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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스물두 번째.

by 운전하는고양이 Mar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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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nabil boukala사진: Unsplash의nabil boukala


네 개의 눈이 깜빡였다

두 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두 개의 눈이 향하고 있는,

그곳에 있는 두 개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아마도 우리는 서로를 향할수록 또 가까이할수록

매운 눈물을 흘리겠지

개의 눈에서 물결이 일었다




*



너의 꺼풀은 잠자리의 날개를 닮았다

네가 살짝만 움직여도 네 꺼풀은 바스락바스락 내게 귓속말을 했다

바라만 봐도 부서질 것 같은 얇고 가녀린 너의 꺼풀을 잡으려고

내 손가락 관절은 무한히 섬세한 움직임을 연마했다

널 감싸고 있던 꺼풀이 엉망이 되면 안 되니까



그렇게 너의 바삭하고 하늘한 꺼풀을 온전히 벗길 거야,

그중 두 개의 눈이 말했다



꺼풀의 뒤가 순백색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때마다

휘도가 달라지는 오묘한 너의 주황색 꺼풀 뒤에는

물기를 머금은 순백의 표피가 있다

너는 어찌 보면 하나인 듯

실은 중앙으로부터 겹겹이 포갠 갈라진 것들

그 역시도 난 이미 알고 있다,

개의 눈이 말을 이었다



알싸한 본성을, 조각난 심장을 감추려

꽤 빈틈없이 단단히 붙어있는

겹겹의 속살을 천천히 떼어 안을 들여다봤다


하나의 순백

둘의 순백

셋의 순백

그리고...


차오른 우물에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차오른 우물은 찰방거리며 튀는 물방울을 떠나보냈다




*




꺼풀을 벗은 나에게선 매운 냄새가 납니다

당신에게서도 매운 냄새가 납니다

우린 만나면 맵기만 하겠지요

우린 만나면 눈과 코가 따갑고 더워지겠지요,

또 다른 두 개의 눈이 말했다




*



네 개의 눈이 깜빡인다

두 개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두 개의 눈이 향하고 있는,

그곳에 있는 두 개의 눈에선 유독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이내 더 이상 쏟을 눈물이 사라지고, 열기만 남았다



우리에게 곧 불이 닿을 거야

우리에게 곧 불이 붙을 거야

우리의 조각난 심장은 끈적하게 달라붙을 거야

우리의 알싸한 본성은 캐러멜처럼 달콤해질 거야



네 개의 눈에서 흐르던 매운 눈물이 사라졌다

두 개의 입에서 달콤한 물결이 일고 있었다








커버 이미지 출처: Pixabay_Elen Lackner




* tv에서

  난 양파다, 나도 양파다!

  본인들이 양파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ㅎ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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