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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Nov 27. 2021

작품은 큰 우주를 안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병원에 가면 흰 벽면에 걸려 있는 크고 작은 그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집 근처에 있는 치과에 갔을 때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벽면에 있는 그림에 매료되 치료가 끝나고 그림 가까이 다가가 작가 정보를 확인했다. 그림을 보는 대상과 걸리는 공간을 고려해 큐레이션을 했구나 생각했다. 기계음이 심하고 치료에 대한 불안 심리가 극에 달하는 공간이기에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평안하고 밝은 느낌의 그림이 필요했을 것으로 그 이유를 개인적으로 생각해봤다. 환자의 신분으로 실제 그 공간에서 그림을 감상했던 나는 경미한 변화일 수 있겠으나 잠시라도 불안감을 잊을 수 있었다.


그림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는 벽에 걸린 모든 그림이 공부의 대상이 되는 요즘이다. 어떤 재료로 그렸을까.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자. 조금더 멀리 떨어져 볼까. 붓터치의 느낌은 어떠한가. 어떤 색을 올려가며 작업했을까. 구도는 어떠한가. 사이즈는 적당한가. 내가 작가라면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고 했을 때 어떤 사물들을 배치시킬 것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하고 있는가. 사람들은 그림을 통해 어떤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그저 바라만 보고 끝났던 예전과는 다르게 생각이 많아지는 게 사실이다. 마음에 깊이 들어왔던 작품들은 비슷한 방법으로 표현해 보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는 경우도 있다.


엇그제 엄마가 응급실에 갔을 때 방사선과 앞 벽면에 걸려있던 30호는 족히 되어 보이는 비구상 회화 작품을 떠올려본다. 촬영 대기중인 엄마에게 '엄마 저 그림 어때?' 하고 물었다. 엄마는 '내가 뭘 아나' 그림을 힐끔 보고는 이내 고개를 떨군다. 분명 대기중인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그 정면에 위치한 그림일 텐데 정작 그 대상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구상 회화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환자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짧은 생각으로는 기분이 좋아지는 밝은 느낌 또는 차분한 느낌의 풍경 또는 정물이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미술 작품의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작품을 대하는 태도며 느끼는 감정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역할 또한 다르다 할 수 있겠으나 또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소외 되는 대상들도 수없이 많다고 생각하면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여지냐 보다 작가가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작품을 만드느냐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작품의 해석을 온전히 보는 대상에게 맡기는 작품들은 일정 부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게 아닌가 말이다. 작업 의도를 분명하게 하는 일. 그건 작품을 만드는 일의 아주 기초여야 하고 모든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달하게 된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이다. 내 그림을 보고 누군가 위안을 얻고 또 누군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또 누군가는 병실에 앉아 아픔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림의 역할은 마음을 불러내는 일이다. 어떤 마음이 그림 앞에 마중나와 손짓할지는 모르지만 어느 공간에서 나의 그림을 통해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그림은 위안이 되고 평안을 찾아주고 가끔은 소외 되었던 자신을 돌아보게 할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 안에 더 깊은 우물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건 참 소중한 경험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가. 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그로인해 난 어떤 대상을 만나고 싶은가.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병실에 걸린 그림을 보면서 그림에 대해 글에 대해 깊고 진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난어떤그림을그리고싶은가

#난어떤글을쓰고싶은가

#작가의의도전부가아닌전부

#작가의생각을강요하는것은아니다

#작가의의도를품은그림은깊이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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