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전문가의 탄생
유튜브를 하니 전문가가 됐다
요즘 관심 있게 보는 유튜버 한 명이 있다. 올해 초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브이로그 채널이 일명 ‘떡상’하여 현재는 유명 브랜드와 협업은 물론 브이로그 잘 찍는 비법을 알려주는 온라인 클래스도 판매 중이다. 말 그대로 물 들어올 때인 그는 유튜브 세상에서는 눈만 돌리면 그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채널에 초대될 정도다. 그의 전문 분야는 바로 퍼스널 브랜딩.
최근 그의 영상에서는 자신이 기존에 강의했던 이론을 그대로 적용시킨 브이로그 채널의 성공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영상을 보면 그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퍼스널 브랜딩의 전문가다.
그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영민하게 구분한 후 자신의 이미지를 어떤 형태의 콘텐츠에 어떤 도구를 써 표현해야 할지 기가 막히게 파악하고 있었다. 마치 정답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를 그의 과거로 데려갔다. 1년 전, 2년 전에 그가 만든 영상으로 말이다. 그의 영상은 그가 알고 있는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었지만 ‘전문가’로 칭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어떤 분야든 처음 시작을 위해 유튜브를 찾는 시대가 도래한 후 그의 정보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그는 수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가 됐다. 이 시점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온라인 클래스를 결제했다.
온라인 클래스에서는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었다. 자격증이나 학위 등이 필요치 않았고 오로지 당사자의 의지만으로 강사의 자격이 주어졌다. 누구든지 아주 얕은 기술과 지식이라도 있다면 클래스가 생겼다. 그리고 이들의 클래스 수강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팬덤이다. 얼마나 많은 팔로워와 구독자를 가졌는가. 그들의 팬덤은 곧 티켓 파워다.
티켓 파워를 가진 강사의 클래스는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다. 클래스의 높은 판매율은 스타강사를 만들고 좋은 리뷰는 명강의를 만든다. 팬덤이 사서 팬덤이 남긴 리뷰로 말이다. 물론 모든 클래스가 그런 것은 아니다. 유익하고 알찬 강의가 훨씬 많다. 단지 지금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인 비즈니스 스킬 혹은 돈 버는 스킬을 강의하되 그 내용이 원론적이거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먼 귀걸이 식의 설명뿐인 일부 달변가를 말하는 것이다. 온라인 클래스가 성장하기 전 이미 주식이나 부동산 분야에서는 흔한 일이지 않았나 ‘난 노하우를 알려줬고 돈을 버는 것은 당신들의 몫’
이렇게 강의로 소위 ‘대박’을 친 강사는 이제 출판계의 러브콜을 받게 된다. 이것 또한 온라인 강의에서 티켓 파워가 검증된 강사를 통해 베스트셀러를 만들고자 하는 출판사의 전략이다. 강사는 유튜브와 클래스의 내용을 취합하고 다듬어 책을 출간한다. 이제 유튜버는 강사에 이어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고 비싼 기업 강의에 초청받게 된다. 그렇게 이 시대의 전문가가 탄생한다.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이 흐름을 타느냐 타지 않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내가 가진 지식을 유튜브에서 뽐낼 것인가 혹은 알고만 있을 것인가. 전문가가 될 것인가 그저 아는 게 많은 사람이 될 것인가.
얼마 전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유튜버에게 405만 원을 썼다는 자극적인 내용의 영상으로 ‘떡상’한 유튜버가 있다. 그는 영상에서 405만 원어치의 강의는 물론 유튜브의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수백 개의 영상을 봤다고 말했다. 그런 본인이 확인한 결과 그 속에 대박은 없고 유료 강의를 보느니 책을 한 권 보는 게 낫다고 한다. 해당 영상에는 현재(2021.9.29) 1,072개의 댓글이 달렸고 조회수는 64만 회를 넘어섰다.
그리고 얼마 전 그가 온라인 유료 강의를 개설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돈을 벌기 위해 몇 백만 원을 쓰고 수백 개의 영상을 본 그가 찾은 돈 버는 방법은 그가 돈을 지불한 많은 전문가들처럼 강의를 개설해 본인 역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가 유튜브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유튜브를 하니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