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우와 박지나가 다시 만났다. 그들은 박장우와 아웃라인 면회했을 때 크게 다퉜지만 지금은 공동의 적에 대처하는 게 더 급했다.
“아빠가 스위스은행 때문에 그러는 걸 아는데도 그 여자를 찾아달라고 오빠한테 부탁했다고요? 그게 말이 돼요?”
박지나는 목에 핏대를 올리며 지현우를 다그쳤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지호씨를 못 찾으면 박민혁이 계약해지를 한다니까요?”
“아빠, 제 정신 아닌 거 아니에요? 현우씨, 포에버월드 들어가면 성격이 변하기도 하나요? 살아있을 때 아빠라면 절대 그럴 리 없어요. 여자 때문에 돈을 포기한다구요? 그런 사람이 돈 때문에 두 번이나 여자를 버려?”
“어떡하죠? 지호를 찾지 못하면 박민혁이 정말 저지를 것 같은데, 당신 오빠를 말릴 방법이 없을까요?”
지현우와 박지나는 마주보고 말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말만 하고 있었다.
“안 되겠어요. 내가 다시 아빠와 통화해야 할 것 같아요. 현우씨.”
“무슨 수를 써야 해요. 지호의 계약기간도 지켜주지 못한다면 난 최악이에요. 난... 그럴 수 없어요. 나 때문에 포에버월드에 가게 된 것인데, 강제로 칩을 뽑히다니.. 말도 안 돼.”
“현우씨, 지금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아빠가 스위스은행 계좌를 알려주면 모든 게 끝이라구요! 오빠가 약속을 지킬 거 같아요?”
“그럼 어떡해요? 지호를 안 찾아주면 당장이라도 계약해지할 것 같은데. 더구나 지호는 위치코드가 없는 시스템 에러라서 예외적 계약해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요.”
“찾아주면? 찾아주면 오빠가 그냥 잘 살아라, 하고 놔둘 것 같아요? 내가 말했죠. 부자는 절대 허튼 곳에 돈 쓰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내가 다시 아빠와 통화할 수 있게 해줘요!”
지현우는 박지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의 말도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박민혁의 말도 사실이다. 그는 한다면 하는 인간이니까.
“박장우씨와 아웃라인 면회는 이제 불가능해요. 박민혁이 지나씨가 통화한 걸 알고 완전히 막아놨어요. 박장우씨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그건 시스템적으로 할 수 없어요.”
“이..이런.. 그럼 이걸 어떡하지? 그럼 현우씨는요? 현우씨는 연결할 수 있잖아요.”
“그것도 강제로는 안돼요. 거주민이 응답해야 하고, 받지 않으면 끝이에요.”
박지나는 절망하는 것 같았다.
“이봐요. 박지나씨. 돈 생각만 하지말고 사람 살릴 생각을 해봐요. 지금 지호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구요!”
“지현우 팀장! 그쪽이야 말로 정신차려요! 윤지호는 죽었어! 죽었다고! 죽은 사람 목숨이 어떻게 위협받아?”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나한테 지호는 살아있어! 얼마 전에 얼굴도 봤단 말이야.”
“이런 미친 인간! 너 같은 인간하고 말하는 건 시간낭비야!”
박지나는 지현우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벌떡 일어나서 카페를 나갔다. 그러나 지현우는 움직이지 않고 같은 말만 혼자 반복했다.
“괜찮아. 괜찮아. 방법이 있을 거야. 괜찮아. 방법이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