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남자의 품에 안겼다고?
천일동안의 탱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3)
- 그래서? 처음 본 남자 품에 안겼다는 말이네? 야, 모란이 니가 그렇게 끼가 있는 줄 몰랐다야. 지금까지는 그라믄 뭔데? 내숭이었나?
-나도 모른다. 암튼 말 마라,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리고, 심장은 아주 그냥 쫄깃해지더라,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드만. 남자 키에 따라서 얼굴이 맞닿기도 하고, 코가 닿기도 했거든. 향수 냄새 살짝 나니까 정신까지 혼미해지더라. 그 기분을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네.
-엄마야, 엄마야, 가시나, 내숭쟁이 맞네 맞아
-있제, 첫 번째 남자를 안았을 때 그 뭐라 해야 돼노. 그 남자는 쪼매 말랐는데 내 앞가슴이 남자 가슴에 닿자마자 그 남자 숨소리가 달라지는기라. 그라고 그 남자 콧김에 내 머리카락이 폴폴 날리더라꼬.
-엄마야~~~~가시나야~~~~그래서 좋드나?
시향이 짓궂은 농을 하며 웃었다.
-몰라~~~좋고 그런 거는 모르겠던데... 좋은 건 아닌데 안 좋은 것도 아니고. 그게 좋고 안 좋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드라야.
-좋으믄 좋은 거고 안좋으믄 안 좋은 거지 그런기 어딨노.
-그라믄 좋았다고 치지뭐.
모란이 머쓱해하며 말했다.
첫 번째 탱고 강습 이후 모란은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발바닥은 불이 난 듯 화끈거렸다. 평소 운동화를 즐겨 신던 그녀였다. 잠을 설친 이유가 발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향아, 이게 뭔지 모르겠다야. 내가 몸 쓰는 거는 처음이잖아. 잠자고 있던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다야. 혹시 내가 억수로 춤 잘 추게 되믄 우짜지?
-별걱정을 다한다. 내가 예언하는데 니는 절대로 춤을 잘 추진 몬할껄. 옛날 무용시간에 니는 몸이 뻣뻣해가지고 폴더가 안됐잖아. 몸 수그리면 손가락 끝이 바닥에 닿을락 말락 했으면서. 근데 탱고에 훅 빠진 거 같기는 하네. 그거면 됐지. 지루한 인생길에 뭐하나 빠질만한 거 있는 게 좋다이가.미쳐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인데 차라리 탱고에 미치는기 낫지.
-맞제? 탱고에 미치는기 낫겠제. 그라믄 인자부터 탱고 제대로 배워볼란다.
그 날 이후 모란은 저녁마다 아카데미로 출근하다시피 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