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워문로거 May 27. 2024

회사 퇴근하고 블로그로 출근합니다(3)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2편에서 블로그에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것들을 적다보니 곧 '나'를 알아가는 공간이 되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 다른 사람들도 좋아한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점점 블로그가 커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열광해주니 같이 즐거워 할 사람이 있다는 소소한 기쁨을 키워나갔고, 숫자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블로그 숫자가 올라간다고 체감했던 순간들 몇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1) 일기가 성지가 될줄이야

지금으로부터 딱 6년전이다.

교환학생 파견이 결정되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교환학생 가서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쓸거야!'라는 다짐 따위는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스타그램보다는 블로그가 구미가 당겼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시간날때마다 틈틈이 'D+(숫자), 각종 정보가 들어가는 단어' 이런식으로 일기를 썼다.

솔직히 말해서 학교에서 수업듣고, 여행 다니고, 먹고 놀고 공부하고 쉬어도 시간이 남았다.

모든게 새로웠고, 동네를 걸어다니기만 해도 소중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소중한 순간들을 다 써내려갔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 한달이 되고 글과 함께 댓글도 누적이 되었다.

특히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이 계속해서 유입되었고, 알음알음 정보를 주고 받았다.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방구석에 누워서 선배들을 동경만 했었는데, 누군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린거다.

2) 카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까치, 네이버 메인에 오르다

좋은 기회로 교환학생에 이어 해외 인턴까지 하게 되었다.

6개월 교환학생으로 지내다가 한국에 돌아가기는 아쉬웠고, 더 머무르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다.

운이 좋게 '인턴'이라는 명분을 얻어낸 셈이다.

모든게 처음투성이였다.

사회생활도 처음이었지만,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해외에서 살집을 구한다는 것부터 난항이었다.

-중국에서 방 구하는 방법

-중국에서 여행비자로 일하는 방법(사실 법적으로 안되는(?)건데, 중국은 불법도 법인지라 잡으러 오지 않음. 재밌는 썰이긴함.)

이런 포스팅은 내 블로그에 없다.

지금은 일개 평범한 회사원이고, 회사 근처에서 점심 메뉴 고르는 것도 귀찮지만,

처음투성이 시절에는 커피 한잔 마시는 것으로도 설레고 행복했다.

(물론 지금도 식후 아아는 소소한 행복입니다.)

어느날 점심 회사 지하 카페를 갔는데, 특이한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다.

'퇴근하고 블로그에 꼭 올려야지!'하고 올렸는데, 포스팅한지 6일만에 네이버 메인에 게재되었다.

3) 먹고 노는 이야기만 올린다고, 진짜 먹고 노는줄 아는구나

어디가서 무엇을 먹거나, 여행을 다녀온 후에 블로그를 쓰면, 무슨 보고서를 쓰는거 마냥 포스팅 하나 쓰는데 두시간이 걸렸다.

'이 음식 플레이팅이 이렇고, 맛이 저렇고, 장소 위치는 어디고 저기고 등'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쓰다가 질려버린다.

이제는 특색 있고, 충분히 내가 시간과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곳만 셀렉해서 올린다.

아무 생각없이 시작해서 쌓다보니, 점차 생각이란게 생기고 차별점을 보는 시각이 생긴 것이다.

자연스럽게 숫자도 올라갔다.

최근에 지나가는 이야기로 '혹시 퇴사했니?', '되게 잘 먹고 놀러만 다니는 줄 알았다' 는 말을 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여러 사람들의 견해(?)를 들어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확실해지다보니,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파악하기도 용이하고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블로그이다.

나를 잘 알아야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이런거구나 싶다.

이전 02화 회사 퇴근하고 블로그로 출근합니다(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