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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Oct 23. 2024

리더의 공감(Empathy)

'공감', 구성원과의 소통을 위한 열쇠

리더들에게는 참 많은 키워드들이 요구된다. 성과, 조직관리, 인력관리, 리더십, 코칭, 통찰력, 전문성 등등...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이 회사 또는 구성원들로부터 요구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공감'이 아닐까 한다. 리더의 역할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 중이라면, 리더십을 발휘하는 장면에서 '구성원의 이야기에 공감해줘야 한다', '공감역량이 필요하다' 등의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떤 개념에 대해 알아볼 때에는 그 개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전혀 다른 의미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그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많은 행동들을 실천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그 때가서 모든 것을 주워담기에는 너무 큰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는 '공감'이라는 단어에 대한 개념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공감(Empathy)'이란 무엇인가?

실제 리더의 코칭 장면을 보면, 아래와 같은 대화가 오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


리더 : (자신의 고민을 설명)

코치 : 구성원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리더 : 제가 실제 공감이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코치 : 리더분께서 말씀하시는 건 '동감'인 것 같아요. 상대방의 생각과 같은 것이 동감이죠. 당연히 리더분의 생각과 구성원의 생각은 다를 수 있어요. 구성원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이에요.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 이해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코칭을 받는 리더조차도 '공감'과 '동감'을 유사한 개념의 단어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공감'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을 통해 확인하면, '동감'이라는 단어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국어사전]

공감 :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동감 : 어떤 견해나 의견에 같은 생각을 가짐. 또는 그 생각.


[영영사전]

Empathy : the feeling that you understand and share another person's experiences and emotions , the ability to share someone else's feelings.(다른 사람의 경험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느낌,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


영영사전에서 정의하는 공감(Empathy)의 개념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설명인 것 같다.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공감은 분명 동감과 다르게 표현하고 있긴 하지만, 언뜻 봐서는 공감과 동감을 거의 동의어로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실제 한영사전에서 '공감'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Empathy 뿐 아니라, Sympathy, Agree 등의 유의어가 함께 제시되기도 하고, 심지어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한국어로 '공감'을 검색하면 Empathy라는 단어는 보여주지 않고 Sympathy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Empathy)이라는 단어에 대한 개념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공감'을 검색한 화면 캡처


다른 글에서 Empathy와 Sympathy의 차이(https://brunch.co.kr/@matigevic/11)에 대해 언급한 바 있지만, (홍익대 나건 교수님이 한 강연에서 소개한 개념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이 Empathy와 Sympathy를 구분해볼 수 있다.

Empahty 는 feel 'with ~'의 개념으로, 진심으로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

Sympahty 는  feel 'for ~' 의 개념으로, 진심으로 깊이있게 공감하는 수준이라기 보다는 '동정'이나 '연민'에 가까운 의미.


리더가 '공감'이라는 단어를 Empathy의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고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면, 열심히 코칭받고 공부하고 나서도 구성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결과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래서 '공감'에 대한 개념 정의는 꼭 하고 가야 한다.


리더에게 공감능력의 저하는 자연스러운 일

과거에 방영된 인기 TV프로그램인 '세치혀'에 출연한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님은 재미있는 연구 하나를 소개하신 적이 있다. 당시 장동선 박사님은 '왕따'와 관련한 이야기를 주제로 다루었고, 왕따 사건이 발발하게 되는 이유로 '상대방을 괴롭혀도 되는 이유의 합리화'와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공감의 결여'를 꼽았다. 


즉, 나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나만의 논리를 가지고,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을 때, 사회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을 기꺼이 하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상황을 회사 내로 가져와 생각해보자. (평소 업무 태도나 성향이 양호한 직원이) 업무 수행을 하며 실수를 했거나, 미숙한 업무 처리를 한 직원에게 과도한 꾸짖음을 하는 리더를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해본 일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리더의 자리에 있는 분들도 과거에 본인이 실무자의 위치에서 일을 할 때 분명히 그런 리더를 보았거나 겪어봤을 것이다. 


그 분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질책의 대상이 되는 구성원이 무언가 잘못을 했고, 나는 그것을 바로 잡고자 한 것이라는 이유를 댈 것이다. 왜 업무 중 실수를 하게 되었는지, 업무 수행을 하며 어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서 일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는지 당사자가 이야기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핑계로 들리고 유의미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장동선 박사님은 위의 방송에서 이와 관련한 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두 가지 메시지를 주었다.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되면 뇌에서 2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1)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능력이 줄어든다.
2)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는 공감능력이 마비된다.


TV프로그램 '세치혀' 장면 중 캡쳐(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tNfs2S5sqCc)


해당 연구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얼굴 중 코와 입을 가리고 눈만 내놓은 상대를 바라보고 그 사람의 감정을 맞히는 실험이다. 즉, 상대방의 눈만 보고 그 사람이 슬퍼하는지, 화가 났는지 등을 맞히면 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코와 입을 가린 상대방의 눈만 보고도 그 사람의 감정상태를 대부분 알아맞힌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또는 자신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똑같은 얼굴을 보여주고도 표정의 변화를 읽지 못한다. 즉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장 박사님은 이와 같은 권력자의 공감 능력 저하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설명하면서, 노력을 통해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이와 같은 연구결과가 모든 리더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대어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은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 전의 모습과 리더의 역할을 하며 나타나는 모습이 위의 연구와 같이 점점 변화하기도 한다. 반면에 리더가 되어서도 여전히 구성원들과 공감하며 원활한 소통을 이어가는 리더들도 있다. 


후자의 리더들의 특징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은 리더가 된 후에도 꾸준히 책을 읽고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일이 아무리 바쁘게 몰아 닥쳐도, 구성원의 가정사와 건강 등의 문제를 더 우선순위로 챙겼다. 본인의 실수로 일을 그르쳤을 땐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구성원이 잘한 일이 있으면 고맙다 말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안보이는 곳에서 소소한 감동의 선물을 건내곤 했다.


그런 모습들이 그 사람들의 천성이라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런 모습들의 상당 부분은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공감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가 공감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해볼 수 있는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떤 노력을 실천해보면, '공감을 참 잘해주신다',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그동안 해왔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나 리더 대상으로 실시한 코칭 사례들을 종합해보았을 때, '경청, 표현, 표정, 질문' 이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청]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본다. 내가 할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듣지 말고, 온전히 그의 이야기를 집중하여 듣는 것이다. 전문코치님들이 코칭 세션을 진행할 때 주로 제시하는 잘못된 행동사례 중 하나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이 말에 뭐라 답할지 생각하면서 듣는 것이다. 머릿속이 다음에 내가 무슨 말을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하다면, 상대방의 말이 내 귀를 통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을 하고 있는 상대방 역시, 귀신같이 그런 태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리더의 모습을 인지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그는 점점 입을 닫게 된다. 대화와 소통의 경로가 닫히게 되는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에 반드시 답을 내려 제시하지 않아도 좋다.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다른 질문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상대방의 내면을 알아보고,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는 것이다.


[표현]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현을 입으로 해야 한다.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 미안하다고 표현하고, 감사하거나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고맙다', '훌륭하다' 등의 표현을 정확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사람의 마음이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단순하다. 불만이 가득한 상황에서 리더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사람도, 본인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주고 그 공감을 바탕으로 표현하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녹아내리기도 하고, 자신의 희생과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 가득했던 사람도, 그동안 못알아봐서 미안하다며 고맙다고 표현하는 그 말 한 마디에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이런 표현에 인색해진다.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면 내가 이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고맙다고 말하면 괜히 우쭐해할 것 같은 불안함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은 잘 안되더라도 공감 역량을 훈련한다는 생각으로 이와 같은 표현의 노력을 조금씩 해보는 것이 좋다.


[표정]

한 리더의 예를 들면, 그분은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들을 때 자연스레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 리더는 

평소에도 무언가에 집중하면 미간을 찌푸리는 습관을 가진 분이었는데, 구성원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그런 표정이 자주 나온 것이다. 그분 나름대로는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기 때문이었던 것일 뿐인데, 구성원 입장에서는 '내가 기분 나쁜 말을 한걸까", "말 실수를 한 건 아닐까", "오늘 기분이 안좋으신가, 나중에 이야기할까"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리더의 표정은 묵시적인 메시지의 역할을 한다. 그 표정이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구성원은 리더의 표정으로부터 소리없는 신호(signal)를 느낀다. 리더의 입에서 나오는 내용은 좋은 말과 따뜻한 말들인데 표정이 반대의 신호를 주고 있다면, 구성원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질문]

어려움을 호소하는 구성원에게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당신에게 힘이 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리더가 구성원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한적인 권한 안에서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구성원 역시 리더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돕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돕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성원은 리더가 본인에게 던지는 이 질문만으로도 (실제 그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더라도) 상당 부분 마음의 안정을 얻을 것이며, 리더와 이야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앞서 리더들이 리더하기 참 힘든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공감'과 관련한 내용을 써내려가면서 다시 한 번, 리더로 살아남기 위해 해야할 노력들이 얼마나 많고 난이도가 높은지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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