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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Apr 02. 2024

전화공포증 극복하려면 '이렇게' 해보세요

제가 극복했거든요


 전화공포증이라는 게 있다고 하던데, 생각해 보면 나도 과거에는 통화가 부담스러웠다. 벨이 울리면 심장이 쿵하고 구르는 느낌이랄까? 전화를 받기 전까지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랬던 나도 취재를 하면서 통화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전화를 밥 먹듯 했던 시절이었다.



 열심히 일하려는 의지가 전화의 압박 따위에 꺾이지 않기를 바라며, 전화공포증이 극복될 수밖에 없던 몇 가지 통화 요령을 소개한다. 단, 부모님 혹은 지인들과 통화에서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60만 원 내고 통화법을 배운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시간 내서 이 글을 읽는 걸로 대신하면 좋겠다.



횡설수설을 방지하는 통화 전략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통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하거나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솔루션은 명확하다. 전화하기 전 한 번만 생각을 정리할 것. 어떤 순서로 무슨 말을 할지 종이에 적어보는 것이다. 나는 인사를 건넨 후 내가 누구이며 전화한 목적은 무엇인지 밝히고 우선순위에 따라 상대에게 세부사항을 확인했다. 정리해 뒀던 세부사항 옆에 상대가 하는 말을 키워드 위주로 받아 적었다. 노트테이킹은 불안을 다스리는데 효과적이었다. 여기까지 적고 보니 이 또한 의사소통인데 최소한 성의는 필요하다고 보인다. 여러 번 필요 없다. 한 번의 성의가 횡설수설을 방지할 것이다.



왜곡을 방지하는 통화 전략


 통화는 대면에 비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몸짓에서 얻는 단서 없이 음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마치 사물을 볼록렌즈로 들여다볼 때와 비슷하다. 상대의 무뚝뚝한 음성, 뽄새(본새) 없는 말투가 크게 와닿아 위축되는 식이다.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텐데 말이다.


이런 왜곡은 환영하지만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는 것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다. 두 번째로는 여유를 장착한다. 왜 내가 노력해야 하냐고? 상대가 바뀌기를 바라는 것보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빠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상대도 통화에 두려움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건네면 돌아오기 마련이다.


 나는 미소를 활용해 여유를 드러낸다. 내가 전화하는 모습을 보다면 왜 저렇게 광대를 올리는지 의아할 것이다. 그 정도로 광대를 띄운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듯 말한다. '~라고 이해해도 될까요?'와 같은 중간 정리 표현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상대 말이 이해하기 어려울 땐 녹음을 해서 들여다보고 문자로 남겨 문서화한다. 비집고 들어 올 틈이 없는 통화 전략이다.



감정 소모를 방지하는 통화 전략


 치밀한 전략으로 양치기를 하면 어떤 공포증이라도 학을 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누구는 50통씩 전화를 받고 나서 콜포비아가 사라졌다는데 나는 왜 여전히 두려운 걸까? 곱씹는 사람에게 통화를 하면서 필요 이상의 에너지 소모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콜포비아는 당신의 탓이 아니었다.


 의사소통은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상대에 따라 결과 값이 달라진다. 어떤 상대와 통화한 이후부터 벨이 울리면 긴장했을 것이다. 목소리가 작아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상대 반응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집중하는 편이 지혜롭다.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자. '온 힘을 쏟지 말 것' 당시에는 마음을 다해 통화했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 목적은 온 힘을 다해 상대의 마음을 받아주기 위함이 아니다. 왜 통화를 하는가? 그것만 달성하면 된다.

 




 나에게 전화 연락은 기다리지 않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과정이었다.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 집에 늦게 가니까 미리 최대한 확보해야 했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면 기회를 놓치니까 기회를 잡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나서 화가 수월해졌던 것 같다. 그제야 상대와 용건을 분리할 수 있게 됐다. 


 손안에 있는 수화기를 뛰어넘으면 훨씬 더 다양한 사람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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