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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 차 부부

무심결에 건넨 말들이 쌓여 내가 된다.

by 임하나


백일식사, 돌잔치에 관심을 갖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남편이 말했다. “야호를 위한 자리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자기가 고생한 걸 격려하는 자리여야 해."


홈캠을 설치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남편한테 톡이 왔다. 아기와 내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캡처하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자기가 야호의 엄마라서, 내 와이프라서 너무 좋다.”


단유를 준비하던 시기였다. 남편은 유축기를 반납하려고 포장하던 나를 보며 말했다. “그동안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생 많았어.”


남편에게 물었다.

"어쩌면 그렇게 표현을 잘해?”

그가 대답했다.

“나 원래 표현 잘 못 하는 사람이었어. 우리 아버지가 그렇잖아. 그런데 자기 만나고 바뀐 거야."



짧은 대화에서 몇 가지 발견을 했다.


첫 번째, 무심결에 건넨 말들이 쌓여 그 사람이 된다.

특별한 상황을 위해 준비된 말이 아니라 일상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 말들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됨됨이는 어떤지 보통의 말에서 드러난다.


두 번째 발견, 의식적으로 표현해야겠다.

나는 말하는 일을 한다. 말 잘한다는 칭찬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주 많이 말을 한다. 그런 내가 남편의 표현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 표현하지 못하면 말 잘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상대에게 울림을 주는 건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서 비롯되는데. 표현은 늘 남편이 먼저 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건 찰나의 순간에서 알아챌 수 있다. 특히,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관계라는 걸 아기를 낳고서 더 또렷하게 느낀다. 이것이 마지막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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