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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씀 Sep 30. 2024

속이 편하지 않을 때, 카레를 챙겨 먹어요

정말 고마운 음식, 카레


I love curry.


저는 카레를 정말 좋아해요. 표현이 크지 않은 저이지만 카레만큼은 사랑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카레를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몰라요. 그냥 어릴 때부터 카레가 좋았어요. 학교에서 급식으로 먹어도 좋았고요. 엄마가 양파, 당근, 감자를 숭덩숭덩 썰어서 카레가루와 함께 푹 끓여줘도 좋았어요. 카레와 함께라면 그렇게 싫어하는 당근도 잘 먹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어릴 때부터 속이 자주 아팠던 저도 카레는 늘 배부르게 잘 먹었던 것 같아요.



크론병 확진 후에도 참 많은 카레를 먹었는데요. 그때는 '먹으면 아픈 음식'만 신경 쓸 때라 '먹어도 아프지 않은, 괜찮은 음식'은 아예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야 기억을 돌아보면요. 한창 날씨가 추워져서 '이러다 배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저도 모르게 카레를 먹었던 것 같아요. 그럼 또 아프지 않으면서도 든든해진 속으로 밖을 나설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고작 7-8년 전의 기억이지만 왠지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기억이네요.



오늘은 제가 사랑하는 카레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저만의 조리법도 소개드릴게요.








작년 초여름, 아내와 제주도 한달살기를 갔을 때 기억이에요. 저희 부부에게 제주도 한달살기는 생각했던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초여름의 제주는 생각보다 추웠고요. 재택근무라도 하루 8시간은 일해야 하다 보니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었어요. 게다가 섬의 물가도 생각보다 비싸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마트에서 장 본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 많아서 이럴 거면 집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때 아내의 동생, 그러니까 처제가 "형부, 서귀포시에 엄청 맛있는 카레집이 있어요! 언니랑 그 식당 한번 가 보세요!"라며, 카레집 하나를 소개해줬어요. 찾아보니 마침 저희 숙소에서도 가까웠고, 가격도 다른 제주도 음식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었어요. 첫 번째 방문에는 휴무라서 두 번째 방문에야 카레를 먹을 수 있었는데요.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체크아웃하는 날이라 조금 정신없었지만, 저희 부부는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며 만족했어요. 카레도 정말 맛있었고 사장님의 카레에 대한 애정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었거든요. 카레 때문에 정기적으로 일본으로 연수를 가고 재료도 수급해 오신다던 사장님. 제가 카레를 좋아한다고 하니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이 제게 많이 와닿았어요.




카레는 먹다 보면 많이 먹을 수밖에 없어요. 보통 자신이 먹던 양에 20%를 더 드신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게 왜냐면요. 향신료들이 몸을 따뜻하게 하거든요. 그리고 그 향들이 입맛을 자극해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먹다 보면 밥을 더 먹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혹시 양이 부족하면 말씀하세요. 밥이랑 카레는 더 드리니까요.



그때 깨달았어요. 제가 왜 카레만 먹으면 항상 배가 터질 정도로 많이 먹는지, 왜 카레를 그렇게 사랑했는지도요. 카레가 입맛을 자극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 주니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고요. 항상 음식을 소화시키기 힘들어하는 저였는데, 카레는 먹으면 배부를지언정 소화는 잘 된다고 느꼈거든요. 무얼 먹어도 양껏 먹지 못하는 제게 카레는 마음까지 든든하게 해주는 음식이던 거죠.



@제주 서귀포시 커리 하우스



어쩌면 카레는 제게 천생연분인 음식이고, 크론병 환자인 제가 앞으로 탐구해야 할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깨달음이었어요. 그때부터였어요. 카레 관련 책을 구매해서 카레 조리법을 공부하고, 온갖 향신료를 구매해서 제가 좋아하는 카레 맛을 찾기 위해 노력을 시작한 게요. 요즘에는 카레의 근본에 좀 더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만의 향신료를 배합하고 있어요. 저는 이제 레토르트 카레나 완제품 카레 파우더로는 만족할 수가 없는 사람이 되었어요 :)



카레를 너무 좋아하는 저만의 카레 맛있게 만드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사실 온갖 향신료로 카레를 만들기보다 맛있는 카레가루를 구매해서 만드는 게 훨씬 편해요. 3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토마토, 양파, 브라운소스.



토마토

무슨 카레에 토마토?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근데 그거 아세요? 카레의 본 고장 인도에서는요. 토마토 가격이 올라서 큰 사회문제가 발생한 일이 있어요. 그만큼 인도 음식에서 토마토는 정말 많이 쓰이는 재료인데요. 이태리 음식도 그렇듯 잘 볶고 끓인 토마토가 들어간 요리들은 감칠맛이 어마어마해요. 한 번 카레 끓일 때 토마토를 함께 넣어서 푹 끓여보세요. 평소보다 훨씬 더 맛있을 거예요.



양파

양파를 오래 볶으면 엄청난 맛이 나오는 걸 아시나요? 막 썬 야채를 카레가루와 섞는 것도 맛있지만요. 가끔은 갈색 혹은 진한 갈색이 될 때까지 양파를 오래 볶아서 카레와 함께 끓여보세요. 이 또한 엄청나게 새로운 풍미를 느끼게 해 줄 거예요.



브라운소스

브라운소스는 버터와 밀가루 등을 섞어 만든 소스 종류인데요. 시판 브라운소스를 구매하셔도 되지만 우스터소스나 데미그라스소스, 아니면 그냥 돈가스소스로 대체해도 괜찮아요. 우리에게 익숙한 하이라이스도 데미그라스소스로 만드는 음식이거든요. 카레와 하이라이스가 섞였다고 생각하면, 정말 맛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사실 제가 카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어요. 카레는 항상 곁에 있었다 보니 제가 카레를 좋아하는 줄도 몰랐거든요. 이제는 카레 취향도 확실히 알아요. 저는 인도식 카레보다는 일본식 카레를 좋아해요. 일본 카레는 뭐랄까, 인도의 향신료 맛과 양식의 깊은 소스 맛과 일식의 부드러움이 섞인 맛이랄까요. 제 입맛에 딱이더라고요.



작년에 다녀온 대만 여행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음식은 일본식 카레였어요. '일본인 가이드인데 손님들 모두 여기 오시면 만족하십니다'와 같은 일본인들의 칭찬 일색 후기가 남겨진 집이었는데요. 저도 정말 살면서 먹은 카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어요. 가게를 나오며 아내에게 "대만에 살면서 여기서 카레 배우고 싶다" 말할 정도의 맛집이었죠.



정말 맛있었어요



아, 그렇다고 카레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카레의 단점은 딱 하나 : 치아가 노란색이 된다는 것이에요. 사실 카레 먹자마자 양치하면 될 일인데요...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죠. 자꾸만 제 이가 황니가 되어가는 것 같지만, 뭐 어떤가요. 나중에 치과 가서 미백하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당근이 들어간다는 점도 약간은 아쉬운 점이긴 합니다만, 저는 이제 어엿한 어른이니까요. 요리할 때 뺄 수도 있지만 건강을 위해 당근도 종종 넣고 있습니다. 지금도 카레에 들어간 당근을 보면서 생각한답니다. '너는 따로 먹을 수는 없지만, 카레랑 함께 있으니까 봐준다'고요.



카레는 저의 영원한 사랑일 겁니다



 본 브런치북에는 제가 겪은 크론병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몰라서 아팠던 저의 경험이 다른 분들에게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되는 이야기를 좀 더 편하게 보고 싶으시면 브런치북/작가 구독을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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