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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Oct 05. 2024

우린 너를 보호하려는 거야

 타냐는 게이드에게 풀을 먹여주고 있었다. 게이드는 싱싱한 풀이 제법 마음에 드는지 오물거리는 입이 잠시도 쉬지 않았다.


 "오늘이면 여길 떠나. 좋겠다! 엄마아빠의 곁으로 가고. 가서도 나를 잊으면 안 된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게이드는 타냐를 쳐다보며 살짝 미소를 짓는 듯했다. 타냐의 눈에는 그 미소가 자신의 말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왠지 게이드가 자신의 말을 이해한 것 같아서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타냐는 게이드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나중에 커서 모습이 달라지더라도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기억해 놓으려고 애썼다.


"크고 반짝이는 눈에, 말랑말랑한 귀, 통통한 볼살에 제법 자란 뿔. 아... 뿔은... 달라지겠구나."


 오늘 게이드는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감행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게이드의 뿔은 기억해도 의미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자라게 된다고 해도 지금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타냐는 뿔 외에 다른 것들을 더 많이 기억하기로 했다. 얼굴의 주름, 웃는 표정, 찡긋거릴 때 생기는 눈가 주름 하나까지도 기억에 넣으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게이드를 바라보고 있던 타냐 옆으로 팡이 다가왔다.


"다 준비됐어. 이제 이 녀석을 데리고 가야지. "


 팡의 손에는 게이드의 몸에 묶을 체인이 들려 있었다. 타냐는 체인을 보니 흠칫 실감이 났다. 타냐는 게이드에게 말했다.


"이제 가자. 엄마 아빠에게 가야지."


 게이드는 타냐의 말을 이해했는지 기분이 좋아진 듯했다. 타냐의 손에 이끌려 우리 밖으로 나왔다. 팡이 앞장서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질 장소로 향했다.


 게이드는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이곳에 온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무리 며칠새 인간들과 많이 적응을 했다고 해도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타냐를 제외한 인간들은 아직 두려웠다. 타냐는 게이드의 두려움을 느꼈는지 게이드의 등을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괜찮아 게이드,  우린 너를 보호하려는 거야. 너를 위해 이 일은 꼭 필요해. 오늘이 지나면 아무도 너를 헤치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게이드"


 타냐는 그렇게 말하고 떨어지지 않는 손을 억지로 떼내고 한발 물러섰다. 나머지 사람들이 게이드를 사방에서 체인으로 묶었다. 게이드는 덜덜 떨고 있었다. 체인을 묶고 인간들은 게이드를 머리를 붙잡았고, 전기톱을 가져왔다. 게이드의 눈앞에 전기톱이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게이드는 무서웠다. 눈물이 흘렀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무서웠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계속 눈물이 쏟아지는 눈으로 타냐를 처댜봤다. 타냐는 무언가 말하고 있었지만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 게이드는 순간 배신감을 느꼈다. 발악하며 날뛰었다. 날뛸수록 체인은 더 옥죄여 왔다. 인간들도 더 많은 힘을 써서 게이드를 붙잡았다.


"괜찮아 게이드, 잠깐이면 돼.  우린 너를 보호하려는 거야. 너를 위해 이 일은 꼭 필요해. 오늘이 지나면 아무도 너를 헤치지 않을 거야. 내 말 믿고 잠시만 참아."


 타냐는 계속해서 게이드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을 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고, 이게 게이드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틀림이 없었다.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밀렵을 막을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전기톱이 게이드의 뿔을 가르기 시작했다. 게이드는 두려움과,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실신했다. 인간들은 쓰러지려는 게이드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의 뿔을 마저 잘라냈다.


 인간들은 임무를 완수하고 게이드에게서 힘을 풀었다. 체인을 풀고 실신한 게이드를 눕혔다. 인간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고, 마지막으로 팡이 타냐의 어깨를 두드리고 떠났다. 실신해 쓰러진 게이드와 타냐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타냐는 게이드의 얼굴을 마주했다. 악을 쓰고 난 후라 맥박은 아직도 요동치고 있었고,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였고, 흘러내린 침과 자르고 난 코뿔의 가루가 범벅이 되어 얼굴은 엉망이었다. 그리고 코뿔이 없었다. 타냐는 그런 게이드의 모습이 너무 처참하고, 안쓰러웠다. 하지만 이 방법뿐이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타냐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게이드의 얼굴을 조금씩 닦아 주었다.


'쾅!!'


그 순간 귀를 찢는 듯한 소음과 몸을 떨게 만드는 진동이 느껴졌다.


<20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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