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품은 노천탕에서 휴양하기

프랑스 샤모니에서 알프스 뷰 온천을 즐기다

by 라노

요즘 TV 예능은 여행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많다. 방송국 카메라는 여행지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일깨우고 여행 욕구를 자극한다. 작년에 내가 여행프로그램을 보며 흥미를 느낀 곳은 남프랑스였다. 유럽 감성의 아기자기한 마을과 속이 뻥 뚫리는 자연 경관을 본 순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방송을 본 이후 블로그와 유튜브를 찾아보며 남프랑스 여행 계획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샤모니’라는 지역을 알게 되었다. 샤모니는 알프스산맥 최고봉인 몽블랑 아래 자리한 도시로, 프랑스 동부에 위치해 있지만 남프랑스 여행 코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다.


샤모니에 꼭 가봐야겠다고 결심한 건,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풍경의 온천 사진을 보고 나서다. 작은 호수와 알프스를 품은 자연 속 온천은 마치 낙원과도 같아 보였고, 그곳에 가면 몸과 마음이 치유될 것 같아 샤모니를 여행 일정에 넣었다.


안시에서 블라블라카 버스를 타고 샤모니에 다다르자 눈이 하얗게 덮인 산과 어우러진 예쁜 마을이 자태를 드러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나의 취향을 알게 되는데, 자연과 어우러진 소도시를 좋아하는 나에게 샤모니는 딱 맞는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마을 어디를 걸어도 순백의 만년설이 반갑게 인사하듯 서 있는 풍경은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르게 만들었다.

샤모니.jpg 프랑스 샤모니 거리의 모습

샤모니에서 기대했던 온천을 즐기기 전에 먼저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3,842m 높이에 위치한 에귀디미디 전망대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전망대에서 고산병 증상이 나타났다는 몇몇 후기를 보고 겁이 나서 가는 것을 망설였지만, 그림 같은 몽블랑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전망대 티켓을 끊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에귀디미디 전망대에 도착하자 용기 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했던 고산병은 약간 숨이 차는 정도로 여행을 계속하는 데 문제가 없었고,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설경은 대자연의 감동을 선물했다. 알프스의 장엄한 광경에 감탄하다가 나도 모르게 욕이 따라 나왔는데, 그 순간 한국인 여행객과 눈이 딱 마주쳐서 의도치 않은 웃음을 선사했다.

KakaoTalk_20251026_101822703.jpg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몽블랑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은 영롱한 빛결 속에 고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눈앞에 두고 바라보니 하얀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타르트 위에 올라간 머랭이 떠올랐다. 몽블랑을 덮은 눈을 만지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발 밑에 있는 눈을 한 움큼 집었는데, 보드라운 촉감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묵직함이 느껴졌다. 알프스에 쌓인 눈처럼 겉보기엔 부드러워도 내면은 단단한 사람이 되리라 다짐하며 전망대를 내려왔다.


숙소에 들러 수영복을 챙긴 뒤 설레는 마음을 안고 QC Terme 온천으로 향했다. 시내를 점점 벗어나 흐르는 개울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니 곧 스파 건물이 보였다. 로비에서 예약자 확인을 마친 후 탈의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노천탕으로 나오자 황홀한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흰 옷을 입은 알프스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아래 잔잔한 호수가 숨쉬고 있는 자연의 품 안에서 사람들이 온천욕을 즐기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었던 것.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풍광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KakaoTalk_20251026_100940661.jpg 프랑스 샤모니에 있는 알프스 뷰 온천

노천탕에 발을 들이기 전 선베드에 자리를 잡고 몸을 기대었다. 청명한 하늘이 내린 햇빛을 쬐며 느긋하게 경치를 관망하니 시간이 잠시 멈춘 듯 했다. 이후 탕에 들어가 알프스의 기운을 머금은 온천수에 몸을 녹이자 병이 씻은 듯이 다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연의 숨결이 닿은 곳에서 제대로 된 쉼을 얻은 것이다. 노천탕 일부 자리에서는 수압 마사지가 작동했는데, 따스한 물속에서 알프스를 감상하며 시원한 안마를 받고 있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었다.

KakaoTalk_20251026_101507942_02.jpg 알프스 뷰 온천에서 수압 마사지를 받고 있는 사람들

설산이 보이는 야외 온천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낸 후 건물 안에 있는 부대시설을 둘러봤다. 여러 가지 콘셉트의 릴랙스 룸(Relax Room)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물침대에 누워 쉬는 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처음에는 몸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거리는 침대가 불안하게 느껴졌지만, 적응이 되니 말랑말랑해서 편하고 아늑했다. 또 다른 콘셉트의 방과 사우나에 들러 휴식을 취하다가 허브티 한 잔으로 온천 일정을 마무리했다.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한결 개운한 상태로 밖을 나왔다. 온천을 하고 나니 피부는 아기처럼 보들보들해지고 정신은 맑아져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부릴 수 있는 사치는 고급 호텔에 머물거나 비싼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천혜의 자연 속에서 휴양을 즐기는 것 또한 호화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걸 알프스 뷰 온천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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