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주신쥬디 Oct 11. 2024

파란 나라를 보았니? 네!!

용인 캐리비안베이 말고 진짜 캐리비안, 바하마!

141일간 내 home sweet home인 크루즈는 여태껏 탔던 크루즈 중에서 가장 큰 배였다.

Koningsdam이라는 이름의 신형 크루즈라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사기도 했다.


수영장, 라운지, 실내 인테리어 전부 기존에 탔던 크루즈보다 확실히 고급진 느낌이었다.

길이만 300m, 12층, 승객과 승무원을 합하면 4천명이 넘는 인원이 있는 크루즈다.

레스토랑, 라운지, 카페도 종류별로 있고 엔터테인먼트도 훨씬 다양하다.



내 일터가 될 공연장 규모도 상당했다.

무대 자체는 작아 보였지만 공연에 따라 무대가 확장되는 구조였다. 위 사진의 무대는 최소 버전이다.


캐스트(싱어&댄서 그룹)와 처음 만나 간단히 리허설을 했다.

캐스트와 같이 하는 공연은 간소한 뮤지컬이랄까?

밴드도 무대에서 연주하기 때문에 나름의 연기를 필요로 하기도 했다.

이렇게 무대를 둘러싼 미디어아트 배경이 화려했다.

실제로 180도가량 되는 멋진 배경 속에서 공연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물론, 초반 한정ㅋㅋ 똑같은 공연 수십 번 하고 나면 배경이고 뭐고 아무 생각 없이 연주 ^^ㅋㅋ)


나름 크루즈 피아니스트 베테랑이라고 노련하게 리허설도 마치고, 앞으로 동고동락할 엔터테인먼트 직원들과 스몰톡으로 친분을 쌓았다.


동료들과 당연히 친해지겠지만, 베프와 함께 있어서 새로운 친구들이 딱히 필요(?)는 없었다.

ㅋㅋㅋㅋㅋ


나와 베프는 스케줄이 항상 같은 데다가 룸메였기 때문에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친구랑 너무 붙어있으면 싸울 만도 한데, 우린 쿵짝이 참 잘 맞았다. ㅋㅋ





대장정의 첫 정박지는 Halfmoon Cay


wow...

여기에 다녀와본 친구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beautiful port라고 했던 게 바로 납득이 갔다.

Halfmoon Cay는 크루즈사가 소유하는 private island이다.

이 섬의 유일한 용도는 휴양지.

하얀 모래사장에 투명하지만 다채로운 바다색이 어우러지는, 모두가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만한 해변이다.


여기는 오로지 크루즈 승객들을 위한 휴양지이기 때문에 사람이 살지도 않고, 거의 아무것도 없다.ㅋㅋㅋㅋ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좋다........

크루즈가 여기에 정박하면, 승객들이 내리기 전에 스태프들이 먼저 섬에 내려서 음식과 음료를 준비한다.

Bar처럼 세팅을 해놓지만 크루즈 안에 있는 걸 그대로 옮겨와서 밖에서 서빙하는 것이다.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랄까?

승객들이 크루즈로 돌아가면 또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로 변한다.



바다에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수심이 얕고 파도가 거의 없어서 놀기에 완벽했다.

물이 너무 투명해서 물고기들도 보였다!

하늘도 이렇게나 맑을 수가.... ㅠㅠ

'너무 좋아.. 너무 행복해..' 외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아름다운 섬이 private island라니..... 얼마일까..?ㅋㅋㅋ 정도의 생각은 했다.

ㅋㅋㅋㅋㅋㅋ


이 날 Halfmoon Cay에는 내 이전 크루즈였던 Oosterdam 배도 우리와 함께 정박했다.

네 달 전, 하와이행 크루즈였던 Oosterdam!

같이 하와이에 다녀온 친구들은 여전히 그 배에 살고(?) 있어서 상봉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올리비예와 미켈란젤로를 만났다! 세 달 만이다.

이렇게, 크루즈 친구들과는 영영 못 만날 것 같으면서도 예상치 못하게 만나는 경우가 있다.


세상은 넓지만 좁다.

인연은 언제 어떻게 이어질지 모른다.

착하게 삽시다^^ㅋㅋㅋㅋㅋ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Halfmoon Cay의 황홀한 해변.

사람들은 신혼여행으로 이런 데를 오겠지?

난 피아노 치고 월급 받으러 왔지 ^_^


이 섬의 포토존이다.

"I wish I could stay here forever"

저 물 색깔은 정말... 매일 봐도 매일 예쁠 거야...

내일도, 모레도 예쁜 해변에 간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Halfmoon Cay를 떠나기 아쉬웠다.

여기에 또 올 수 있을까...? 또 오고 싶다!!!!!


(나중에 Halfmoon Cay에 또 왔다.

See? "Never say never!"

그땐 스노클링 장비와 고프로를 챙겨서 언더더씨~ 를 제대로 봤다.)


Halfmoon Cay는 배가 해변에 정박하기엔 물이 너무 얕아서 "Tender"라고 불리는 작은 배를 타고 크루즈로부터 해변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텐더를 타야 하는 정박지가 간혹 있는데, 번거롭고 귀찮은 절차이긴 하다.

수백 명의 사람들을 작은 배 몇대로 실어 나르니 시간도 걸리고, 난 개인적으로 작은 배에서 나는 기름 냄새가 싫었다.

하지만 이렇게 환상적인 섬이라면 텐더를 타는 것 까지도 신난다.


아래 영상은 tender를 타고 크루즈로 돌아가며 찍은 타임랩스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배가 바로 내가 세 달 전까지만 해도 타고 있었던 Oosterdam이다.

안녕~~~~ 나는 이번엔 Koningsdam을 타고 떠난다~~~





하루의 Sea day를 보내고, 두 번째 정박지인 Grand Turk에 왔다.


이번엔 세 번째로 와보는 Grand Turk.

Halfmoon Cay에 가보기 전까진 여기가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었는데 이제 2순위로 밀려났다.

사진 속 크루즈는 내가 탄 배는 아니고, Carnival 선사의 크루즈다.

선사마다 직원들 대우가 조금씩 다른데, 뮤지션들 사이에선 Carnival은 최악으로 꼽히는 선사다.


나는 Holland America Line에서만 일해봐서 다른 선사는 어떤지 모르지만

선사마다 승객들의 사회적 레벨 차이로 인해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카니발 크루즈는 "party cruise"라고 불릴 만큼, 한마디로 격식 떨어지는 크루즈인 듯하다.

실제로 카니발 크루즈는 타사에 비해 여행비도 저렴한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듯?


Grand Turk 물속엔 산호가 많다.

산호랑 조개까지도 어쩜 이렇게 이쁜지!


해변의 한 bar에는 새끼 강아지들이 놀고 있었다.

너무너무 귀엽잖아..!! ㅠㅠ

주인이 너무 방치하는 느낌도 들고

이런 데에 동물병원이나 제대로 있으려나 걱정이 됐지만...

어쩌면 이렇게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게 더 행복할지도 몰라.

꼬물이 형제들 ㅠㅠ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렴!!!


(1년 후에 Grand Turk에 또 왔을 때, 혹시 이 꼬물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게 웬일! 성견이 된 꼬물이들과 상봉했다!!!!!! 그 어떤 크루즈 친구와 상봉했을 때 보다 더 감격스러웠다ㅋㅋㅋㅋㅋㅋ 그땐 브이로그를 찍었는데 막상 만들고 나니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공개 안 한.. 나의 브이로그...)


선크림을 꼼꼼히 바른다고 발랐지만 바하마의 뜨거운 태양을 이틀간 쬐고 나니 난 점점 익어가고 있었다..

피부야, 힘내!! 아직 캐리비안 며칠 더 남았어!!!!



세 번째 바하마 정박지,

도미니카 공화국의 Amber Cove


도미니카 공화국엔 처음이야!

Amber Cove는 잘 가꿔진 항구 타운이다.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 대신 푸릇푸릇한 정원이 바다를 감싸고 있었다.


덥지만 덥지 않은, 아주 담백한 여름날씨였다.


(근 5년간 한국에 살면서 여름을 끔찍하게 싫어하게 됐다. 매년 7,8월이 되면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어진다.)

넓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인 Amber Cove의 해변이다.

난 이렇게 푸른 풍경을 보면 에덴동산이 딱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큰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가 있었는데, 많은 친구들은 거기서 놀고 있었다.

가야 할 해변이 아직 몇 군데 남았고 내 피부는 벌써 후끈후끈하니, 여기선 좀 쉬자 싶어서 난 베프와 가볍게 산책을 하다가 해먹에 누워 노닥거렸다. 기념품샵에서 예쁜 귀걸이도 하나씩 get 했다!


베프가 없었다면, 시끄럽고 에너지 넘치는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겠지만) 떠들고 돌아다니느라 좀 피곤했을 텐데, 에너지 레벨이 나와 딱 맞는 베프랑 다니니까 너무 좋았다.


이것이 행복이로구나...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듬직한 Koningsdam

탑승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삐까뻔쩍한 내 일터이자 숙소"일 뿐이었는데,

후에 Koningsdam은 가장 고맙고 잊지 못할 배로 남았다. 지금도 너무 그립다.




↓Koningsdam의 다음 도착지는 어디일까요~~? ↓

.... to be continued!

이전 01화 141일간의 항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