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에는 형제가 8형제나 되었는데 이모가 제일 위였다. 워낙 가난한 집이어서 이모를 13살 때 입 하나 덜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집을 보냈다. 13살 때 친정을 떠나 시집에 가서 하는 일이란 그 집에서도 식모처럼 일하는 거였다.
어린 이모는 식모처럼 일하는 것보다 나이든 신랑이 더 힘들었다. 결국, 이모는 시집살이를 못 견디고 밤에 몰래 도망쳐 나왔는데 집으로 오면 다시 돌려 보내질까 봐, 집으로 가지 않고 도성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식모살이라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였다. 밤낮으로 걸어서 도착한 도성에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모르고, 돈 십전을 넣어온 것으로 국밥집에 들어가 요기를 하면서, 국밥집 아줌마에게 여기서 밥만 먹여주고 재워주면 돈 안 받고 그냥 일하겠다고 했다. 국밥집 아줌마가 마침 식모를 한 사람 더 구하려고 하는 집이 있단다. 그러면서 무서운 집이라 사람들이 가기 어려워한다면서 그래도 좋다면 가 보라고 하더란다.
당장 갈 곳이 없었던 이모는 그 집을 찾아가 식모 살이를 하게 됐는데 그때 조건이 재워주고 먹여만 주면 된다였다. 국밥집 아줌마 말대로 어려운 집이긴 했으나 무서운 집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모는 그들의 절제된 공간과 시간이 더 좋았다고 했다. 이모는 그 집에서 청춘을 다 보내었다.
먹여 주고 재워주는 것만으로 일하겠다고 했지만, 명절이나 주인집 식구들 생일날 등 좋은 날에는 용채를 꼭 챙겨 주었다. 이모 생일을 일본인 관리 할아버지가 한 번 딱 물었는데, 잊지 않고 생일 때는 용채를 꼭 챙겨줬다. 이모는 옛 일을 회상할 때마다 그 집 사람들 참 양반들이라고 했단다.
이모는 그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꼬박 모았다. 이모는 그 당시 벌써 골초였다. 집에서 일하는 남정네들이 피고 버리는 꽁초를 주워다가 피우기도 했다. 더럽고 침이 묻은 축축한 것은 종이를 까서 연초를 말려서 다시 종이에 싸서 피웠다.
이모가 담배를 피운 것은 12살 때부터라고 한다. 먹을 것이 없는 집에서 풀죽을 많이 먹어서 회충이 생겨서였다고 한다. 회충 때문에 속이 메슥거려서 헛구역질을 많이 했는데, 니코틴이 회충을 죽인다는 말을 듣고서 길에서 담배꽁초를 주워다가 피우기 시작했다. 정말 속 메슥거림이 조금씩 없어지고 눈도 머리도 맑아지더란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평생을 담배를 끊지 못하였다. 내가 기억하는 이모 손가락에는 담배에 찌든 누런 자국이 진하게 있었다.
친정에서도 이모가 시집에서 도망쳤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달이 지나서라고 한다. 시집에서 찾아와 이모 찾아내라고 난리였지만, 소식을 알 수 없으니 친정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모도 글자를 모르니 편지를 쓸 수도 없고, 설령 안다고 해도 그 처지에 누구 편에 소식을 전할 사람도 없었다.
수년이 지나고 나서야 부인에게 처음으로 이야기를 하고 친정에 다녀왔다. 부인도 교양이 있던 사람이라 조선인 식모를 나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때 용채를 넉넉히 주고, 예쁘게 포장된 양과자 상자를 주더란다.
13살에 시집간다고 집을 떠나 19살이 되어서 친정엘 찾아갔더니, 친정에서는 이모를 아예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고 잊고 있었다. 그때 엄마 나이가 7살이었는데, 그사이 중간에 남형제가 둘이나 죽었다. 막내인 엄마만 여자아이였는데, 엄마가 세상에 나올 때 이모가 엄마를 받았다. 그때부터 집 떠나기 전까지 기저귀 갈아주고,업어 키우던 막내를 보고 펑펑 울더란다.
엄마는 간혹 외할머니가 이모 이야기를 하며 눈물짓던 모습을 보고 언니가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마음 속에 넣고 있지는 않았으며 사실 언니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오직 이모만 자신이 받아낸 핏덩이를 기저귀 갈고 업고 키웠던 정에 눈물을 펑펑 흘렸을 뿐이다. 이모가 며칠 집에 있으면서 엄마를 알뜰살뜰 보살펴 주고, 가지고 갔던 과자를 동생들에게 나눠줬는데 처음 먹어보는 양과자가 너무 맛있었다.
알고 보니 언니가 사는 일본인 집은 걸어서 한나절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때부터 엄마는 양과자가 먹고 싶어서 한 달에 한 번꼴은 걸어서 언니를 찾아 그 집에 가곤 했다. 처음 갔을 때는 언니가 너무 놀라더란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여길 찾아왔냐며, 하룻밤을 언니와 함께 재워주고 관리인 할아버지께 부탁해서 눈깔사탕이며 양과자를 하나씩 얻어 주었다.
그러다가, 그 집에서 아버지를 봤는데 아버지가 사냥꾼인 줄 알았다. 몸이 땅딸막하게 떡 벌어진 사람이, 그때는 수염도 거뭇거뭇 있어서 산돼지처럼 생겼더란다. 그 사람이 엄마를 보면 어린애가 먼 길 왔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눈깔사탕이며 귀한 과자도 주었다. 이모가 하는 말이, 저 아저씨는 센빙도 양과자도 많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 하더란다. 그다음에는 언니를 보러 가면 그 아저씨가 있는지 없는지 눈치껏 찾아보기도 했다.
경단을 먹으면서 엄마가 해 줬던 말을 떠올리며 흘린 눈물 콧물을 닦아내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책 속의 화자 쇼스케 겐꼬의 말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