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
나의 삶은 너무나 피로했다. 현관문을 닫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3층 계단을 몇 번이고 오르내리고 했기 때문이다. 매일 강박적으로 현관문을 확인하다 보니, 어떤 날은 차에 도착했을 때 문단속을 한 기억이 어제인 지 오늘인 지 조차 헷갈렸다. 며칠 집을 비우는 날이면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인덕션은 제대로 껐는지, 멀티탭의 전원을 껐는지-혹시 켜진 멀티탭에서 불이 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 또 어떤 날은 공항에 가는 버스 안에서 고데기를 제대로 끄고 왔는지가 걱정돼 지인에게 부탁해 집에 가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그 뒤로는 밖에 나서는 날이면 집안 곳곳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닫힌 문을 찍고, 꺼진 불을 찍고, 창문의 걸쇠까지 촬영했다. 불안감이 들 때는 사진첩을 열어 다시 확인해야 안심이 되었다.
해결책은 하나였다. 집을 떠나지 않는 것. 그 무렵 나는 외박하는 것을 싫어했다. 본가에 가도 전기요의 전원 등을 걱정하고, 과열 시 자동 차단이 있다는 문구를 확인해야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러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고, 문단속이나 화재에 대한 염려 등은 덩달아 해소되었다. 그런데 다른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모든 업무를 메신저로 진행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단어 하나하나, 심지어는 마침표(.)의 유/무까지도 나를 불안하게 했다. '내가 혹시 실수를 한 것은 아닐까?' '이 사람이 업무 요청에 화가 난 건 아닐까?' 비대면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들을 걱정하며 우울증이 함께 깊어졌다.
어느 날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나가는데, 차가 덜컹거렸다. 긴급제동이 걸린 것이었다. 주차장은 꽤나 여유가 있는 편이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차에서 내리기가 무서웠다. 혹시라도 누군가 주차장 바닥에 누워있던 건 아닐까 하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이 벌어졌으면 구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 내 차 문을 열고 내려 바닥을 들여다보았다. 물론 그곳에는 아무도,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눈치도 없이 떨리는 손으로 겨우 핸들을 부여잡고 집으로 들어섰다. 내 눈으로 분명히 아무 일도 벌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나서도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주차장에 다시 돌아갔다.
돌아간 주차장은 차 몇 대가 이동한 점 빼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열려있는 주차장은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니?" 하고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인터넷을 검색해 내가 타는 차가 운전석 문이 열려있는 경우 긴급제동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차선을 확인하느라 잠시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을 때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해프닝으로 나는 지옥 같은 4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날이 내가 정신과에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한 날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강박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일-예를 들면 문단속을 자주 하는 일-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라 이것이 강박장애의 증상이라는 것조차 인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늘은 이 글에 우리가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강박의 종류들을 나열하고, 혹여나 깨닫지 못한 채 일상에서 작은, 때로는 자신을 삼킬 만큼 강한 불안과 강박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
1. 지나치게 손을 자주 씻는 경우
떠올리기 싫지만 원치 않은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강박사고와는 달리,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신체적 혹은 정신적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강박행동이라고 한다. 나는 코로나 시기 이후 손 씻기에 집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상생활 중 택배 박스를 뜯거나 심지어는 청결하지 못한 오래된 건물에 방문해 엘리베이터 버튼 등을 누른 경우 나는 즉시 손을 씻을 수 있는 화장실을 찾는다. 물론 손을 자주 씻는다고 모두 강박장애는 아니다. 손을 잘 씻는 훌륭한 생활 습관을 지닌 사람일 수도 있으니, 아래 사례들도 함께 살펴보길 바란다.
2. 무의식적으로 숫자를 세는 경우
요리를 하면서 칼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양파를 썬다고 가정해 보자. 혹시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지는 않은가? 이 역시 강박행동이다. 때로는 숫자가 딱 떨어지지 않으면 일부러 그 숫자를 맞추기 위해 한 번을 더 썰거나 덜 써는 경우도 있다. 칼 질뿐만이 아니라 담배를 태울 때도 몇 모금을 피웠는 지를 마음속으로 세고 있거나, 심지어는 양치를 할 때에도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며 적절한 숫자가 될 때 양치를 멈추는 성향이 있는 사람도 있다. 나는 늘 글을 쓸 때 사례를 3개씩 적는 습관이 있는데, 이 역시 강박적인 행동이다.
3.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
일전에 쓰레기집에 대한 글(https://brunch.co.kr/@peachwrites/6)을 쓴 적이 있는데, 이른바 저장강박이라고 불리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 역시 강박장애의 일종이다. 증상이 약한 경우에는 몇 년 동안 입지 않을 보관 한다거나, 다시는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도 그 가치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런데 증상이 심해지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나 생수병과 같은 쓰레기조차 집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그저 맥시멀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치환하기 전에 당신이 버리지 '않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강박장애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나도 정확한 답을 몰라 아직 치료를 받고 있다. 강박장애란 자연적으로 치유되기 어려운 질환으로, 병원에 방문하여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전문의와 이야기하다 보면, 당신의 지난 행동들이 얼마나 잘못된 방법이었는지 깨닫게 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사진 찍기를 금지당했다.
선생님, 사진이라도 찍어서 확인을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데 그걸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진을 찍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수 십 년 간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꼈던 불안, 즉 강박사고와 안전하게 이별하는 방법. 그것은 개인마다 방법과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가까운 정신의학과에 방문해 보기를 바란다. 어쩌면 강박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에 걸린 걸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