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사는 이유가 뭐야?, 내게 온 무거운 말은
무게를 조금 덜어내고 온 길을 되돌아갔다
세상에 널린 모든 맛을 느끼기 위해서
혀 끝 인사를 시작으로 동굴 같은 입 안을 쓰다듬고
목젖을 젖힌 후 마침내 목구멍을 통과하는
나 사는 이유는 그거라고 했다
맛을 느끼려 할 땐
둘이든 넷이든 여섯, 여덟, 열 그 이상이든
폴짝이는 발 등에 팔랑이는 나비가 앉았다
맛은
점을 찍고 만나는 만남이자
흩뿌려진 점을 찾아다니는 여행
혼자여도 웃을 수 있는 나 자신이자
여럿이기에 웃음소리가 더 큰 우리다
맛은 곧 기쁨,
기쁨을 맞기 전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기쁨을 온전히 삼킬 수 있는 나
연신 두리번거려도 찾을 수 없는 마음이
땅 속 깊숙이 지하실에 갇혀있을 땐
입 안에 아무도 들이지 않았다
이따금 마음의 표정을 못 본 척하고 삼켰을 땐
어김없이, 그것들은 지나간 길을 거슬러 올라와
넝마를 걸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날
기쁨을 온전히 삼킬 수 있는 내가 없었다
널 세상에 내놓은 자욱을 가진 여인이 말했다
너의 마지막 식사 대접이라 했다
잘 삼켜야 네가 뒤돌아 갈 수 있다고 했다
서둘러 지하실에 가둬둔 마음을 흔들어 깨웠다
마주 보며 소란스럽게 기쁨을 삼켰던 날도 몇 장 꺼냈다
시뻘건 육개장에 천 알 남짓 하얀 쌀밥을 푹 말아 뒤적여
입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네가 처음으로 차려준 밥이며 국이며 찬이며
이리도 맛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네 이름을 울부짖을 내 입을,
네가 차린 상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시뻘건 용암 속에서 천 개 남짓 하얗게 질린 마음이
불어 터진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우리의 마지막 기쁨이 너덜 해져 나타날까 두려워
영영 열리지 않을 지하실 깊숙이 묻었다
우리의 마지막 기쁨을 차린 넌 그렇게 떠났고
우리의 마지막 기쁨을 삼킨 난 그렇게 남았다
커버이미지 출처 : 사진: Unsplash의Jorge Roj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