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각 노각 노각 씹는 소리.
늙은 오이가 노각이란다.
나는 이 맛을 노각으로 만나기보다 수박의 흰 부분으로 먼저 맛보았다.
음식 솜씨 좋은 친할머니는 가족들이 다 먹은 수박의 이빨 자국을 도려내고 초록 부분을 자른 후, 흰 부분을 길게 길게 썰어 노각 없는 노각무침과 비슷한 반찬을 만들어 주셨다. 우우우우우우 우와~
우리 할머니의 FLEX~!
노각을 살 일이 없던 우리 집(노각이 꼭 수박 나올 때만 나오니 말이다....)
성인이 되어 고오급 한정식 집에 가니 찬으로 나왔을 때가 노각과의 첫 대면이었다.
'읭! 여기도 수박껍질로????'
궁금하던 차에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매니저의 안내로 알게 되었다. 늙은 오이보단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이나 좀 더 폼나는 이름이다.
이제는 아무도 수박의 흰 부분으로 나물을 무치지 않기에 라떼~의 전설로 사라져 버린 음식이다. 노각 입장에선 스크레치나는 기분이겠지만, 사실 수박을 살짝만 도려내면 빨간 부분 때문인지 수박껍질로 만든 게 내 입엔 더 좋았다.
노각 하나, 양파 반개 * 노각 하나가 부족하여 오이 하나 더 추가했다. (섞인 맛도 재미있고 좋았다. )
양념장
다진 마늘 1t, 다진 파 1T, 고춧가루 2T, 고추장 1T, 매실액 2T(혹은 올리고당 1T), 식초 2T, 참기름 1T, 통깨 1T
1. 노각은 껍질을 모두 벗기고 반으로 갈라 속씨를 뺀다.
2. 세로 길이대로 썰어 소금 1/2, 설탕 1, 식초 1에 절인다.
3. 준비된 양념장을 만든다. (고춧가루가 불려야 하니 미리 만들어 둔다. )
4. 생긴 물은 버리고 노각은 가볍게 짜준다. (빨래 짜듯 꼬들꼬들 짜는 사람도 있다. 개인차이므로 기호대로.)
5. 양념장에 버무리고 바로 먹기보다 냉장고에서 1시간 정도 숙성시켜 시원하고 간이 배게 먹는 것을 추천한다.
질문)
당신: 소금에 꼭 절여야 하나요?
나: 소금에 절이면 노각의 쌉쌀한 맛을 조금 제거할 수 있어요. 양념장에 버무리는 음식이므로 양념이 잘 묻고, 양념한 후 채소에 물이 덜 생겨 2-3일 두고 먹어도 끝까지 동일한 맛을 유지해 줍니다. 물론 밑간이 되기도 하고요. 버무려 바로 드시거나 쌉쌀한 맛이 좋고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것을 더 좋아하신다면 이 과정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노각의 양념장은 설탕과 식초를 조금 더 추가하면 비빔소면장으로 훌륭하므로 노각 무침 김에 면도 삶아보았다. 여름이니 메밀! 메밀국수는 어려우니 고마운 컬리에서 주문한 키트로 냠냠!
노각 무침에 비빈 메밀면이 너무 맛있어서 집에 있는 소면도 꺼내 더 삶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