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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동고양이 Aug 29. 2021

밥 차리는 주부의 자존감

떨어지는 자존감을 주어 담아 글을 씁니다.

참 밥하기 싫다. 말하기가 민망함과 죄책감이 올라올 때가 있는 나는 오늘도 하기 싫다. 밥을 차리는 주부는 매일 무얼 먹나 고민한다. 그리고 내가 먹고 싶은 게 스친다. 그게 메뉴가 되기도 하고 냉장고 야채가 숨넘어가려고 할 땐 그게 저녁거리가 된다. 사실 그런 일은 다반사다. 


냉장고를 열어 무얼 하면 좋을지는 금세 보이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저녁거리는 금세 나온다. 문제는 내가 하기 싫고 내가 먹고 싶지 않을 때다. 입맛이 없거나 누구나 그렇듯이 내가 한 음식이 별로인 날은 더 부엌을 째려본다. 나도 내가 한 거 말고 남이 해주는 별미가 먹고 싶은가 보다.


문제는 이렇게 남이 해주는 게 먹고 싶은 건 참 다행일 때가 있다. 내가 하기 싫고 몸이 따라주지 않는데 먹고 싶은 것도 없을 때는 짜증이 난다. 나는 안 먹을 테니 가족들 한 끼 차려주는 것이고 냉장고를 뒤져 불을 켜고 썰어 끓인다. 된장찌개 한 그릇 뚝딱 만들어 논다. 


부엌일이 더욱 자존감을 떨어뜨릴 때가 있다. 내가 고단할 때 돌아서면 점심 저녁이 계속해서 멈춤 없이 이어질 땐 손을 놓고 싶다. 엄마들의 살림, 요리가 취미에 맞는 사람도 있다지만 난 아닌가 보다. 한때는 내가 꽤나 적성에 맞기는 하다고 생각했다. 남들 보기에 잘하게 보이니 나도 내가 좋아한다는 착각과 가면이었다.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에 그렇게 빠졌으면서 꽤나 살림과 요리가 그것도 육아까지 완벽하게 잘 해낸다며 혼자 자아도취였다. 이왕 하는 거 즐기면서 하자, 어차피 할 일 잘하자 싶었나 보다. 내가 잘한다는 혼자 만의 착각에서 이제 벗어나고 싶다. 부엌에서의 떨어진 자존감은 어떻게 주워 담을 것인지 이미 알았다. 


떨어지지도 않은 자존감은 그저 내가 떨어지지도 않게 붙들고 있어 더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냥 탁하고 놔버리면 다른 곳에서 다시 그곳에서 채워지거늘 혼자 전전긍긍 보이는 게 다인 줄 알며 지냈다. 단지 밥 차리는 게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다. 내가 나를 찾는 과정임을 인정하니 그리고 나로 보고 싶어 끄적거림이 자존감 올려준다. 


그저 감정에 속박되어 지금 하는 행위에 불만을 토로하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까를 알 것도 같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완벽한 척하는 것도 나를 갉아먹는 것이기에 오늘도 적당히 밥 차리는 주부가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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