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어 조직의 '암묵적 가정'을 하나씩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표방하는 가치가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이라면, 구성원들 역시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조직 내의 제도나 인프라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의 일환으로 인력 배치와 조직 개편, 예산의 편성이 뒷받침되는 움직임을 구성원들이 눈으로 보고 느껴야 '아, 지향한다고 하는 그 방향성에 우리 회사가 진심이구나'라는 메시지를 받게 되고, 이런 메시지들이 모여 조직문화 3단계의 가장 기저에 위치하는 '암묵적 가정'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 https://brunch.co.kr/@matigevic/2


이전 10화 긍정경험을 제공하기 좋은 실천 사례(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