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으로 봤을때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학원강사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공공기관과 업무 연관성이 없어보이던 때였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취업은 신입을 안뽑고 경력직을 뽑는데 경력이 없는 신입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냐"고 울분을 토로하던 댓글과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계약직을 해서라도 관련 경력을 쌓고 싶은데 하도 계약직 서류도 광탈 하다보니 공공기관 현직자인 지인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나: 한국사 3급이라서 자꾸 떨어지는건가? 한국사1급은 왜 따야되?
지인: 그거 다 쓰잘데기 없어. 그냥 줄 세우려고 넣는거야. 그리고 요즘 애들은 다 한국사1급을 갖고 있어서 그거 없으면 마이너스처럼 보인다고. 업무에 하등 써먹지도 않고. 그럼 그냥 그게 줄 세우는게 아니고 뭐냐?
이렇게 대화를 끝내고 소위 공공기관 취준을 준비하는 2-30대 취준생들은 다 갖고 있다는 한국사 1급 자격증 취득모드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습니다. 지독한 F이지만 질질 짜고 신세한탄만하기에는 제겐 시간이 너무 부족했거든요.
그리고 지금 공공기관에 취업한 이후, 단순히 국가기관이니까 필수 인문소양이 아니라 한국사 1급의 필요는 혹시 문서이해 및 처리능력을 기르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저 혼자 생각해봅니다. 왜냐하면 강사는 강연으로, 대화로, 상담으로 의견과 생각, 지식을 전달하는 직업이지만 사무직은 문서를 읽고 파악하고 분류, 정리, 이해한 후 문서를 작성하고 가공하는 "문서로 소통"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대량의 문서를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 그리고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을 취업한 이후 가르칠 수는 없으니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 중 하나를 한국사로 정한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사는 구석기부터 시작해서 신석기, 청동기, 삼국시대(각 나라별 특징 다 외워야함), 고려, 조선(왕조별로 분류해서 다외워야함) 현대사까지 그아말로 날것 그대로의 빅데이터이며 한자까지 왕창 들어 있어서 공공기관이 원하는 문서이해와 분류체계, 한자까지 끝내버릴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거든요. 그런 의미로 골랐다면 참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록의 민족답게 공공기관은 문서를 읽고 이해하고 작성하고 분류하는것에 최적화된 곳이니까요.
여튼, 실업수당을 받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2022년 11월에 본 한국사시험에는 처참하게 떨어졌기 때문에 2023년 1월에 보는 63회 시험은 더 절박했습니다. 간단하게 제 팁을 공유드리자면
스토리텔링으로 이론의 초석을 닦아야 잊어버리지 않고, 또 이론이 있다고 해도 최신 모의고사를 안풀어보면 출제 경향을 모르기 때문에 1급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전야제를 꼭 보라고 하는 이유는 그 해에 혹은 그 달에 연관된 역사적 인물을 최태성 선생님께서 짚어주시기 때문에 복습+예상 적중 문제(최소 2문제이상)를 공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92점을 받아 당당히 1급을 거머쥐고 되었습니다만, 과연 공공기관 서류는 통과되기 시작했을까요? 그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다음 시간에는 워드프로세서(단일등급) 취득 일기도 함께 가지고 오겠습니다(내일부터 가족휴가를 떠납니다. 다음글은 다음주 월요일에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여름휴가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