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동안의 탱고, 그녀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나(2)
그녀가 찾아간 곳은 탱고 아카데미였다. 인터넷에서 탱고 아카데미를 뒤진 뒤 모란이 찾아간 곳은 번화가에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건물의 7층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얼굴이 뽀얗고 살집이 있는 스포츠머리의 남자가 서 있었다.
-저기요, 탱고 배우러....왔는데요...
모란이 더듬더듬 말을 잇자 남자가 웃었다. 눈매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아예, 이쪽으로 오세요....
남자가 말한 “이쪽”은 다 낡아빠진 데다가 심하게 얼룩진 오래된 천 소파였다. 모란은 앉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남자는 또다시 권했다.
-여기 편하게 앉아서 기다리시죠.
모란은 하는 수 없이 소파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살짝 대고 앉았다. 잠시 후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었다. 모인 사람들은 탱고 왕초급 반원들이었다. 예닐곱쯤 모이자 서로를 소개했다. 모란이 처음 본 그 남자는 자신을 강사라고 소개하면서 말했다.
-앞으로 8주 동안 여러분과 함께 할 말똥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쪽부터 닉네임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그의 오른쪽에 있던 남자가 닉네임을 말했다.
-사이코입니다.
그다음 사람이 말을 이었다.
-저는 대박입니다.
-저는 앗싸입니다.
그렇게 옆에서 옆으로 자신의 닉네임을 말했고,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몇몇은 이삼주 수업에 오더니 그 뒤론 말도 없이 사라졌다. 모란은 딱히 정해 놓은 게 없어서 이름을 말했다.
-저는 모란입니다.
그들 예닐곱은 동그랗게 원을 그린 채 2명씩 파트너를 이루어 마주 보고 섰다. 말똥이 말했다.
-지금의 파트너가 마음에 들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노래 한곡이 끝나면 남자가 한 칸씩 오른쪽으로 가서 파트너를 바꾸거든요. 자, 그러면 조금 어색할 수는 있습니다만 서로를 껴안으세요. 탱고는 껴안기에서 시작됩니다. 탱고용어로는 아브라쏘라고 하지요. 자, 파트너와 아브라쏘를 해보세요.
모란은 난감했다.
‘남자를 껴안으라고? 그것도 처음 본 남자를?'
모란의 파트너인 앗싸는 그녀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그녀의 심장이 쿵쿵거렸다. 눈을 내리깔았다. 남자는 한걸음 더 가까이 오더니 두 팔을 벌려 그녀를 껴안았다. 남자에게서 향수냄새가 살짝 스쳤다. 모란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뻣뻣해졌다.
-자, 서로 껴안은 채 한 걸음씩 걸어보세요...남자는 왼발 먼저, 여자는 오른발 먼저. 음악에 맞춰 천천히 걷는 겁니다. 서로의 호흡을 느껴 보세요. 탱고는 두사람이 두개의 심장과 네개의 다리로 걷는 게 아니라 하나의 심장과 두개의 다리가 움직이듯이 마치 한사람이 걷는 듯이 추는 춤입니다. 자, 서로에게 집중하세요.
우노 도스 뜨레스 꽈뜨로 우노 도스 뜨레스 꽈뜨로,
하나 두울 셋 넷 하나 두울 셋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