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 <11>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병원에서 3개월을 이야기했지만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최초의 ‘심장비대증’은 오히려 그 증상이 약화되어 3cm가 조금 넘던 심장의 크기는 이제 2cm대로 줄어들었고 독한 심장약도 신장을 생각해서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어요. 그래도 괜찮으니 다행입니다. 하루 3번 꼬박꼬박 약은 꾸준히 먹고 있구요. 눈이 조금씩 나빠지고 있어 안약도 넣고 있어요. 체력은 많이 줄어들어 날씨 좋은 날 산책은 정말 잠깐 나갔다 오곤 해요. 힘든 여름을 잘 이겨주고 가을을 맞이한 루비가 대견해요.
일 년째, 큰 변화는 없는 강아지와의 삶이라 글을 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반복적으로 약을 먹이고 밥을 먹이고 컨디션을 체크하고 가끔 간식과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그리고 다른 시간엔 쭈욱 잠만 자거든요. 여전히 고구마와 당근을 좋아하고 가끔 특식으로 고기를 주는 날에는 눈이 초롱초롱해져요.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막내 룽이가 귀신같이 알아보고서는 먼저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아픈 강아지’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늘 강아지의 안부를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지난봄, 문득 ‘저의 안부’를 물어보는 친구가 있었어요. 갑작스러운 변화와 더불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도 함께 하고 있었던 터라 많이 힘들었거든요. 지금에 와서야 말하지만… 보통은 잘 말하지 않는데, 그냥 힘들다고 했어요. 굳이 숨길 이유도 없고, 그 친구라면 충분히 내 속내를 보여줘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어째 저째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 여름을 무사히 잘 보냈습니다. 루비의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서 지난 9월에는 욕심을 부려 ‘애견 펜션’에도 도전을 했습니다. 외출만 하면 흥분해서 심장에 무리가 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살짝 욕심을 부려봤어요. 안 갔음 큰일 났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루비가 좋아했어요. 들어가자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펜션의 잔디밭을 하루 종일 활보하고 다녔거든요. 뭐가 그리 할 게 많은지 잔디 운동장을 탐험했어요. 오히려 같이 간 막내보다 더 좋아해서 여름의 끝에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아픈 강아지를 돌보는 시간, 기간이 점점 더 길어지면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생각들을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모아둔 돈이며, 내년에 이사도 해야 하고. 올해 겨울은 어떻게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요. 아, 생각해보니까 지난번에 루비가 또 산책 중에 쓰러졌네요.. 산책을 실컷 잘하더니 갑자기 돌아가는 길에 다리가 풀리면서 눈도 스르르 감겨서 엄청나게 당황했었어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비틀거려서 그 짧은 순간에 ‘진짜 이렇게 가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급히 마사지를 하고 나니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보통 기절할 때 눈을 감지는 않았는데, 이번엔 눈까지 감은 채로 쓰러지니 무섭더라구요.. 이런 일도 있었네요.
아무튼,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요.
건강이 엄청나게 막 좋아지지는 않고, 이젠 생계를 조금씩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루비와 저는 잘 살아가고 있어요. 사실 ‘잘’ 산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함께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낮잠도 자고. 병원도 다니고. 때로는 산책도 다녀요. 곧 생을 마감할 것 같은 친구의 마지막을 지켜준다는 작년의 결심과 행동이 지금까지 쭈욱 이어져 왔네요. 그리고 독한 약을 매일 먹으며 잘 버텨주고 있는 루비가 대견해요. 이 생활이 얼마나 갈지, 지금 그리고 앞으로 조금은 더 힘들지 몰라도. 루비와 룽이와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