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네 개의 눈이 깜빡였다
두 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두 개의 눈이 향하고 있는,
그곳에 있는 두 개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아마도 우리는 서로를 향할수록 또 가까이할수록
매운 눈물을 흘리겠지
네 개의 눈에서 물결이 일었다
*
너의 꺼풀은 잠자리의 날개를 닮았다
네가 살짝만 움직여도 네 꺼풀은 바스락바스락 내게 귓속말을 했다
바라만 봐도 부서질 것 같은 얇고 가녀린 너의 꺼풀을 잡으려고
내 손가락 관절은 무한히 섬세한 움직임을 연마했다
널 감싸고 있던 꺼풀이 엉망이 되면 안 되니까
그렇게 너의 바삭하고 하늘한 꺼풀을 온전히 벗길 거야,
그중 두 개의 눈이 말했다
꺼풀의 뒤가 순백색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오른쪽에서 또 왼쪽에서 볼 때마다
휘도가 달라지는 오묘한 너의 주황색 꺼풀 뒤에는
물기를 머금은 순백의 표피가 있다
너는 어찌 보면 하나인 듯
실은 중앙으로부터 겹겹이 포갠 갈라진 것들
그 역시도 난 이미 알고 있다,
두 개의 눈이 말을 이었다
알싸한 본성을, 조각난 심장을 감추려
꽤 빈틈없이 단단히 붙어있는
네 겹겹의 속살을 천천히 떼어 안을 들여다봤다
하나의 순백
둘의 순백
셋의 순백
그리고...
차오른 우물에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차오른 우물은 찰방거리며 튀는 물방울을 떠나보냈다
*
꺼풀을 벗은 나에게선 매운 냄새가 납니다
당신에게서도 매운 냄새가 납니다
우린 만나면 맵기만 하겠지요
우린 만나면 눈과 코가 따갑고 더워지겠지요,
또 다른 두 개의 눈이 말했다
*
네 개의 눈이 깜빡인다
두 개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두 개의 눈이 향하고 있는,
그곳에 있는 두 개의 눈에선 유독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이내 더 이상 쏟을 눈물이 사라지고, 열기만 남았다
우리에게 곧 불이 닿을 거야
우리에게 곧 불이 붙을 거야
우리의 조각난 심장은 끈적하게 달라붙을 거야
우리의 알싸한 본성은 캐러멜처럼 달콤해질 거야
네 개의 눈에서 흐르던 매운 눈물이 사라졌다
두 개의 입에서 달콤한 물결이 일고 있었다
커버 이미지 출처: Pixabay_Elen Lackner
* tv에서
난 양파다, 나도 양파다!
본인들이 양파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