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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Sep 27. 2024

항마:예언

예언된 출발

최천수의 총구녕이 선우의 이마 한가운데에 꽂혔다. 선우는 최천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도대체 이유가 뭐죠?”

“기다리면서 생각했어. 네가 살아올지, 아니면 다른 이들처럼 사지가 찢기거나, 신체의 일부만 나올지. 물론 선우, 네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그 생각 중에 하나였다.”

“이제는 날 죽이려고 하는 건가요?”


최천수는 슬픔에 젖은 얼굴로 잠시 눈을 떨구었다가 다시 선우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네가 태어나선 안되었어. 그런데 인간이란 쓸데없는데 자비심을 베풀곤 하지. 네 어머니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죽고자 했지만, 모르는 이가 쓰러진 그녀를 발견했지. 어쩌면 그녀는 네가 살게 된다면 여기까지 오리라 이미 예견했을지도 모르겠어. “




최천수의 이야기는 계속되었으나, 총구녕을 결코 떨구지는 않았다. 그에 따르면, 선우의 어머니는 최천수의 누이였다고 했다. 누이는 어렸을 때부터 무예와 마법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그녀가 10살이 되었을 때에는 커다란 장수조차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목단화가 피는 그곳에서 다리가 부러진 채 정신을 잃은 사내를 발견하면서 일이 꼬였다고 했다.


“그때 말렸어야 했어. 외부 사람을 그렇게 끌어들이면 안 되었던 거야.”


그 사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기억을 잃은 상태였음에도, 최천수의 누이의 간호를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어르신들은 그들의 관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은 누이에게 외부인의 접촉을 더 이상 허하지 않는다며 그의 하산을 고하도록 명했다. 그의 마지막을 누이가 지켜볼 수 있게 하는 게 누이에 대한 자신들의 애정이라며 실망시키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누이는 가슴이 몽글거리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그 길로 남자와 함께 사라졌다.


누이를 찾고, 은혜를 배은망덕으로 갚은 사내의 혀를 잘라오도록 명이 내려졌다. 그 명을 받은 이가 바로 최천수였다. 하지만, 누이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꼭꼭 숨은 그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사내의 어떤 면이 그렇게 좋은 거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그때, 그 사고현장을 알게 되었고, 그는 이미 늦었음을 깨달았다.




누이는 하산하여 사내와 지내며 아이를 가졌다.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배를 만졌다. 소중한 아가가 자리 잡고 있다니 둘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선우의 아버지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두뇌를 관통하는 통증에 선우의 아버지는 잠에서 몇 번이나 깨었고 점차 날카로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검은 물체가 집으로 찾아들었다. 검은 물체 중 가장 앞에 있는 형체가 말하였다.


“네 녀석 그동안 잘도 도망쳤구나”


선우의 아버지는 자리에서 점프를 하듯이 위로 뛰어올랐다.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이미 싸울 준비를 끝낸 선우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손에 파란 불길을 만들며, 그들에게 경고했다.


“네 녀석들이 함부로 누구에게 지껄이느냐. 썩 꺼지지 못할까.”


검은 물체는 높은음으로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죽은 자와의 합방으로 생긴 아이는 이 세상을 멸할 것이니, 그녀가 살 길은 아직도 까마득하구나. 하지만, 저 밤하늘에도 별이 빛나듯이, 그 아이가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다면, 세상의 운명을 바뀔 터. 하지만 적이 많구나. 어쩌면 그녀를 재물로 바치는 편이 세상을 구할 것이야. “

“어디서 요물 따위가 지껄이는 것이냐.”

“잘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것이야. 네년의 배에서는 지금 세상을 파괴할 종자가 자라고 있으니. 아니지, 어쩌면 그녀는 세상의 지배자가 될 수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힘을 증가시키는 영양제가 될 수도 있고 말이야.”


웃어젖혀지는 검은 물체를 파란불로 전부 다 태워버렸지만, 검은 물체는 사라지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구석에서 오들오들 떠는 그이를 바라보며, 선우의 어머니가 말했다.


“당신, 이게 다 무슨 말인가요? “


그는 얼굴을 떨구었다. 마치 면목이 없다는 듯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 보석이 하나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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