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달 Aug 21. 2022

물에 잠겨 산다는 기분

시한부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 <10> '좋은' 병원이란?

 얼마 전까지 시도 때도 없이 많은 비가 내린 장마철이었어요.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에 습도까지 높아버리면 어찌할 도리가 없어요. 한창 날씨가 좋을  종종 나가던 산책도 어려워요. 오죽하면 최근의 날씨를 '물에 잠겨 사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저는  말이 무척이나 싫습니다. 물에 잠겨 산다는 기분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로 말하기는  그러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년 루비는 폐수종을 2번이나 경험했어요. 계속해서 고개를 쳐들고 숨을 쉬는데 불안한 느낌이 들어 병원을 찾았더니 폐수종 진단을 받고 의사의 말이 이러했으니까요.


"물에 서서히 잠겨가는 느낌이었을 거예요. 자기 몸에 물이 끊임없이 차오르는 상태니까요"


 이 날 이후 오랜만에 듣게 된 '물에 잠겨 사는 기분'이라는 말에 거부감부터 들기 시작했습니다. 암에 걸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흔히들 답답할 때 쓰는 '암 걸릴 것 같다'라는 말을 극도로 혐오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노견, 그리고 병을 앓고 있는 반려견들과 함께하는 분들이 어떠한 생각으로 병원을 선택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사람도 병원 가기 싫어요. 병원은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인가 봐요. 아프면 가게 되고, 아픈 사람을 만나러 가는 곳이었으니까요. 하물며 말을 할 수 없는 강아지들에게는 이 병원이 어떠했는지, 치료는 효과가 있는지 물어볼 수도 없어서 더욱 선택에 있어 어려움이 많아요.

 검색 포털, 지역 카페 등을 통해 다양한 병원들의 정보를 얻어봅니다. 일일이 다 가볼 수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선 경험을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당장 지금 살고 있는 주변만 하더라도 병원이 너무 많아요.

당장의 살고 있는 주변만 하더라도 동물병원이 20개가 넘어요…

 카페도 아니고 수 십 개가 되는 동물병원을 일일이 아플 때마다 다녀볼 수도 없으니, 그나마 후기가 괜찮은 곳들을 추려서 결국 한 곳으로 가게 됩니다. 여러 후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이것이었어요.

과잉 진료를 하지 않아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반려동물들은 병원 진료, 간단한 검사만 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어요. 또한 검사를 하는 것도 강아지들에게는 스트레스를 주고 처방받는 약에 대한 부작용도 걱정되기 때문에 진료와 처방은 최소한이 되었으면 하는 게 저희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가게 된 병원에는 강아지가 아닌 시골에서 소를 돌볼 것만 같은 선한 인상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이래저래 해서 오게 되었어요.


이거 지금 좀 이래 이래 해서 그런 거예요. 잘 먹고 며칠 푹 쉬어보시고 그래도 이상 있으면 다시 오세요.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진찰이었지만, 확실히 주사나 검사, 약 등을 최소한으로 처방하려는 선생님이셨어요. 다행히 저희의 의견과도 비슷한 병원이라 이후에도 자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증상 문의 같은 경우에는 진료비를 별도로 받지 않을 때도 많았고, 이러한 점 때문이었는지 병원은 항상 문전성시였어요. 예약이 별도로 되지 않아 일찍 가지 않으면 기다려야 했지만 수원으로 처음 이사 오고 나서 지금까지도 잘 다니고 있어요. 물론 루비는 병원 그림자만 봐도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강아지한테 이 병원이랑 선생님 어때?라고 정말 물어보고 싶긴 하지만요.


하지만 루비가 심장병을 가지게 되고 나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특정 증상 (기절 ) 나타나기 시작하자 기존 병원에만 다니기에는 여럿 불편함이 있었어요.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는 대응이 어려웠어요. 응급 상황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에요. 다리가 풀리고 바닥에 오줌을 지리기 시작하는 아이를 당장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데, 병원이 열지 않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저는 또다시 새로운 병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하지만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이 있는 병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인터넷의 정보력. 후기에 많이 의존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예약이 어려워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하염없이 대기를 해야만 했지요. 사전에 전화를 하고 대기손님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도착하는 그 사이에 몰리는 경우도 여럿 있었습니다. 그래도 병원이랑 잘 맞았는지 루비는 지금까지 이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이 최선이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엄청나게 상태가 안 좋았던 작년부터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요. ‘좋은 병원’은 결국 보호자가 원하는 조건과 잘 맞는 병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료 후 상담하는 방식이나 처방, 그리고 이후 강아지의 상태까지 좋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다행히도 지금은 전보다 루비의 상태가 좋아져서 다시 약을 조금씩 줄여가고 있는 중입니다. 병원의 처방이 잘 맞았나 봐요. 집 근처의 24시간을 하지 않는, 그러니까 처음에 다닌 병원은 룽이가 가끔 진찰이나 접종을 받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한평생 외면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는 곳이 동물병원인 것 같습니다. 갈 때마다 고생하는 기억밖에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건강하게 오랫동안 같이 살고 싶은데.

병원만 다녀오면 항상 지쳐있는 루비씨.
이전 13화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