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번째.
망설이는 날개를 가진 겨울이
변덕스러운 날갯짓을 하던 날
222를 품은 초록 동그라미에
빛이 걷히고 저녁 거미가 내렸다
목적이 있는 말쑥한 실루엣들의 발걸음은 수선하고 경쾌하지
환락을 팔러 다니는 네온사인은 시끄럽고 눈부시지
수조에 갇혀버린 바다의 파도가
얼마나 거칠게 이는지
어설프게 부러진 마른 나뭇가지 끝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분주한 보도블록에 가려진 벽 뒤켠에
집업재킷 하나가 숨어 있었다
너덜 해진 마음만큼 목이 늘어난
주먹손을 쑤셔 넣어 죽 처진 주머니가 달린
집업재킷이 말했다
마음이 앙상합니다
모습이 남루합니다
집업 속 숨은 육체가 땅을 향해 종잇장처럼 접혔다
마치 깊은 물아래 잠긴 자신을 살펴보듯
어디로부터 풀어진 니트 목도리가 물속에 잠긴 육체에 닿았다
심연에 맘을 뺏겨 차게 식은 몸뚱이에 그렇게 온기가 둘러졌다
얇은 나일론 집업에 닿아있는 피부에 그해 첫 번째 바람이 부딪혔다
얼기설기 짜인 니트 구멍 사이로 그해 두 번째 바람이 스며들었다
누군가는 그래도 낭만이라 접었고
누군가는 그래서 찌질이라 구겼다
커버이미지 출처 :사진: Unsplash의 Bailey Heed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