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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슨니 Oct 15. 2021

불확실의 늪

내가 빚어져가는 과정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쉽게 믿었으면서, 그 이유가 모여 나의 미래를 만들 것이란 확신 따위는 쉽게 하지 못했다. 원래 삶이란 표류하는 것 마냥 불안한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의심이나 불안 대신 기대를 품어보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리란 생각이다. 불안은 품을수록 몸을 부풀려 나를 압도하는 것이었으므로.


각자 자신의 걸음과 방향으로 힘껏 내딛을 테지만, 끝내 도착점에서는 서로를 보며 “안녕”하냐고 물으며 웃는 날을 기대한다. 공감의 부재는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만큼 여유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으니. 부디 각자의 길과 방향으로 나아가되, 자신을 응원하는 만큼 곁에 있는 이들에게도 눈 돌릴 틈을 잃지 않았으면. 물론 나부터 잘할 일이다.


표방 혹은 표류로 나를 증명하며, 내 이름을 덧입혀 살기도 하는 나날이겠지만 그 안에서 내 안의 고유함을 발견해내기를 원한다. 더불어 나의 가능성을 믿는 만큼 타인에게 관대해지자고, 내게 내재된 자기 확신 또한 그간 곁에서 인정과 사랑과 보살핌으로부터 기원된 것임을 잊지 말자고. 필히 단단하게, 부디 같은 곳을 바라보다 만났으면 좋겠노라고 읊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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