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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정 Sep 01. 2023

우리의 보편 7

  접객실로 나오자 남자가 보였다. 보숭은 그를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 머쓱한 듯 술병을 바라봤다. 이상한 점은 그들의 자리였다. 냉장고 바로 옆의 구석 자리가 아니라 조금 더 홀 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다른 테이블이 모두 깨끗했기에 은영은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아무 데나 앉아.” 

  은영은 남자의 시선이 이상하게 불편했다. 그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자 보숭이 쟁반째 음식을 가져와 은영 앞에 내려놨다. 기다렸다는 듯 은영이 누구셔? 라고 속삭이듯 물었다. 보숭은 응, 고마우신 분이라고 했다. 어린이집에서 보숭의 누나는 과도하게 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처음 원장은 빨리 배우려면 당연하다며 일을 많이 시켰고 정작 밤을 새워 그 일을 다 해내자 더 많은 일을 시켰다고 했다. 이상하게 그 일은 과열되어 동료 선생님들까지 보숭의 누나에게 무리한 것들을 요구했다고 했다. 처음부터 못 하겠다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보숭은 말했다. 

  “일하는 동안 저분이 많이 도와주셨대.”

  보숭은 그렇게 말하고 남자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는 해움어린이집 차량 기사라고 했고 은영은 그제야 그의 태도가 이해가 갔다. 그는 보숭이 누나 소식을 듣고 같은 죄인의 입장으로 왔다며 딸과 함께 납골당까지 가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어린이집 것들이랑은 이제 상종도 안 하겠다고 말하며 보숭이 부모님을 붙잡고 한동안 울었다고 했다.

  “정말 좋으신 분이야. 정말, 정말.” 

  보숭은 여분의 국 한 그릇을 더 가져와 내 옆에 놓았다. 아무도 안 오는데 음식이 차고 넘치게 많아, 라고 했다. 은영은 밥을 말았다. 국은 여러 번 데웠는지 짰고 무와 토란대는 물컹거렸다. 

  “그런데 말이야.”

  “응?”

  “누나가 신발을 한쪽만 신고 있었어.” 

  “어디 떨어진 거 아니야?”

  보숭은 주변을 다 뒤졌지만 어디에도 없었다고 했다.

  “신발을 처음부터 한쪽만 신고 간 거 같아.”

  은영은 왜? 라고 물었고 보숭은 그건 모르지, 라고 했다. 퇴근하면서 신발을 안 신는 사람도 있어? 아무래도 이상해서 은영이 다시 묻자 보숭은 당황한 듯 아니… 됐다, 라며 곤란해했다. 그러고는 친척들은 대부분 일찍 다녀가셨어, 라며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벽을 타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장례식장의 천장 가까이에 있는 창문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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