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슬픈 나뭇잎들은 떼어버리고
탐스러운 꽃으로만 죄다 긁어모았지
작은 생채기도 허용 못 해
반질하게 영글은 과실만 쌓을 거야
까만 밤하늘에 불타오르는 것 중에서도
눈에 잘 띄는 걸로만 따,
하나 둘 소쿠리에 담았어
손이 닿을 때마다
입술이 붙었다 떼어질 때마다
점점 살이 붙어 부풀어 오르고
눈과 가슴엔 설렘의 파형만큼이나
굴곡진 아지랑이가 일어
머리에서 나는 구슬 소리에
하늘에도 바다도 갔다가
기어코 몸을 가눌 수 없는 우주 속을 부유해
만물의 모든 색을 닮은 꺼풀들을 늘어놓고
여몄다 풀었다 겹을 더했다 또 풀어헤쳤다
한바탕 난리를 치고서
후-
숨 한 번 고르고 뒤돌아 나의 처음을 봤지
사랑이라는 광대한 우주에 뛰어들기 직전
붉어지기 전, 초록의 풋사과처럼
만개하기 전, 소박한 꽃망울처럼
처음 그리고 시작
너의 얼굴은 싱그럽고도 수줍구나
아무것도 쥐지 않은 빈손일지라도
이제 막 땅을 뚫고 나온 샘물일지라도
좋아해
3음절이면 충분한 것을
좋아해
너의 얼굴은 싱그럽고도 수줍구나
커버 이미지 출처 : 사진: Unsplash의James Yar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